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우 "주택을 소유했는지, 어디에 사는지 등 종합 고려"
전문가 "다른 지역에 집이 있는 사람 청약하지 못하도록"
일각선 지방·수도권 외곽 '갈아타기' 등 기회 박탈 의견도
[서울=뉴시스] 고가혜 기자 = 정부가 이른바 '줍줍'이라고 불리는 무순위청약 제도 개선에 시동을 걸고 있다. 규제 완화 이후, 일부 단지에서 경쟁률이 지나치게 치솟으며 '로또 청약'이라 불리는 등 과열 양상이 벌어진 데 따른 것이다.
28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지난 7일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엄태영 국민의힘 의원이 "로또 청약과 줍줍 논란을 개선할 대책을 마련하고 있냐"고 묻자 "주택을 소유했는지, 어디에 사는지 그리고 청약이 과열된 지역인지, 그렇지 않은 지역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해법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해 3월부터 거주 지역과 보유 주택 수에 상관 없이 국내에 거주하는 성인이라면 무순위 청약이 가능하도록 무순위 청약 요건을 대폭 완화한 바 있다. 과거 집값 급등기 무순위 청약이 과열 양상을 빚자 정부는 2021년 5월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무주택자'로 청약 자격을 제한했다. 하지만 2022년 하반기부터 금리 인상과 미분양 물량으로 시장이 얼어붙고 지난해 2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아파트 일반분양에서 미분양이 대거 나오자 요건을 대폭 완화한 것이다.
그러나 올해 들어 공사비가 급상승하고, 서울 아파트값이 빠르게 오르자 다시 무순위 청약에 관심이 더 커졌다. 게다가 정부의 규제 완화로 무순위 청약 문턱이 이전보다 낮아지면서 수억원의 시세차익을 기대하는 청약 수요가 급증했다.
실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이연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부동산원으로부터 받은 무순위 잔여세대 청약 경쟁률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0년 1월부터 올해 8월까지 공급된 무순위 청약 경쟁률 1위는 지난 7월 청약을 진행한 경기 화성시 '동탄역 롯데캐슬'로 나타났다.
해당 단지 무순위 청약은 전용면적 84㎡ 1가구 모집에 294만4780명이 몰리면서 역대 최고 경쟁률을 경신했다. 한국부동산원은 한때 청약홈 사이트에 약 250만명이 넘는 인파가 동시에 몰리면서 사이트 마비 사태까지 일어나자 이례적으로 기한을 하루 더 연장하기도 했다.
뒤 이어 ▲지난해 6월 분양한 서울 동작구 '흑석 자이'가 82만9801대 1 ▲올해 5월 세종 어진동에 분양한 '세종 린 스트라우스'가 43만7995대 1 ▲올해 2월 서울 강남구 개포동에서 공급된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가 33만7818대 1 등으로 높은 경쟁률을 보였는데, 역시 규제가 완화된 지난해 3월 이후 나온 줍줍이었다.
이에 부동산시장에선 무순위 청약 제도가 무주택자의 주거 안정이라는 청약제도의 취지에 맞지 않고, 청약 시장이 투기판으로 변질되고 있는 만큼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일각에서는 당첨 확률이 극도로 낮은 청약까지 정부가 직접 나서 제한하는 것은 지방 및 수도권 외곽에 살고 있는 1주택자들의 '갈아타기' 등 기회를 박탈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수도권 소재 유주택자인 A씨는 "똑같이 평생 세금 내는데 주택이 있다고 로또 무순위 청약을 못 하게 한다니 이는 역차별이 아닌가 싶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유주택자 B씨는 "미분양이 많은 지역에서 나오는 줍줍 청약은 다주택자들이 어느 정도 흡수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마저 제동을 걸어버리면 미분양은 더 늘어나고 분위기도 다시 안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른바 '선당후곰'(당첨 먼저 되고 고민하자)식의 묻지마 청약을 막기 위해 지역 제한을 부활하고, 유주택자에 대해서는 청약을 금지하는 방안 등 규제 강화가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로또 청약은 최근 서울 아파트값 상승으로 인해 안 그래도 불안한 투자심리를 자극하면서 관심이 없던 이들까지 끌어들였고, 경쟁률이 높아질수록 청약을 통한 내 집 마련의 꿈은 더 멀어져 간다"며 "이런 분위기 속에서 동탄역 롯데캐슬은 15억원 정도 되는 시세의 3분의 1 가격인 4억8000만원에 분양가가 나왔으니 난리가 안 나면 그것이 이상한 일이다. 이런 이벤트성 로또는 더 이상 만들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무순위 청약은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집이 있는 사람이 청약하지 못하도록 하고,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무주택자한테 우선 당첨의 기회를 줘야 한다"며 "줍줍 아파트 청약의 경우 하루에 여러 단지가 몰리지 않도록 청약날짜를 미리 분산시키는 것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gahye_k@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