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엔플러스, 제3자배정 유상증자 13번째 '지연'
수백억 적자 행진…고점 대비 주가 90% 빠져
400억 규모 미상환 CB 보유, 조기상환청구 부담↑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전날 이엔플러스는 120억원 규모 유상증자 대금 납일이 24일에서 다음달 7일로 연기됐다고 공시했다. 이 유상증자는 지난해 3월 발표됐지만, 이번까지 13번이나 정정됐다. 발행 당시 신주 발행가액은 5740원이었지만, 이엔플러스의 주가 하락으로 1447원으로 조정됐다. 회사는 지난 9월 예정된 12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도 여섯 차례나 연기되며 다음달 말로 미뤄졌다.
유상증자 납입이 지연되는 원인은 CB투자자의 자금 문제도 존재하겠지만, 현재 이엔플러스의 상황이 녹록지 않은 영향이 크다. 이엔플러스는 2017년부터 적자의 늪에 빠지면서 재무 구조가 악화된 상황이다. 최근 3년 동안에는 2차전지 신사업 진출 영향으로 매년 수백억원대 적자를 지속하고 있다.
이엔플러스의 영업손실은 지난 2022년 132억원, 2023년 239억원, 2024년 상반기 120억원 등 매년 적자 폭이 확대되며 재무구조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엔플러스는 2차전지 신사업 매출을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빠른 적자구조 탈피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신사업으로 추진하는 2차전지의 시설투자 및 영업 활동에 따른 비용이 증가하면서 적자가 확대됐다"며 "글로벌 2차전지 기업들과의 제품 개발 및 공급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회사의 주가 하락 및 영업적자는 최근 2차전지의 업황 부진 뿐 아니라 국내 증시의 투심 악화 영향이 크다"고 덧붙였다.
이엔플러스는 지난해 상반기 주가가 폭등하면서 대규모로 발행했던 CB가 부메랑이 되고 있다. 이엔플러스는 2차전지 신사업 기대감으로 지난해 3월 4000원대에서 움직이던 주가가 한달 만에 장중 1만6300원까지 올랐다. 이후 주가는 꾸준히 하락세를 타면서 1500원대까지 떨어져 고점 대비 10분의 1 토막이 났다.
문제는 회사의 주가 상승 모멘텀이 약화된 상태에서, 미상환 CB 물량이 주가 하락을 가속화 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미상환 CB가 주식으로 전환될 경우 주가에 하방 압력을 가할 수 있고, 주가 하락이 지속될 경우 막대한 규모의 조기상환청구 요청이 들어올 수 있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이엔플러스는 약 408억원 규모의 미상환 CB를 보유하고 있다. 22회차부터 27회차까지 약 218억원 규모의 CB 주식으로 전환이 가능한 상태다. 하지만 대부분의 CB는 리픽싱(전환가액 조정)이 최초 발행가액의 70%까지 가능해 사채권자들은 조기상환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전환가액이 현 주가(1400원대) 보다 높은 2000원대 중후반에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특히 CB투자자들은 내년 상반기까지 이엔플러스의 25~30회차 CB(약 398억원) 풋옵션 행사가 가능해져, 회사는 채무 상환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이엔플러스는 지속되는 적자로 인한 재무구조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상반기말 기준 이엔플러스의 결손금은 2046억원에 달하고, 자기자본은 반년 만에 약 150억원이 감소한 649억원을 기록했다.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37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113억원) 대비 크게 감소했다. CB투자자들의 조기상환 요청이 들어올 경우 채무 상환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이엔플러스에 대해 "주가 하락세가 지속될 경우 투자자들의 상환 요청이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며 "큰 호재가 있지 않는 한 주가 하락과 상환 부담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엔플러스 관계자는 "기존 소방차 사업부문에서 2차전지 사업으로 매출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며 "사우디 아람코 자회사와의 글로벌 2차전지 합작법인(JV) 설립과 현지 드라이전극 전문 연구소 법인 설립 등 2차전지 사업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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