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감, 서울시의회 행정사무감사 첫날 출석
"예산 감내할 능력 없어…기금 쓰기 굉장히 어렵다"
서울시의회 여야, '무상교육 삭감' 발언 둘러싼 공방
[세종=뉴시스]김정현 기자 =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중앙 정부의 '세수 펑크'로 올해 서울시교육청의 예산 편성액 중 최대 5600억원이 결손될 수 있다고 밝혔다.
정 교육감은 4일 오후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가 시교육청을 상대로 연 2024년도 행정사무감사에서 최재란 더불어민주당 시의원 질의에 "결손 예상액이 최소 3600억원에서 최대 5600억원까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책으로 세출 절감할 수밖에 없고, 5000억원 정도의 세출 절감이라고 하는 것은 올 하반기 남은 기간 동안 사업을 제대로 못 한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그는 올해 예산에서 편성한 ▲시설기금 전출금 및 미전출(2000억원) ▲교육사업비(600억원) ▲인건비(500억원) ▲예비비(100억원)을 줄이고 있다고 전했다.
정 교육감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이외에 서울시 (법정) 전입금도 결손이 예상된다"며 "(오세훈) 시장께 올해 빨리 집행해달라 요청을 드렸다"고도 밝혔다.
시의회 교육위 여야는 고등학교 무상교육 예산을 놓고 정부와 시교육청을 상대로 공방을 벌였다.
고교 무상교육 예산은 국가(47.5%)와 시도교육청(47.5%), 광역시도(5%)가 분담하고 있는데, 재정 분담 비율을 규정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제14조는 올해 12월31일 일몰된다. 정부는 국회에 낸 내년도 예산안에 고교 무상교육 2023년도 정산분에 해당하는 52억6700만원만 편성하고 전년 대비 9386억원 감액했다.
정 교육감은 보궐선거 후보 시절 윤석열 정부가 고교 무상교육 예산을 '삭감했다'고 발언한 바 있다.
그는 자신의 당선이 확실시된 지난달 16일 오후 당선 소감을 통해서도 "이번 선거과정에서 학생과 학부모들이 가장 불안해한 점은 고교 무상교육 예산 삭감"이라며 "이를 원래대로 돌려 놓겠다"고 말한 적 있다.
이효원 국민의힘 시의원은 '삭감' 발언을 두고 정 교육감에게 "특례 일몰에 따라 (정부가) 미편성을 한 내용이지 않나"라며 "왜 삭감했다고 호도하나"고 했다.
정 교육감은 "당선 직후 언론에서 무엇을 물어봐서 제가(답한 내용)"이라며 "취임한 이후에 본격적으로 그 문제에 대해 다시 검토를 하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이어 "무상교육 문제는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계속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며 "무상교육 예산과 관련해 불가측성(예측 불가능한 점)이 너무 많아 정확한 예산 편성이 굉장히 어려웠다"고 했다.
이 시의원은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 비용이 약 570억원이 소요된 점, 시교육청이 시내 학생들에게 연간 10만원의 문화예술 바우처 지급을 추진하는 점을 거론하면서 "내 주머니에서 (무상교육 예산이) 나가는 것은 싫다는 논리로 밖에 보여지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자 정 교육감은 "지금 현재 제가 보고 받기로는 더 이상 감내할 능력이 없다"며 "지난 1~2년 간 우리 기금들을 거의 다 소진을 했기 때문에 더 이상 기금으로 사용하기가 굉장히 어렵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했다.
여당 질타에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시의원들은 반론을 폈다. 민주당 소속 전병주 교육위 부위원장은 "대한민국 전체 세수가 지난해와 올해 벌써 90조 이상 펑크가 났다"며 "근본 원인을 버리고 선거 (비용) 문제를 언급하는 것은 사실과 거리감이 있다"고 반박했다.
여당은 재반박에 나섰다. 이 시의원은 정 교육감에게 거듭 '삭감' 발언은 "분명한 가짜뉴스"라고 질타했다.
정 교육감은 '사실관계를 바로 잡아야 한다'는 이 시의원의 지적에 "발언을 신중하게 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정 교육감은 정부가 내년 초·중·고 도입을 추진 중인 '인공지능 디지털교과서(AIDT)'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요구하는 전 부위원장의 질문에 "AIDT에 대한 충분한 검증 기간이 없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 교육감은 "현재 교육부의 AIDT 검정 합격 공고가 11월29일 나오게 돼 있다"며 "다시 말하면 우리가 구체적으로 쓸 가능성이 있는 AIDT는 아직 실물로는 나와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학교에서 교과서에 대한 면밀한 비교 검토 없이 12월께 교과서를 선정해야 한다"며 "선정된 교과서로 선생님들이 실습 및 연수를 할 수 있는 기간도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했다.
정 교육감은 "시간이 전반적으로 어려운 그런 상황"이라며 "내년 3월에 도입됐을 때 학교 현장에서 여러 가지 혼란이 있을 수 있겠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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