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회사가 '가족친화인증기업'…취소도 안 해

기사등록 2024/10/30 07:00:00 최종수정 2024/10/30 09:20:26

여성가족부, '일·가정 양립 우수' 기업 선정해 각종 혜택

대통령실, 내년 1월부터 '세무조사 유예 신청' 도입 예고

2022년~2023년 간 노동법 위반 1825건…기소 192건 달해

지난 5년 간 취소 기업 14개뿐…하나은행·코스맥스 인증 유지

野장철민 "혜택 강화하지만 본 목적인 가족친화 조성 뒷전"

[서울=뉴시스] 김명원 기자 =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17층 여성가족부의 모습. 2022.01.11. kmx1105@newsis.com

[서울=뉴시스] 고홍주 기자 = 정부가 저출생 해결을 위해 일·가정 양립이 우수한 '가족친화인증기업'에 대한 세무조사를 유예하는 등 파격적인 대우를 예고하고 나선 가운데, 인증 기업 중 노동법을 위반한 사례가 2000건 가까이 되는 등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인사부장, 인사팀장과 함께 양벌규정(행위자와 법인을 함께 처벌)에 따라 남녀고용평등법 등 위반 혐의 유죄가 확정된 하나은행도 여전히 가족친화기업에 이름을 올리고 있어, 제도 사각지대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여가위) 소속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2년부터 2023년까지 가족친화기업 중 근로기준법과 남녀고용평등법을 위반한 사례가 총 1825건이었다.

이 중 기소가 192건, 일부 기소가 14건이었다. 과태료는 26건, 행정종결(권리구제) 965건, 행정종결(반의사불벌) 628건이었다.

가족친화인증제도는 2008년 도입된 것으로, 여가부가 근로자의 일·가정생활을 조화롭게 병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업을 선정한다. 국가계약상 업체 선정에서 가점을 받고, 신용평가 반영 및 보증료 감면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제도 도입 후 지난해까지 총 5911개 기업과 기관이 가족친화인증을 받았다.

대통령실은 지난 27일 저출생 대책의 일환으로 가족친화인증기업에 대한 혜택을 확대, 국세 정기세무조사 대상으로 선정될 경우 내년 1월부터 조사 유예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막상 인증 후 취소 사유가 발생해도 제대로 조치를 취하지 않는 등 제도에 허점이 드러났다. 여가부 고시 '가족친화기업 등 인증기준'에 따르면, 인증 기업이 최소 요구사항을 지키지 않는 경우 인증을 취소할 수 있다. 여기에는 ▲주40시간 근로시간 준수 ▲육아휴직 제도 보장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위반 등 15가지가 있다.

그러나 위반 사항이 적발된 기업 중 직장 내 괴롭힘이 27건에 달했고, 이 중 6건은 기소가 됐음에도 인증이 취소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심지어 여가부는 법 위반 현황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여가부는 지난해 9월 고용부에 '가족친화기업의 관련 법규 위반 점검'을 요청했으나, 이번 달 들어서야 자료 갱신을 요청했다. 또 인증심사를 위한 가족친화인증위원회도 올해 한 차례도 개최하지 않았다.

결국 최근 5년 간 인증 취소된 기업은 14개 업체뿐이었다. 인사 채용 과정에서 여성 지원자 합격을 제한해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으로 유죄가 확정된 하나은행, 2년째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라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하지 않아 이행강제금을 부과 받은 코스맥스 등도 여전히 인증기업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와 관련해 장 의원은 "정부가 가족친화기업에 대한 세무조사 유예까지 추진하며 혜택을 강화하고 있지만, 정작 본래 목적이었던 가족친화 환경 조성은 뒷전"이라며 "일과 가정이 조화롭게 병행할 수 있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장 의원은 가족친화기업 인증의 필수 기준을 명시하고, 인증기준에 적합한지 여부를 분기별 의무로 조사하도록 하는 법 개정안을 준비 중으로, 조만간 발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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