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현장, 2주기 추모 발걸음 이어져
희생자 유가족, 자녀 둔 부모, 청년들 발걸음
"하루 빨리 진상 밝혀 책임자 처벌 이뤄지길"
이태원 참사 2주기를 맞은 29일, 참사가 발생했던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골목에는 희생자들을 기리는 국화가 놓였다.
지나가던 시민들은 걸음을 멈추고 "실제로 보니 더 좁다" "벌써 2년이 지났다" 등의 얘기를 나눴다. 위령제를 지내는 이들도 있었다. 경남 마산에서 왔다는 손말순(69)씨는 "자식을 키우는 입장에서 마음이 아파 (여기) 왔다"고 했다.
이날 '기억과 안전의 길'로 탈바꿈한 참사 현장에는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발길이 이어졌다. 희생자들의 이름이 적힌 빌보드 사진 작품을 보며 참사 당일의 기억에 대해 얘기하거나 눈물을 훔치는 이들도 여럿이었다.
2년 전 참사로 딸 박율리아(당시 25세)씨를 잃은 박아르투르(66)씨도 현장을 찾았다.
러시아인 희생자 박율리아씨는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며 1년 반 동안 한국에 머물렀다. 현재 고향인 러시아에는 그의 추모비가 마련돼 있다. 헌화 후 한참동안 눈물을 흘리던 박씨는 서툰 한국어로 "여전히 마음이 아프다"고 전했다.
자녀를 둔 부모들도 쉽게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자녀를 둔 정미림(47)씨도 지인들과 함께 골목길을 찾았다. 정씨는 "다들 자녀를 양육 중인데, 모두 스무살 무렵이다. 얼마든지 여기 올 수 있었던 것 아니냐"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정씨는 "오고, 안 오고, 그것이 잘못된 선택이나 잘된 선택이 아니다. 내 아이가 될 수도 있었고, 다른 아이가 될 수도 있는 건데 내 아이가 아니라서 다행이라고만 생각하며 살 수는 없지 않냐"고 말했다.
정씨는 책임자가 처벌 받고 미흡한 시스템은 개선됐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정씨는 "국가가 정치를 제대로 하긴 하는건가, 권한을 누리기만 하고 행사할 의사조차 없는 것이 아닌가"라며 "정치가 부재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자녀를 뒀다는 김지은(50)씨도 시간을 내 참사 현장을 찾았다. 김씨는 한참동안 골목 안을 들여다보며 눈물을 글썽였다.
김씨는 "2년이나 됐는데 아직 처벌 받은 책임자도 없지 않냐. 애들 잘못이 아닌데, 억울함이 없어야 대한민국에서 아이를 믿고 키울 수 있지 않겠냐. 정치적인 일도 아닌데 이태원 참사를 정치적인 것처럼 여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목소리는 계속 이어졌다. 서울 양천구 목동에서 왔다는 장모(74)씨도 "대통령, 행정안전부 장관, 지자체, 구청장, 경찰 전부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며 "하루 빠리 진상이 밝혀지길 바란다"고 질타했다.
김모(70)씨도 "국민들의 의식 수준이 많이 높아졌는데, 정치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표리부동"이라며 "이런 참사가 반복되는데도 계속 '꼬리 자르기'만 할 뿐이다. 청년들이 놀러 왔다가 이렇게 된 게 너무 안타깝다"고 전했다.
2022년 10월29일 서울 이태원동 경사진 좁은 골목에 인파가 몰리며 158명이 숨지고 196명이 다쳤다. 이후 생존 학생 1명이 심적 고통을 호소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어 참사 희생자는 159명이 됐다.
이태원 유가족들은 이날 오후 7시께 '기억과 안전의 길'을 찾아 추모 메시지 낭독문화제를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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