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전당 토월정통연극 '햄릿' 리뷰
1601년 영국 런던에서 처음 공연된 이래 420여년 동안 변주되고 있는 스테디셀러다. 클래식에 도전하는 만큼 '조승우의 햄릿은 어떻게 다른가'를 보여줘야 할 난제를 풀어야 한다.
이미 올해 국내 연극계에서는 굵직한 두 '햄릿'이 관객들을 만났다. 젊은 배우의 힘과 원로 배우의 노련함이 조화를 이룬 신시컴퍼니의 작품과 햄릿을 '공주'로 설정한 국립극단의 '햄릿'이 지난 여름 격돌했었다.
예술의전당 햄릿은 앞선 두 작품에 비하면 비교적 원전에 충실한 편이다. 무대 디자인도 간결하다. 앞으로 올수록 낮아지는 깊이 23m의 계단식 복도가 펼쳐져 있고, 구질서에 대한 상징인 거대한 벽과 기둥이 우뚝 솟은 모습이다. 그렇기에 더더욱 관객의 관심이 조승우의 연기력에 꽂힐 수밖에 없다.
유령으로 나타난 아버지는 자신이 살해당했음을 알리며 진실 규명과 복수를 주문한다. 그러면서도 복수의 행위가 마음을 더럽혀서는 안되며 어머니를 저주해서도 안 된다는, 동시에 충족하기 어려운 숙제를 던져주자 햄릿은 고뇌한다.
햄릿에 빙의한 듯 보이는 조승우는 노래하듯 대사를 읊으면서도 정확한 딕션으로 관객들의 귓전에 대사를 꽂는다. 증오와 배신감에 몸을 떨다가 때로는 절규하고, 광기에 사로잡혔나 싶으면 이내 서늘한 눈빛으로 침잠해 가는 모습에 객석에선 이따금씩 탄성이 터져 나온다.
백상예술대상 백상연극상 수상작 '그을린 사랑', 세기말 미국 뉴욕을 재현한 '엔젤스 인 아메리카' 등을 연출한 신유청이 처음으로 셰익스피어 작품에 도전했다. 신유청 연출이 의도한 햄릿은 뒤틀어진 시대, 악에 길들여진 사람들에게 맞서려 하는 인물이다. 햄릿은 자신에게 주어진 무거운 책임감에 힘겨워 한다. "시대의 관절이 모두 어긋나 버렸어. 그걸 바로잡는 일, 그 저주가 내 운명이었다니…"
햄릿이 고뇌하는 인물이라면 그와 비슷한 처지에 놓인 노르웨이 왕자 '포틴브라스'는 실행하는 사람이다. 그 역시 왕위를 삼촌에게 빼앗겼지만 빼앗긴 영토를 찾기 위해 전장에서 활약한다. 햄릿은 덴마크를 이끌어갈 지도자로 포틴브라스를 지목하고 죽는다.
11월17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극장 토월극장에서 공연한다. 티켓은 일찌감치 전 회차, 전석 매진됐다.
◆★ 공연 페어링 : 캐모마일
'햄릿'은 인간 본성의 심연을 들여다 보게 하는 작품이다. 배우들이 울고, 웃고, 분노하고, 방황하고, 고뇌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관객들도 감정 소모가 큰 편이다. 배우와 관객 간 185분의 '밀당'이 끝나면 그야말로 '그로기' 상태가 될 것.
이런 때엔 술보다는 따뜻한 차 한 잔으로 감정을 다스리고 일찍 잠자리에 드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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