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정서현 인턴 기자 = 편히 눈감을 수 없었던 영혼들이 묻힌 계곡의 비밀이 공개된다.
7일 오후 10시 20분 방송되는 SBS TV 예능물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는 '죽음의 골짜기' 편으로 꾸며진다.
한국전쟁 최대 민간인 학살터이자 최대 7000명에 이르는 피해자들의 영혼이 깃든 골짜기, 역사에 숨겨진 세상에서 가장 긴 무덤 '뼈 골짜기'의 비밀을 공개한다.
1993년, 대전시 동남쪽에 위치한 한적한 산골짜기에서 한 젊은 남자가 서성였다.
그의 이름은 심규상, 직업은 기자였다. 골짜기를 오가며 발밑을 살피던 심 기자는 뭔가를 발견하고 놀란다. 골짜기 여기저기에 사람의 뼈가 널려 있었기 때문이다.
충격적인 광경을 목격한 심 기자는 마을회관에 찾아가 뼈들에 대해 알아보기로 했다.
그런데 주민들의 반응이 심상치 않았다. 골짜기에 대한 말을 꺼내기만 해도 바짝 경계하길 며칠, 심 기자의 노력에 경계심이 풀린 어르신들이 뜻밖의 말을 들려주기 시작한다.
그들은 "전부터 그 골짜기에서 사람 뼈가 많이 나왔구먼"이라고 했다. 그래서 붙여진 이름이 골령골이다.
뼈 '골'에 산봉우리 '령', '뼈가 산처럼 쌓여 있는 골짜기'라는 뜻이다. 이곳에 묻혀있는 사람들은 누구이고 대체 골령골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진상이 공개된다.
그 비극적인 사건을 알기 위해서는 1950년 6월 25일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새벽 미명을 틈타 북의 기습 남침이 시작된다. 이틀 후 전쟁의 여파가 채 닿지 않은 충남 서천에서 전과 다름없는 일상을 보내고 있던 남식 씨의 집에 경찰관들이 찾아온다.
그들과 함께 집을 나선 남식 씨의 아버지는 그후 사라지고 말았다. 이와 같은 일들은 전국 각지에서 동시에 벌어졌다. 전선에서 인민군과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던 그때, 후방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행방불명된 것이다.
한국전쟁 발발 후 57년이 지난 2007년, 1기 진실화해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골령골에서 유해발굴이 시작된다. 조심스럽게 땅을 파헤치자 수많은 유골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지금까지 수십 년간 역사의 뒤안길에 묻혀있던 참혹한 비밀이 마침내 세상에 드러났다.
유해발굴 현장을 찾은 유족들은 "처참합디다. 그걸 어떻게 다 말로 할 수 있겠습니까?"라며 눈앞에 펼쳐진 풍경에 할 말을 잃고 만다. 유해가 매장돼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1지점부터 8지점까지, 골짜기를 따라 1㎞가 넘는 이곳은 '세상에서 가장 긴 무덤'으로 불리게 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dochi105@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