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례회 개회사서 서울시 주요 사업 조목조목 비판
"호락호락하게 넘어가지 않겠다" 인터뷰 새삼 주목
4일부터 17일까지 시의회 후반기 첫 행정사무감사
4일 서울시의회 등에 따르면, 최 의장은 지난 1일 제327회 정례회 개회사를 통해 오 시장에 쓴소리를 했다. 지난 6월 의장 취임 후 그가 오 시장과 서울시를 상대로 이처럼 견제구를 날린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먼저 그는 최근 오 시장이 발표한 지상철도 지하화 사업에 이의를 제기했다. 최 의장은 "시는 31조원 개발이익을 감안하면 예산 투입 없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엄청난 공사비는 선 투입이고 개발 이익은 후불이기 때문에 사전에 막대한 재원이 조달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최 의장은 각종 대형 개발사업에서 민간 투자가 활발하게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점, 우선순위를 둘러싼 자치구 간 이해관계 조정 어려움 등을 언급하며 지상철도 지하화 사업에 우려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최 의장은 '희망 고문'을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면밀한 사전 준비와 정교한 사업 분석 없이 발표 위주로 진행되다가는 이해관계를 가진 수십만 서울시민들에게 '기약 없는 희망 고문'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오 시장이 지난달 21일 발표한 '외로움 없는 서울' 계획에 대해서도 최 의장은 성급하다는 평을 내놨다.
그는 "고립, 은둔, 소외 등은 서울이라는 거대도시, 현대도시의 숙명적 그늘이며 이 그늘에 햇살을 드리우는 일은 단기간에 가시적 성과가 나오기 힘들다"며 "그것을 노린다면 과욕이고 사람에 대한 존중이 아니다. 긴 안목으로 꾸준하게 접근해 주시기를 요청드린다"고 언급했다.
서울시 산하 기관을 겨냥한 날카로운 지적도 있었다. 그는 "서울시정의 많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미진한 부분 또한 있는 것이 분명한 현실"이라고 짚었다.
최 의장은 시립교향악단을 겨냥해 "2021년의 자주재원 비율이 32%였던 상황이 내년 예산안에는 21%로 크게 떨어졌고 그 결과 시 출연금, 즉 시민 세금 지원이 2021년 140억원에서 230억 원으로 대폭 늘어났다"며, "이대로 가서는 안 된다. 어느 정도 기관의 연륜이 쌓이고 운영 노하우가 축적되면 자립 비중이 높아지는 것이 순리인데 오히려 역주행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내년 도입될 수상교통수단 '한강버스'의 최대 출자자인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역시 비판을 면치 못했다.
최 의장은 "출자·출연기관과 사업소는 서울시라는 울타리를 믿고 현실에 안주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존재 가치를 언제든 시민들에게 증명할 수 있도록 긴장해야 한다"며 "서울시도 다양한 새 사업을 많이 시도하면서 이를 출자·출연기관에 맡길 경우에는 필요한 인력과 재원을 확실히 보장해줘야 한다"고 했다.
최 의장은 지난 7월 뉴시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서울시와) 협치할 것은 협치하고 목소리를 낼 것은 목소리를 낼 것인데 표현 방법이 (김현기 상반기 의장과) 조금 다를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어 "저는 조금 뭔가 부드럽게 다가가는 스타일이라 하면 김 전 의장님은 딱딱하게 다가가서 나중에 부드럽게 풀어주는 스타일"이라며 "저는 부드럽게 다 들어주는 것 같지만 호락호락하게 그렇게 막 넘어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최 의장이 오 시장과 서울시를 향해 처음으로 각을 세운 시점이 의미심장하다. 이번 개회사를 신호로 서울시의회는 임기 후반기 첫 행정사무감사를 시작한다.
시의회 각 상임위원회는 4일부터 오는 17일까지 행정사무감사를 실시한다. 18일부터 20일까지는 교섭단체 대표연설과 시정질문이 이뤄질 예정이다. 오는 21일부터 다음 달 19일까지는 서울시 예산안 심의가 이뤄진다.
최 의장이 같은 당 소속인 오 시장을 상대로 기치를 올린 가운데 시의회 다수당인 국민의힘이 어떤 각오로 이번 행정사무감사에 임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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