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화단 접수한 MZ 여성 작가… '붓질' 이진한 VS '재봉' 안현정

기사등록 2024/11/06 16:23:38 최종수정 2024/11/06 18:54:16

이진한, 갤러리현대 전관서 첫 개인전

안현정, 백아트서울서 신작 개인전

[사진=박현주 미술전문기자] (좌)갤러리현대에서 개인전을 연 이진한 작가. (우) 백아트에서 개인전을 펼치는 안현정 작가. 2024.11.06. hyun@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가을 전시 성수기 속 메이저 화랑가가 밀집한 삼청동에 MZ 여성 작가 2명의 전시가 주목받고 있다. 중견·대가들의 전시가 북적이던 예전과 달리 해외 유학파 신작전으로 글로벌한 감각을 뽐낸다. 새롭지만 낯설지 않은 게 특징이다.

갤러리현대가 전관을 내준 이진한 개인전은 '요즘 그림' 스타일로, 자유분방한 회화의 발랄함을 보여준다. 영국에서 15년 간 거주하며 겪은 이방인의 정체성과 실패한 사랑의 아픈 감정을 생동감 있는 '만화 일기'처럼 그려냈다.

백아트 서울에서 개인전을 연 안현정 작가는 독특한 '재봉 회화'를 선보인다. 뉴욕과 서울을 오가며 작업하는 작가는 조각들을 재봉으로 연결하고 확장하는 추상 회화의 색다른 묘미를 전한다.

그림은 번역된 글이다. 완전히 달라 보이는 작업이지만 인생의 희로애락 감정과 일상 풍경을 화면에 치환한 작품은 깊은 사유로 탄탄한 내공을 전한다. 전진하고 있는 두 여성 작가는 빠르게 변하고 있는 미술 시장의 틈을 채우고 있다.


이진한, 〈재판관과 첼리스트〉, 2024, 린넨에 유채, 180 x 200 cm *재판매 및 DB 금지

◆갤러리현대, 이진한 'Lucid Dreams'
이진한 작가는 그림 그리는 행위는 1인극, 독백 하는 연극 무대 같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작품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장면이 많다.

"강렬한 붓질, 화려한 색감, 분명한 명암 대비로 표현되는 이 격렬한 충돌은 추상과 구상이 교차하는 지점에 위치한 환각적이고 환상적인 풍경으로 변주하며 실패한 언어적 경험과 감각을 묘사한다."(작가 이진한)
이진한 개인전 전시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6일 갤러리현대에서 첫 전시를 연 이진한 개인전 'Lucid Dreams'은 작가의 인생 이야기가 압축됐다. 2007년 런던으로 건너가 2008년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한 시점부터, 15년간의 영국 생활과 귀국한 이후 현재까지의 작품 25점을 선보인다.

타국에서 경험한 언어적 소외감과 사랑하는 연인과의 이별, 체온을 통해 전달되는 친밀함 등 개인적이고 내밀한 이야기를 꿈과 현실이 혼합된 듯한 화면으로 드러냈다. 이진한은 "그 모든 ‘번역 불가능한(untranslatable)’ 순간을 위해 회화를 이용했다"고 말했다.

“제 안에 있는 것, 가장 깊숙한 곳에 있는 그것을 그려낼 때 보다 너그럽고 포용적인 그림이 될 것이라고, 아무도 배척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진한은 홍익대학교를 졸업하고 런던 세인트 마틴과 골드스미스에서 석사 학위, 2021년 런던 UCL 슬레이드 미술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제33회 중앙미술대전(2011)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 전시는 12월22일까지.


안현정, Honey and Sunny, 2024, Acrylic on sewn canvas, 72.7x121.1cm(Diptych) *재판매 및 DB 금지

◆백아트 서울, 안현정 개인전 '틈, 연결 너머'
7일부터 여는 백아트서울의 안현정(38)개인전은 자세히 보면 놀란다. 천으로 선과 면을 만들어 서늘한 추상화에 따뜻한 손길을 덧댔다.

재봉은 '틈, 연결 너머'로 연결하는 도구로 하늘과 구름, 자연과 우주를 투영하여 유기적인 선과 밝고 다채로운 색채로 나아가게 한다. 2018년 메사추세츠 현대미술관 스튜디오 레지던시에서 우연한 기회에 재봉을 접한 후 작업이 전환됐다. 재봉질을 통해 만들어내는 다른 종류의 감각, 의지와 다르게 우연이 포함되는 상황이 미니멀한 '재봉 공간 회화'로 탄생됐다.
"안현정의 재봉 작업은 두 개 이상의 끊어지고 나뉜 조각들을 연결해 만든다. 나뉜 조각들이 연결되는 자리에는 두 천의 팽팽한 장력으로 만들어지는 선이 생긴다….하나의 단일한 화면 안에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미술의 오랜 질서를 탈주한 것으로서 정합에 균열을 가지고 오는 실존의 또 다른 증거다."(이유선 미술사가)
안현정 개인전 전시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이번 전시에서는 뉴욕과 서울 두 대도시를 오가며 작업하는 작가가 하늘에 위안을 받았던 경험을 담은 신작을 전시한다.

"내 작업은 그리는 게 아니라 만드는 것"이라는 작가는 조각된 천을 이으면서 우연적이고 자연스러운 선과 틈을 만들어냈다. 특히 조각 된 천은 '캔버스 천'으로 그 자체의 색과 여백의 미감으로 눈길을 끈다. 재봉선으로 틈 만들기와 메우기로 연결되는 작업은 할아버지인 단색화가 정상화 화백의 DNA가 숨어있다.

안현정 작가는 덕성여자대학교에서 서양화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뉴욕 프랫인스티튜트에서 순수미술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2019년 이탈리아 반디토아트 신진작가상을 수상했다. 전시는 2025년 1월18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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