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풍요롭다면 보험·은행 혁신 없었어"
"대한민국, 개발연대 성장 뒤 어떤 혁신 했나"
"모든 면에서 혁신 필요…문제의식 가져야"
[암스테르담(네덜란드)=뉴시스] 이병희 기자 = "혁신은 결핍에서 나오거든요. 풍요로운 데서는 혁신이 나올 수 없어요."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1일(현지시각) 유럽 순방 중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위치한 호텔에서 동행 기자단과 만나 "만약 네덜란드가 풍요로웠다면 혁신이 안 나왔을 것이다. 이는 우리한테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지사는 "네덜란드는 면적이 대한민국 몇 분의 1밖에 안 되는 데다 육지는 해수면보다 낮다. 스페인이나 프랑스에서 종교 박해로 도망쳐온 사람들이 그 땅에서, 그 결핍 속에서 기술적인 혁신뿐만 아니라 보험제도, 은행제도를 만들어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을 생각해 보라. 대한민국이 개발연대에 풍족해질 정도로 성장한 뒤 어떤 혁신을 했나? 과거의 성공 경험 이후 어떤 혁신과 변화를 했나? 오히려 거꾸로 후퇴하지 않았을까?"라고 반문했다.
김 지사는 '결핍에서 나온 혁신'에 대한 자신의 경험을 공유했다.
그는 "저도 사실 혁신적인 성향이 못 됐다. 어렸을 땐 그냥 범생이였다. 그러다가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원하지 않는 어떤 환경 속에 내동댕이쳐졌다. 어쩌면 그게(결핍에 놓인 상황이) 축복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황이 쌓이고 쌓이니까 지금은 새롭고 도전적인 일이 아주 신나고 흥미롭다. 대충 가서 될 일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지금은 도전과 변화가 늘 좋다"고도 했다.
"빈곤과 같은 경제적인 부분 말고, 혁신을 위한 결핍에는 어떤 게 있나"라고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김 지사는 "모든 것(Everything)"이라고 답했다.
그는 "예를 들면 먹고 살 만한데, 자식을 결핍에 놓기 위해 밥도 굶기고 학교도 보내지 않을 수는 없다. 혁신을 유도하는 결핍은 경제적인 것뿐만 아니라 모든 것에서 가능하다. 모든 것에서 혁신하게끔 유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나는 공무원생활 초기에 엄청난 열등감 속에 살았다. 그건 경제적인 결핍이 아니었다"며 "절대적인 결핍 속에 있지 않더라도 혁신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이 혁신하려면 '이대로 가면 안 된다'는 위기의식이 있어야 한다. 극심한 소득 양극화, 찢어진 사회, 내 편 아니면 적, 이런 우리 사회가 지속 가능할지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 그런 문제의식이 하나의 결핍이 될 수 있다"고도 했다.
김 지사는 끝으로 "구성원 각자가 도전 하게끔 하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하는데, 우리 사회는 이미 갈 길이 다 정해져 있다. 잘나가는 길, 안 되는 길이 정해져있다"면서 "이 부분을 깰 수 있다면 대한민국은 최고가 될 것이다. 국민의 잠재력, 역량, 의지, 그런 부분에서 참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동연 지사를 단장으로 한 경기도대표단은 반도체 산업 글로벌 협력 강화와 첨단산업 투자유치 세일즈를 위해 10월27일부터 11월2일까지 오스트리아와 네덜란드 등 유럽을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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