4대그룹, 내달 美 방문…인맥 구축 전망
최태원도 TPD로 내년 초 美 찾아
삼성·SK, 대관조직 가동…로비 공 들여
재계는 트럼프 1기 당시 주요 인사들과 상당 부분 네트워크를 형성했다. 하지만 이미 4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데다 트럼프 2기에는 '자국우선주의' 경제 정책이 강화될 전망인 만큼 당분간 미국 인맥 강화에 총력전을 펼 것으로 보인다.
◆재계, 美 방문 시작…'트럼프 인맥' 늘린다
9일 재계에 따르면 4대 그룹 경영진들은 내달 미국 워싱턴DC를 찾아 미국 정·재계 인사들을 잇따라 만난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와 미국상공회의소가 주관하는 '제35차 한미재계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이 회의에는 위원장을 맡고 있는 류진 한경협 회장을 비롯해 삼성, SK, 현대차, LG 등 4대 그룹 사장급 인사들이 대거 참석할 전망이다.
한경협과 4대 그룹은 국내 경제계 입장을 트럼프 당선인 및 공화당 싱크탱크, 미 의회 등에 전달한다. 이 방문을 계기로 4대 그룹 경영진들은 트럼프 2기 정부 인사들과 인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데 주력한다.
이번 회의가 열리는 오는 12월에는 트럼프 2기의 경제 정책 윤곽도 드러날 것으로 보이는 만큼, 4대 그룹은 미국 동향을 미리 파악해 관련 대책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4대 그룹 수장 중에서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가장 먼저 미국을 방문해 인맥 네트워크 구축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내년 2월 최종현학술원이 주최하는 '제4회 트랜스 퍼시픽 다이얼로그(TPD)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 워싱턴DC를 찾는다.
최 회장은 최종현학술원의 이사장 자격으로 매년 TPD에 참여하고 있다. TPD는 한미일 3국의 전현직 고위 관료와 재계 인사 등이 모여 태평양 국제 현안을 논의한다.
TPD는 매년 12월에 열렸는데 이번에는 미국 대선 일정을 고려해 내년 2월에 열린다. 최 회장은 방문기간 동안 트럼프 2기 정부의 주요 인사들과 접촉할 예정이다.
최 회장은 지난 7일 트럼프 당선인에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명의의 축하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대한상의는 트럼프 당선인에게 내년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참여를 요청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도 트럼프 당선자 인수위원회의 정책 방향이 구체화되는 시기에 맞춰 미국 방문 일정을 세울 가능성이 높다.
◆대관조직 역할 주목…로비 자금도↑
한국 기업들은 이미 미국 정계와 소통 강화를 위해 미국 대관 조직을 속속 강화한 상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글로벌 대관조직인 글로벌퍼블릭어페어스(GPA)팀을 실 단위로 승격했다. GPA는 삼성전자 해외 법인 관리와 현지 정부, 정치권, 재계 등과 소통·협력 기능을 포괄하는 조직이다.
삼성의 주요 미국 법인들이 사용한 올해 3분기 누적 로비 자금은 569만 달러로 같은 기간 기준 역대 최고치다.
SK그룹도 북미 대관 콘트롤타워인 'SK 아메리카스'를 통해 트럼프 2기의 주요 인맥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SK는 3분기 누적 423만 달러를 로비 자금으로 집행했다.
LG그룹도 글로벌 대응 총괄조직인 글로벌전략개발원을 지난해부터 가동했다. LG는 이 조직과 워싱턴 사무소를 중심으로 미국 정가와 정기적인 소통에 나설 전망이다.
현대차그룹도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고위 관료들을 대관 담당으로 영입하는 등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독자적으로 대비해 왔다. 지난해 신설한 국제정책실(GPOe)에서 대관 업무를 더 강화할 방침이다.
트럼프 2기와 얼마나 잘 소통하느냐에 따라, 향후 반도체와 배터리, 자동차 등 주요 사업에서 미국 자국우선주의 정책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어 이들 대관 조직의 역할은 더 중요해지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트럼프 1기 당시 확보한 인맥을 통해 2기 정부 주요 인사들과 소통 창구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며 "정권 초기에 미국 정계 주요 인사들과의 어떻게 네트워크를 구축하느냐에 따라 향후 4년간 사업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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