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남성, 폭행·재물손괴 등 혐의로 기소
1심 法 "피해자 진술 신빙성 인정 어려워"
"확신을 갖게 하는 엄격한 증거에 의해야"
[서울=뉴시스] 조성하 기자 = 자신의 집에서 여자친구를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남성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의 판단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피고인 김모(25)씨와 피해 여성 A(19)씨는 지난 2018년 4월부터 2019년 9월 중순까지 교제했던 사이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김씨는 2019년 7월19일 서울 성북구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A씨를 침대 위로 밀친 후 주먹으로 얼굴을 다섯 차례 폭행했다. A씨의 이성관계가 의심된다는 이유에서였다.
김씨는 경찰에 신고하려는 A씨의 휴대전화를 빼앗아 바닥에 던졌고, 액정 화면을 깨뜨려 수리비 24만4000원 상당이 들도록 손괴한 혐의를 받았다.
약 세달 후, A씨로부터 이별을 통보 받고 화가 난 김씨는 A씨를 침대 위로 밀친 후 손바닥으로 얼굴을 수차례 폭행했다고 검찰은 봤다.
하지만 이같은 폭행·재물손괴 등 혐의를 심리한 서울북부지법 형사3단독 박석근 부장판사는 지난달 27일 김씨를 무죄로 판결했다.
박 부장판사는 A씨의 진술과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김씨의 혐의가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짚었다.
박 부장판사는 A씨의 법정 진술태도를 언급하며 "A씨의 진술은 전체적으로 그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피해 시점 등 사실관계와 관련, A씨의 진술이 수사기관에서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계속해서 변경되고 모순된다는 것이다.
일례로 A씨는 당초 고소장에서 김씨가 '얼굴을 주먹으로 마구 때렸다'고 적시한 것과 달리, 경찰 조사 이후부터는 '손바닥으로 때렸다'고 폭행 방법에 대한 진술을 번복한 것으로 판시됐다.
박 부장판사는 "또 A씨는 김씨의 폭행으로 왼쪽 볼이 찢어지는 상해를 입었다고 했지만 A씨를 진료한 의사의 진료기록부에는 해당 상처에 관한 기록을 찾아볼 수 없는 점에 비춰봤을 때 이 진술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증인들의 진술 역시 A씨로부터 폭행당한 사실을 들었다는 것에 그쳐 A씨의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되지 않는 한 유죄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고 박 부장판사는 덧붙였다.
그러면서 박 부장판사는 "형사재판에서 범죄사실의 인정은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검사의 입증이 위와 같은 확신을 가지게 하는 정도에 충분히 이르지 못한 경우에는,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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