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초등생 사망 사고에 주민들 "보행로 폭 너무 넓어"
택배·오토바이 등 차량 진출입 잦아 "사고 우려 컸다"
안전전문가 "어린이 인지 능력 맞춘 설계·조치 필요"
[광주=뉴시스]박기웅 기자 = 광주 한 아파트에서 초등생이 폐기물 수거차량에 치여 숨지는 참사가 발생하자 입주민들은 "예견된 사고였다"며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전문가들도 교통 안전 약자인 어린이 인지 능력에 맞춘 구조 설계와 보완 조치 부재를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31일 광주 북구 신용동 한 아파트 단지 분리수거장 앞에는 전날 하교 중 폐기물 수거 차량에 치여 숨진 초등생을 추모하기 위한 공간이 마련됐다.
입주민 A씨는 "보행로 폭이 넓어 쓰레기 수거 차량이 보행로에 들어올 수밖에 없게 돼 있다"며 "분리수거장을 왜 이렇게 차도에서 멀리 설치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사고 현장에서 본 단지 내 보행로 폭은 약 10m 정도였다. 차도와 분리수거장의 거리가 있는 탓에 쓰레기와 폐기물 수거차들은 항상 차도에 올라와 수거 작업을 했다는 게 주민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입주민 B씨는 "보행로가 넓고 차량이 들어올 수 있게 된 구조로 차도와 보행로 구분이 되지 않는다"며 "이 때문에 택배 차량과 배달 오토바이들도 보행로에 들어와 항상 아이들이 사고를 당할까 걱정됐다"고 말했다.
C씨는 "보행로 진입 차량도 많고 무분별하게 주차해 놓은 차도 많아 항상 사고에 노출돼 있었다. 인도 위로 차량이 들어오지 못하게 하거나 펜스를 설치하는 등 조치가 필요했었다"고 한탄했다.
D씨는 "입주민들이 입주 초기에도 사고가 난 분리 수거장 위치가 위험해 보인다고 위치를 옮기자 논의하기도 했다"며 "아이는 보행로이니 당연히 안전할 것이라 여겼을 것이다. 너무 가슴 아프다"고 했다.
안전 분야 전문가는 보행로와 차도 구분이 어렵고 안전 약자인 어린이와 성인이 함께 통행하는 아파트 구조 특성상 이에 맞는 안전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송창영 광주대학교 방재안전학과 교수는 "보통 성인의 시각은 180도지만 아이들은 시각은 90도 수준이다. 아이들이 차가 달려와도 보지 못하고 뛰어가는 이유다. 아동의 인지 능력에 맞춘 교통안전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이들은 성인과 달리 차량과 어른들이 자신을 보호할 것이라고 인지한다. 사각지대가 많은 아파트 내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안전조치는 물론 설계부터 방재 공학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30일 오후 1시20분께 분리수거장 앞에서는 하교 중이던 7살 초등학생이 후진 중인 5t짜리 생활폐기물 수거 차량에 치여 숨졌다.
해당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은 이날 사고가 난 분리수거장 보행로 출입로의 차량 진출입을 막는 기둥을 설치했다. 추후 입주민들과 협의를 통해 추가 안전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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