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재당선에도 유럽 자립 강화되기 힘들다-NYT[트럼프 시대]

기사등록 2024/11/08 10:45:24 최종수정 2024/11/08 10:48:05

경제·안보·민주주의에 대한 우려 확대

취약해진 불·독 정부 지도력 발휘 못해

[부다페스트=AP/뉴시스]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유럽정치공동체회의에 참석한 각국의 정상들이 7일(현지시각) 푸스카스 경기장에서 기념촬영을 준비하고 있다. 2024.11.8.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이 다시 당선함에 따라 유럽 국가들이 안보 및 경제 독립성을 강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맞았으나 실현 가능성은 여전히 취약하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유럽 국가들은 트럼프 당선에 대비해 우크라이나 지원 지속을 보장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연속성을 보장하며 트럼프의 무역 전쟁에 대비할 준비를 해왔다.

그러나 유럽 국가들은 아직 갈 길이 멀다. 트럼프 2기 정부는 유럽 국가들이 미국 의존을 줄일 수 있는 계기가 되지만 유럽이 기회를 잡을 지는 미지수다.

프랑스와 독일의 정부가 국내적으로 취약해지면서 유럽의 강력한 대응이 어려워졌다. 유럽은 트럼프 정부를 이미 경험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을 치르면서도 여전히 변화가 느리다.

◆"트럼프 승리는 유럽에 뼈아픈 일"

프랑스 몬테뉴 연구소 국제연구소 부소장 조지나 라이트는 “트럼프 승리는 유럽에게 뼈아픈 일이다. ‘우리를 친구가 아닌 경쟁자로 보는 미국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라는 어려운 질문에 대한 답을 해야 한다. 유럽이 단합해야 하지만 유럽이 실제 단합할 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공화당이 상하 양원을 장악하는데 따라 한층 더 힘을 받게 된 트럼프의 불가측성이 유럽 국가들을 더 긴장시키고 있다. 예측하기 어렵기에 대비하기도 어려운 때문이다.

트럼프는 다자 동맹에 비판적이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좋아하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싫어한다.

유럽 국가들과 미국 사이에 걸린 주요 이슈로 경제, 안보, 민주주의를 꼽을 수 있다.

경제와 관련 유럽연합(EU)이 여러 달 동안 트럼프 대비책을 마련해왔다. EU 당국자들은 관세 인상을 막기 위해 미국 상품 구매를 늘리는 한편 트럼프가 관세를 올리면 미국 제품에 대한 관세를 올리는 것으로 맞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안보와 관련 우크라이나에 대한 우려가 크다. 트럼프가 곧장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 장담한 때문이다. 또 트럼프는 간헐적으로 나토에서 미국이 탈퇴할 수 있다고 위협해왔다.

프랑스 안보 전문가 프랑수아 이스부르는 트럼프가 유럽에 군사 지출을 늘리도록 하는 것이 옳다면서 “나토 헌장 5조”의 집단안보 공약이 “보호막” 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보 대들러 전 주 나토 미 대사와 같은 사람은 트럼프가 신뢰를 기반으로 한 나토 헌장 5조를 깨트리고 푸틴이 나토를 시험하도록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유럽 국가들이 국내총생산(GDP) 2% 국방비 지출 목표를 충족하지 않으면 어떤 나라도 지켜주지 않을 것이라고 위협해왔다.

현재 2% 목표를 달성한 나라들은 32개 나토 회원국 가운데 23개국이지만 러시아의 위협에 직면해 그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는 인식이 널리 확산돼 있다.

트럼프와 사이가 좋은 마르크 뤼터 신임 나토 사무총장은 미국 대통령이 누가 되든 유럽 국가들이 스스로를 위해 방위비를 늘려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한편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이 트럼프로 인해 약해지지 않도록 하려는 조치도 취해지고 있다.

◆나토 차원 우크라 지원 지속 대책 마련

나토가 우크라이나접촉그룹(UCG)의 운영을 미국으로부터 넘겨받았고 나토 회원국들이 내년에 400억 유로(약 60조 원) 규모의 지원을 약속했다. 또 선진7개국(G7) 국가들도 러시아 동결 자산을 활용해 우크라이나에 내년 500억 달러(약 69조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라도슬라우 시코르스키 폴란드 외교장관은 유럽이 “시급하게 방위비를 늘려 더 많은 안보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폴란드가 유럽 대응력 강화를 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프랑스, 독일 정부가 취약해 방위비 지출 확대에 적극 나설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두 나라는 바이든 정부 때처럼 미국과 양자 협상을 벌이려 할 수 있다.

프랑스 전문가 이스부르는 “EU 상임집행위 등 어떤 기구도 유럽을 이끌 능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 긴밀한 관계를 활용해 방위비 증가를 늦췄다. 트럼프 당선에 놀라고 분열된 독일 연립 정부가 6일 붕괴했다. “독일이 유럽의 문제아”가 된 셈이다.

◆"유럽의 문제아" 전락한 독일

독일 유럽대외관계위원회(ECFR)의 야나 푸글리린은 유럽이 “트럼프가 일탈이라는 환상에 빠져 있으며 미국의 구조적 변화를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아시아를 중시하면서 전세계 안보를 책임지는데 지쳤다는 것이다. 그는 유럽인들이 이번 선거 결과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일 정부의 유럽조정관 미카엘 린크는 “트럼프가 어떻게 할지, 푸틴이 어떻게 할지 소극적으로 지켜보기만 해선 안 된다. 미국이 나토 의무를 다하지 않고 우크라이나에서 손을 떼면 궁극적으로 중국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승리는 곧 중국의 승리임을 미국에 분명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푸틴이나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시진핑 중국 주석 등 강력한 지도자를 좋아하는 트럼프로 인해 민주주의와 법치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트럼프는 오르반 총리, 로베르트 피코 슬로바키아 총리, 죠르주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등 포퓰리즘 중도 우파 및 좌파 지도자와 같은 부류인 것으로 여겨진다.

◆유럽 포퓰리즘 세력 이민 억제, 보호주의 추진으로 단합 취약

트럼프의 승리는 유럽 포퓰리스트들을 고무해 이민 억제와 보호주의 등 국수적이고 비자유주의 정책을 추진하게 만들 것이다.

유럽에서도 이미 민주주의, 자유주의, 진보적 가치가 퇴색하고 극우 세력이 확장돼 왔다. 트럼프 승리로 이들이 힘을 받으면서 유럽의 응집력이 약화되면 유럽의 목소리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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