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업무 하다 쉬는 시간에 수업하는 건가…" 교사는 지쳤다

기사등록 2024/10/31 15:53:58 최종수정 2024/10/31 19:12:16

전교조 울산지부 회견 "채용·시설·회계업무 부과 말라"

[울산=뉴시스] 구미현 기자 =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울산지부는 31일 울산시교육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사들에게 채용, 회계, 시설 업무를 부과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2024.10.31.  *재판매 및 DB 금지


[울산=뉴시스]구미현 기자 = "체육 전담 교사로서 운동회 업무, 소년체전 등 각종 체육 관련 업무를 맡고 있다. 대회를 앞두고는 보험회사도 알아보고, 렌터카 계약도 한다. 학생 선수 옷, 신발 사는 것도 제 몫이다"

울산 동구의 한 초등학교 5학년 담임교사로 근무하는 임모씨의 토로다. 올해로 교사 생활 24년차를 맞은 그는 초년생 시절이나 서울 서이초 사건이 발생한 이후인 지금이나 학교 현장은 변한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임 교사는 “수업을 하다 남는 시간에 행정업무를 하는 것인지, 행정 업무를 하다 쉬는 시간에 수업을 하는 것인지 이제는 헷갈릴 지경”이라고 했다.

또 다른 울산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저학년의 경우 협력 강사 채용, 학습 부진 학생을 가르치는 두드림강사 채용, 도서관 도우미 채용, 배움터 지킴이 채용 등 각종 업무를 학기 초인 3월에 도맡아 하고 있다"며 "아이들을 알아가야 하는 3월에 채용업무을 하느라 시간을 허비한다. 이런 학교에 아이를 맡기고 싶겠느냐"고 따졌다.

그는 이어 "인간으로서 일에 한계치라는 게 있지만 교사 업무는 한계가 없다"며 "교과서 한 줄 덜 가르치는 건 표가 안나지만 채용업무 못하면 표가 난다. 수업보다 채용업무에 신경써야 하는 게 지금 학교의 가장 큰 문제"라고 우려했다.

이 교사는 "채용업무를 하다 보면 초과 업무를 할 수 밖에 없지만 초과를 다는 것조차 일처럼 느껴져 하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울산=뉴시스] 구미현 기자 =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울산지부는 31일 울산시교육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사들에게 채용, 회계, 시설 업무를 부과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기자회견에 앞서 최근 사망한 인천의 한 초등학교 특수교사를 추모하기 위한 묵념을 하고 있다.  *재판매 및 DB 금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울산지부는 31일 울산시교육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사들에게 채용, 회계, 시설업무를 부과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전교조 울산지부는 "과도한 행정업무는 교사를 죽음으로 몰아가고 있고, 교사가 수업을 준비하고 아이들과 함께 할 시간과 여유를 송두리째 빼앗아 가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교사들이 오롯이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 마련이 필요하다"며 "교육활동은 교사가, 행정업무는 직원이 하는 게 기본"이라고 덧붙였다.

전교조 울산지부는 "지난 2월 울산시교육청에 단체교섭 요구안으로 ‘채용 회계 시설 업무를 교사 업무에서 분리하라’고 요구했지만 울산시교육청은 ‘단체교섭 요구안 수용 불가’라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천창수 교육감은 ‘교사가 가르치는 일에 전념할 수 있는 교육 여건을 만들겠다’고 공약을 제시했다"며 "교사들은 그 공약에 열렬히 환영하며 박수와 지지를 보냈지만 현재까지 궁색한 변명만 늘어놓고 있다"고 질타했다.  

박현옥 전교조 울산지부장 "공약은 지키라고 있는 것"이라며 "교사가 가르치는 일에 전념할 수 있도록 교사 업무 정상화 방안을 즉각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 밖에 교사 정원 확보, 학급당 상한제 실시 등을 요구했다. 

한편 전교조 울산지부는 기자회견에 앞서 최근 사망한 인천의 한 초등학교 특수교사를 추모하는 시간을 가졌다. 인천 미추홀경찰서와 특수교육계에 따르면 지난 24일 오후 8시께 초등학교 특수교사인 30대 A씨가 미추홀구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특수교육계는 평소 A씨가 격무에 시달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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