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심 모두 벌금형…"모욕 의사 인정돼"
대법 "전후 살피면 경미한 추상적 표현"
[서울=뉴시스] 이종희 기자 = 지역주택조합 추진위원회 조합원들이 모여 있는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서 위원장을 향해 '도둑X'과 같은 표현을 사용했더라도 모욕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당사자들의 관계, 표현을 사용한 이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엄격히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지난 8일 모욕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15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경기도 평택시 한 지역주택조합 추진위원회 조합원으로, 2019년 12월부터 2020년 4월 초까지 조합원 70여명이 모여있는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서 위원장 B씨를 향해 '도적X', '양두구육의 탈', '법원 심판을 통해 능지처참', '자질 없는 인간', '무책임한 인간', '적반하장의 극치', '비열하고도 추악한 행태', '미친개한테는 몽둥이가 약' 등의 표현이 포함된 글을 올린 혐의를 받았다.
A씨는 재판에서 "공익적인 차원에서 추진위와 위원장의 태도에 대한 의견을 밝혔을 뿐 사회상규에 위배되는 표현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1심은 모욕 혐의를 인정해 A씨에게 벌금 150만원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한 것으로서 피해자에 대한 모욕에 해당한다고 판단된다"며 "모욕 의사 또한 인정된다"고 지적했다.
A씨가 불복했으나, 2심은 "원심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A씨가 게시글을 단체대화방에 올린 전후관계 등을 살펴보면 해당 표현이 모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사건을 다시 심리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당시 추진위는 주택조합설립인가를 신청했다가 평택시가 보완자료를 요구하자 취하하고 재신청 절차를 거치지도 않았다. 또한 조합원들에게 회계 자료를 공개하지 않아 추진위와 조합원들 사이에 갈등이 생긴 상황이었다.
이에 추진위 운영방식에 불만을 품은 조합원들이 비대위를 조직했고, A씨도 여기에 가입했다. A씨는 비대위에 가입한 조합원들이 모인 단체대화방에서 추진위를 비판하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대법원은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작성한 글들의 전체적 맥락 안에서 표현들이 가지는 의미와 비중, 사건 표현들이 이루어진 이 사건 대화방의 성격 등을 살펴보면, 피해자에 대한 부정적·비판적 의견이나 감정이 담긴 경미한 수준의 추상적 표현 또는 무례한 표현이 담긴 글에 해당할 뿐 피해자의 외부적 명예를 침해할 만한 표현이 포함된 글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2papers@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