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신정원 기자 = 유럽연합(EU) 이사회(정상회의) 의장은 31일(현지시각) 이스라엘이 유엔 산하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의 자국 내 활동을 금지한 결정을 이행할 경우 EU-이스라엘 무역 협정을 무효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샤를 미셸 의장은 이날 스위스 제네바에서 기자들에게 "이스라엘 의회가 내린 결정이 시행되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미셸 의장은 "정치적 최고위급을 포함해 EU 내에서 EU-이스라엘 간 단체협정(AA)을 재검토해야 할 때가 올 것이란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EU 단체협정은 EU와 제3국 간 법적 구속력이 있는 협정이다. 일반적으로 정치, 경제, 무역 또는 인권 개혁에 대한 약속을 대가로 체결한다,

EU와 이스라엘 간 협정은 2000년 발효됐으며 양측 무역의 법적 근거가 되고 있다. EU는 이스라엘의 최대 무역 파트너이지만 이스라엘이 EU에서 차지하는 무역 규모는 25번째에 그친다.

UNRWA는 이스라엘 건국 10년 만인 1967년 설립된 유엔 산하 구호기구다. 40년간 이스라엘이 점령한 서안지구와 가자지구, 동예루살렘, 레바논, 시리아, 요르단 등에서 학교 및 병원 등을 운영하며 팔레스타인 난민을 지원해왔다. 지난해 10월 가자지구 전쟁 발발 후에도 규모는 줄었지만 이스라엘이 봉쇄한 이 곳에 구호품을 나르는 핵심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이스라엘 의회는 지난 28일 UNRWA의 자국 내 활동을 금지하는 법안을 가결했다.

'이스라엘 영토에서 대표부 설치, 서비스 제공 또는 모든 직·간접 활동을 할 수 없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또 이스라엘 정부기관이 UNRWA와 접촉할 수 없고 대신 활동하는 것도 금지된다.

이 법안은 90일 후 발효될 예정이다. 법적 효력이 어디까지 미칠지는 아직 확실치 않으나 가자지구 내 활동을 크게 제약할 것은 분명하다.

EU는 31일 보도자료에서 "이 법안이 시행되면 동예루살렘을 포함한 서안지구에서 UNRWA의 모든 활동이 중단된다"며 "사실상 가자지구에 대한 중요한 활동과 서안지구의 보건, 교육, 사회 서비스가 방해받고, 이스라엘에서의 외교적 특권 및 면책이 취소되는 등 광범위한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EU는 이스라엘과 UNRWA 간 1967년 협정을 폐기하거나 유엔난민기구의 임무 수행을 방해하는 어떤 시도도 규탄한다"며 "1949년 유엔총회가 채택하고 그 이후 갱신된 임무에 따라 UNRWA가 중요한 업무를 계속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한국과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캐나다, 호주 등 7개국도 지난 27일 외교장관 명의의 공동성명을 내고 "이미 심각하고 빠르게 악화하고 있는 (팔레스타인의) 인도주의 상황에 파괴적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하며 이스라엘 정부에 국제법상 의무를 준수해 UNRWA의 활동을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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