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 함께하며 뭉치는 우리가 됐으면" 서울대 추모 물결[이태원참사 2주기]

기사등록 2024/10/29 15:29:08 최종수정 2024/10/29 16:30:16

서울대서 이태원 참사 2주기 추모대회 열려

"'159'는 단순 숫자 아냐…각각의 삶 기억하겠다"

포스트잇에 추모 글·나무에 보라 리본 매달아

[서울=뉴시스] 안윤서 인턴기자 = 이태원 참사 2주기를 맞은 29일 서울대학교 권리의제단위 9곳은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캠퍼스에서 희생자들을 기억하기 위한 추모대회 '별들의 이름 함께 기억하기'를 열었다.  2024.10.29.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홍연우 기자, 안윤서 인턴기자 = "10월30일이 된다고 해서 유가족들의 슬픔이 줄어드는 건 아니니까요. 계속해서 이태원 참사를 함께 기억하고 추모했으면 좋겠어요."

이태원 참사 2주기를 맞은 29일 서울대학교 권리의제단위 9곳은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캠퍼스에서 희생자들을 기억하기 위한 추모대회 '별들의 이름 함께 기억하기'를 열었다.

이날 발언에 나선 조성윤(23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3학년)씨는 "참사를 이야기하기 어려운 대학이라는 공간에서 기억하고 추모하는 마음을 드러내고, 혐오에 맞서 싸우고, 참사의 진실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고, 다시는 이와 같은 참사가 재발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기억과 추모에 함께 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학내 이태원 참사 유가족 간담회와 유가족에게 편지쓰기 행사를 기획하기도 한 조씨는 "준비할 때는 걱정이 산더미 같았지만, 행사를 열고 보니 기우였다"며 "많은 이들이 바쁜데도 시간과 마음을 내어줬다. 앞으로도 더 연대하고, 슬픔과 아픔에 함께하며 뭉치는 우리가 됐으면 한다"고 말을 맺었다.

이어서 마이크를 잡은 세민(서울대 사회복지학과)씨는 "참사를 둘러싼 수많은 이야기를 제대로 정리할 의지 하나 없이 함부로 얘기하는 무책임과 무관심에 질렸고, 사고나 사망자란 표현을 통해 인재(人災)가 아님을 주장하던 그들의 말에 동의하지 않기 때문에 (이태원 참사가) 잊히는 게 무섭다"고 했다.

그는 "저에게 이태원 참사를 기억한다는 말은 기어코 삶을 사랑하겠다는 다짐"이라며 "'159'가 단순히 숫자가 아닌 사람임을 알고 각자의 삶이 그린 궤적을 따라가 단순히 희생자가 아닌, 각각의 이름 석 자를 기억하겠다는 선언"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10·29 이태원참사 2주기 추모식에서 유가족과 참석자가 희생자의 영정에 헌화하고 있다.(공동취재) 2024.10. 29. photo@newsis.com


이태원에서 나고 자란 김영원(서울대 국어교육과)씨는 참사 당일의 기억을 공유했다.

김씨는 "제가 기억하는 제일 오래된 기억은 이태원에서 출발한다"며 "그날 이태원역은 꽤나 이상했다"고 회상했다.

과외가 30분 늦게 끝나 운 좋게 살아남았다는 그는 "평소처럼 수업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갔다면 저도 (참사) 현장에 있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아직도 무력감과 죄책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태원 참사로 인해 제 인생에 대한 태도에 분명한 변화가 생겼다"며 "우리가 언제나 생각보다 취약한 존재일 수 있다는 것을 유념하고, 타인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것이 제가 이태원 참사를 기억하고 애도하는 방식"이라고 했다.

이날 서울대 교내에는 이태원 참사 2주기를 추모하는 부스가 설치돼 학생들이 추모의 글을 남길 수 있도록 했다. 나무에는 보라색 리본이 걸렸으며, 관악중앙몸짓패 골패는 '조국과 청춘의 비'라는 노래에 맞춰 추모 공연을 선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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