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이' 재밌다면…창극 '이날치전' 보러 오세요

기사등록 2024/10/31 16:38:55

국립창극단, 11월14~21일 신작 '이날치전' 초연

[서울=뉴시스] 국립창극단원들이 신작 '이날치전'을 연습하고 있다. 오른쪽이 '이날치'역을 맡은 이광복 단원. (사진=국립극장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이예슬 기자 = "'정년이'를 본방사수하고 있어요. 이 드라마로 인해 창극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 같아서 고마워요. 저희가 보여드릴 '이날치전'은 재미에 더해 깊이 있는 예술성까지 느낄 수 있는 작품이라고 장담합니다." (유은선 국립창극단장)

국립창극단이 내달 14~21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신작 '이날치전'을 초연한다. 조선 후기 8명창 중 한 명이자, 날쌔게 줄을 잘 탄다고 해 '날치'라고 불린 이경숙(1820~1892)의 삶을 소재로 한 창작 창극이다.

최고의 국극(창극) 배우에 도전하는 소리천재를 주인공으로 하는 tvN 주말드라마 '정년이'의 인기로 창극에 대한 매력도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지고 있다. 이번 공연은 창극의 매력을 라이브로 즐길 수 있는 기회다.

정종임 연출은 31일 오후 국립극장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창극단원들은 소리를 20년 넘게 한 분들이라 소리의 깊이 면에서 진수를 느낄 수 있다"며 "공연장에서는 울림 자체가 달라 영상매체의 소리와는 또 다르다. 훨씬 깊고 풍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국립창극단원들이 신작 '이날치전'을 연습하고 있다. 왼쪽이 주인공 '이날치'를 맡은 김수인 단원. (사진=국립극장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이날치는 양반집 머슴으로 태어나 조선 최고의 명창이 되기까지 줄광대와 고수를 거쳐 소리꾼이 된 인물이다. 신분의 굴레를 벗어던지고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며 예인으로 살아간 이날치의 삶을 다양한 일화로 보여준다.

주인공인 '이날치' 역에는 창극단을 대표하는 젊은 소리꾼 이광복과 김수인이 더블 캐스팅됐다.

이광복은 "이날치가 새소리를 내면 실제로 새가 날아들었다는 일화가 있다. 소리의 이면을 잘 표현했기 때문에 이런 속설이 생기지 않았을까 싶다"며 "이날치 명창을 감히 따라갈 수는 없겠지만 판소리가 가진 이면을 깊이 생각하고 그려낼 수 있는 소리꾼으로 표현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이광복 국립창극단원이 신작 '이날치전'을 연습하고 있다.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김수인은 "이날치 선생님이 살았던 시대를 옮겨온다면 사극이 되겠지만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가 연기한다면 그게 바로 지금의 이날치"라며 "시대가 주는 힘이 캐릭터에 분명 얹어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우리의 모습 그대로 연기하면 현 시대와 소통할 수 있는 이날치가 돌아오는 것이 아닐까 한다"고 했다.

이날치는 조선 시대 신분사회에 저항하며 소리를 향한 열정으로 명창이 된 입지전적 인물이지만, 이름을 날린 것에 비해 마지막 행보나 삶에 관해서는 전해지는 이야기가 많지 않다. 이에 극본을 쓴 윤석미 작가는 역사서 속 기록을 토대로 작가적 상상력을 불어넣어 이날치를 둘러싼 이야기를 새롭게 직조했다.

윤 작가는 "이날치는 머슴으로 태어났지만 양반계급이 무너져 내리는 시기에 태어났기 때문에 예인의 길을 가면 신분을 바꿀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을 가진 인물로 설정했다"며 "이날치가 죽기 살기로 해내는 모습이 21세기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 귀감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김수인 국립창극단원이 신작 '이날치전'을 연습하고 있다. (사진=국립극장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이날치전'은 일종의 '연희 종합선물세트'를 추구하는 공연이다. 줄타기, 판소리, 고법, 탈춤, 사자춤 등 우리 전통예술의 정수를 다양하게 담았다. 특히 무대 위 줄타기 장면이 백미다.

판소리의 주요 눈대목이 두루 녹아 있어 전통 소리의 매력도 물씬 느낄 수 있다. 특히 명창들이 소리 실력을 겨루는 통인청대사습놀이 장면에서는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이나 힙합의 랩 배틀처럼 소리를 역동적이고 속도감 있게 풀어낼 예정이다.

정종임 연출은 "한때는 스승이었지만 라이벌이 된 박만순 명창과 이날치가 같은 대목을 불러 겨루는 장면에서 서로 소리를 주거니 받거니 하며 랩 배틀 같은 모습이 펼쳐진다"며 "전통 판소리에는 이런 형식이 없지만 이번에 한번 만들어 봤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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