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 금리부터 깎는 은행들[이자장사 논란 재점화①]

기사등록 2024/10/26 10:00:00 최종수정 2024/10/30 09:28:09

정기예금 기본 2%대로, 기준금리 인하 전후로 하향 조정 지속

5대 은행 주담대는 0.10%p 더 올라…예대차 확대로 실적 행진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소비자들의 집값 상승 전망이 9개월 만에 하락했다.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에 따른 아파트 매매 거래 감소와 매매 가격 상승세 둔화 영향이다. 2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0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주택가격전망CSI는 116으로 전달(119)보다 3포인트 떨어졌다. 하락 이후 9개월 만에 내림세다. 사진은 23일 오후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2024.10.23. kmn@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정필 기자 =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한 시점을 전후로 시중은행 수신금리는 빠르게 내려가고 여신금리는 되레 올라가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앞서 기준금리 인상기에도 비슷하게 벌어졌던 현상이다.

당시 대출금리는 급격히 치솟았는데 예금금리는 어느 정도 올라가다가 다시 떨어진 바 있다. 고객들 사이에서는 은행들이 금리 인상기나 인하기나 매번 유리한대로 이자를 조정하면서 돌아오는 혜택이 줄어들고 부담만 지속된다는 비판이 나온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에 공시된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기본금리는 현재 연 2%대까지 떨어진 상태다. 은행 상품별로 보면 전일 기준 국민은행 KB스타 정기예금 2.50%, 하나은행 하나의정기예금 2.60%, 신한은행 쏠편한 정기예금 2.65% 등 수준이다.

앞서 은행들은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을 선반영해 채권 등 시장금리가 내려가자 발 빠르게 예·적금 이자를 낮춰왔다. 이에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하기 전 3.5%일 때 이미 주요 정기예금의 우대금리를 포함한 최고금리가 기준금리 이하 수준인 3.3~3.4%대로 내려왔다.

한은이 이달 11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3.5%에서 3.25%로 내린 후에도 은행 예적금 금리는 더 떨어지고 있다. 우리은행은 23일 적립식예금인 '우리 퍼스트 정기적금' 금리를 기존 2.20%에서 2.00%로 0.20%포인트 내렸다.

농협은행은 거치식 예금 금리를 0.25~0.40%포인트 인하했다. 적립식 예금 금리는 0.25~0.55%포인트, 청약 예금과 재형저축 금리는 0.25%포인트 각각 낮췄다. 업권은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실제 시장금리를 수신상품에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반면 주택담보대출을 비롯한 여신상품 금리는 기준금리 인하 후에도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올라가고 있다. 5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고정금리는 전일 기준 3.74~6.14%로 집계됐다. 지난달 말 3.64~6.15%에서 하단이 0.10%포인트 상승했다.

앞서 은행들은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늦추라는 금융당국 주문에 가산금리를 높이고 우대금리를 낮추면서 대출금리를 상향 조정해왔다. 기준금리 인하 후에도 가계부채 급증세가 재발할 수 있기 때문에 당분간 대출이자를 내리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대출금리는 올라가고 예금금리는 내려가는 추이는 앞서 기준금리 인상기 때도 나타났던 현상이다. 한은이 통화 긴축에 들어간 2021년 8월 이후 은행의 대출금리는 급격히 치솟았다. 지난해 초 주담대 변동금리 상단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5년 만에 8%를 돌파한 바 있다.

반면 2022년 11월 5%를 넘겼던 정기예금 금리는 다시 3%대로 떨어졌다. 당시에도 오락가락하는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과, 이를 상황마다 유리한대로 적용해 여신과 수신 금리에 차이를 두고 반영하는 은행권의 셈법이 있었다.

5대 은행의 예대금리차는 지난 8월 평균 0.57%포인트로 집계됐다. 전월 0.43%포인트에서 약 0.14%포인트 오르며 넉 달 만에 확대 전환했다. 은행을 핵심 자회사로 둔 금융지주사들은 분기마다 수조원 규모에 이르는 이자수익으로 최대 실적 행진을 이어나가는 중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roma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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