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해경, 업체 대표 등 4명 검찰송치
정부출연금 받아 미완성 시스템 제작
활성탄·비밀배관 사용, 납품검사 통과
[울산=뉴시스] 박수지 기자 = 대형 조선업체 상대로 가짜 대기정화시스템을 납품해 116억원을 챙긴 일당이 검거됐다.
울산해양경찰서는 대기오염물질 정화시스템 제작업체 대표 A씨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혐의로 구속하고 대학교수 B씨와 연구원 등 3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6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부산, 울산 등 조선소 3곳에 가짜 대기정화시스템을 납품한 뒤 약 116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부산 모 대학교 환경학과 교수인 B씨는 해당 시설을 납품하기 위해 지난 2015년부터 2017년까지 환경부 산하 기관으로부터 정부출연금 11억6000여만원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B씨는 정부출연금으로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저감 시스템에 대한 연구개발을 진행했으나 실용화 단계에 이르지 못한 미완성 기술로 시스템을 만들었다.
이 시스템은 내부 테스트에서도 대기환경보전법에서 요구하는 배출 기준치를 충족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들은 조선소 배관에 정화기능을 가진 활성탄을 몰래 넣어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것 처럼 꾸며 납품검사를 통과했다.
가격 부담으로 활성탄 사용이 어려워진 후에는 굴뚝 안쪽에 비밀 배관을 몰래 설치한 뒤 오염물질을 그대로 배출시켰다.
실제 해당 시스템이 설치된 조선업체의 오염물질 수치는 기준치보다 2~4배 높아 대기정화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B씨는 A씨 업체의 사내이사로 등기돼 고급 승용차와 일정한 급여까지 받으며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B씨가 받은 급여는 7년동안 월 평균 200만~300만원 정도다. 또 그는 정부출연금에서 나온 학생연구원 19명의 인건비 약 1억5000만원을 가로챈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인건비는 학생들의 연구비 입금통장을 회수하는 방식으로 빼돌렸으며 자신의 사무실에 보관했다. 연구비는 다른 연구실 운영비, 개인용도 등으로 사용됐다.
시스템을 납품하는 과정에서도 A씨와 조선업체 간의 부당한 거래가 파악됐다.
A씨는 울산 모 조선업체에 시스템을 설치하면서 실제 공사비보다 높은 대급을 지급 받았다. 이후 조선업체 이사 C씨에게 공사대금 차액을 돌려달라는 요구를 받고 2년동안 2억5000만원을 전달했다.
울산해경은 C씨를 업무상횡령 혐의로 추가 구속했다.
해경 관계자는 "국가가 수년간 대기환경을 개선해 국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자 노력한 정부정책에 찬물을 끼얹고 국민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범죄"라며 "국민 생활권을 침해하는 범행에 대해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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