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들 불황 속에서도 인내…수출처 다변화 전략 주목

기사등록 2024/10/27 07:00:00 최종수정 2024/10/27 07:24:16
[서울=뉴시스]SK이노베이션 울산 콤플렉스(CLX) 전경. (사진=SK이노베이션) 2024.08.2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류인선 기자 = 국내 주요 정유사들이 공급 과잉과 원유 가격 상승 등으로 불황을 겪고 있는 가운데, 수출처를 다변화는 전략이 주목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정유 4사는 호주와 일본을 상대로 한 수출 물량을 확대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중국과 인도가 정유 시설을 새로 지어 자체 소비는 물론, 수출까지 나서면서 새로운 판로 개척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정유사들이 판로 확대에 적극적인 배경에는 국제 경제 상황 변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거래 상대방을 선점해야 한다는 절실함이 있다. 공장 가동률을 일정 수준 이상 유지해야 하는 산업적 특성도 반영됐다.

현재 정유사들의 이익률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인 싱가포르 정제마진은 3달러 안팎을 보인다. 4~5달러인 손익분기점을 감안하면 현재는 적자 생산 시점이다.

금리 인상, 미국 대선 후 경기 회복, 중국의 내수 부양책 등의 영향으로 2025년 반등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원유 도입 거래, 저장, 생산 등에 3개월 이상 걸리기 때문에 사전에 수출처를 확보해야 적기에 실적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호주와 일본이 석유 제품 수입국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제 시설이 축소되면서 인근 국가인 한국으로부터 석유 제품을 수입하는 국가가 된 것이다.

정제 설비가 급감한 호주는 2021년 이후 한국의 최대 석유제품 수입국이 됐다. 2011년 호주의 일일 정제 능력은 74만배럴이었지만, 2022년 23만배럴로 10년 사이 31%로 떨어졌다. 설비 노후화로 인한 비효율성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석유 제품의 일종인 경유 수요는 늘었다. 2021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경유 저장 시설은 7억8000만리터 증가했다. 경유 의무 비축 일수도 20일에서 28일로 확대됐다.

일본은 엔저 현상으로 관광객이 몰리면서 휘발유 수요가 급증했다. 한국산 휘발유 시장 점유율이 81%를 차지할 정도다. 일본 내부의 정제 시설도 정기 보수 등으로 생산량이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정유사들은 수출 비중이 높아 마진이 개선됐을 시기를 대비해 미리 판로를 확대해야 한다"며 "고비를 넘기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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