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랑아 보호 미명' 강제 수용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권위주의 독재 시절 인권유린 시설 '형제복지원'에 3차례나 끌려가 고초를 겪은 피해자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일부 승소했다.
광주지법 제11민사부(재판장 유상호 부장판사)는 형제복지원 피해자 A씨가 국가(대한민국)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고 5일 밝혔다.
재판부는 국가가 A씨에게 1억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부산 북구에 있었던 형제복지원은 1975년 박정희 정권이 부랑인 단속·수용을 위해 제정한 내무부 훈령 410조에 따라 만든 시설이다.
원고 A씨는 1976년 부산진역 근처 파출소에서 단속돼 형제복지원에 강제 수용됐다. 4년여 생활 뒤 친형이 찾아와 퇴소했으나 1983년 말 또 다시 이유 없이 파출소에서 잡혀 다시 수용됐다.
2차 강제수용 이듬해 시설에서 탈출했지만 1985년께 신분증을 지니고 있지 않았다는 이유로 파출소에 붙잡혀 또 다시 6개월간 수용됐다.
입소 전 받은 벌금형으로 경찰에 다시 인계돼 교도소 노역을 하며 형제복지원에서 비로소 퇴소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진상규명 과정에서 A씨는 수용 당시 화장실에 휴지가 없어 돌가루 포대로 용변을 처리했고 배가 고파서 무덤가 주변에 있는 흙덩어리를 먹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토목 공사 등에 동원되기도 했고 탈출을 시도하다 실패해 중대장에게 끌려가 구타당했다고도 했다.
재판부는 "A씨가 구체적으로 진술하고 있는 점, 형제복지원 인근 주민과 친형의 진술과 상당 부분 일치하는 점, 옛 등기부등본·주민등록초본 등 객관적 자료에도 부합하는 점 등을 종합하면 A씨가 3차례 형제복지원에 수용된 사실은 인정된다. 다만 진술의 구체성, 입·퇴소 시점을 확정할 만한 객관적 자료가 없어 A씨가 주장하는 수용 기간 전체를 그대로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A씨가 형제복지원에 감금·수용돼 가혹행위 또는 강제노역 등 부당 대우를 받은 것으로 보이는 점, 보호자가 있는 상황에서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강제로 형제복지원에 수용된 점, 현재까지도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점, 공권력의 적극 개입 또는 허가·지원·묵인 하에 장기간 이뤄진 중대한 인권 침해로 위법성 정도가 큰 점, 오랜 기간 배상이 지연된 점 등을 종합해 위자료를 정했다"고 판시헀다.
앞서 2022년 8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형제복지원 사건을 '국가폭력에 따른 인권침해 사건'으로 인정했다.
부산시와 '부랑인 수용 보호 위탁계약'을 체결한 1975년부터 1986년까지 형제복지원 입소자는 총 3만80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확인된 사망자 수만 657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 법원은 처음으로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에게 국가 배상 책임을 인정했고 이어 비슷한 취지의 판결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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