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경제 전망 악화에…ECB 총재 "빅컷도 배제하지 않아"

기사등록 2024/10/23 16:08:58 최종수정 2024/10/23 19:46:16

"6월 이후 움직임은 합리적…여정의 방향은 명확"

[프랑크푸르트=AP/뉴시스]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지난 6일(현지시각)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ECB 이사회 회의 후 기자회견을 가지고 있다. 2024.06.08.

[서울=뉴시스]박광온 기자 = 유로존 20개국의 통합중앙은행인 유럽중앙은행(ECB) 수장이 향후 빅컷(기준금리 0.5%p 인하)도 선택지 중 하나로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ECB는 올해 들어 이달까지 3차례의 기준금리를 인하한 가운데, 유로존 경제 악화 전망이 나옴에 따라 더욱 공격적인 움직임도 배제하지 않고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이날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6월 이후의 (금리 인하) 움직임은 합리적이며 이 같은 여정의 방향은 명확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하지만 25bp(1bp=0.01%p) 인하를 계속할 것이라는 의미는 아니다"며 "속도는 결정돼야 한다"고 전했다.

WSJ는 라가르드 총재가 향후 50bp의 금리인하를 뜻하는 '빅컷'도 주시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ECB는 지난 6월 주요 정책 금리를 25bp 내린 바 있다. 이는 2022년 7월 이후 1년11개월 만에 인하 조처다. ECB는 2022년 7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10차례 연속 정책금리를 인상한 후, 5차례 연속 동결 결정을 내렸다.

이 같은 정책 전환은 유로존의 물가상승률이 변동을 거듭하면서도 점차 목표치인 2%를 향해 가고 있다는 확신이 커진 영향이다.

유로존의 연간 인플레이션은 2021년 4월 2%를 하회한 이후 상승을 거듭하다, 3년5개월 만인 지난 9월 1.7%를 기록했다. 다만 ECB는 올해 말에 물가상승률이 재차 올랐다가 내년 들어 2%에 머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라가르드 총재는 정책 입안자들에게 현재 통화정책이 효과가 있다고 자만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그는 "우리는 신중해야 하며 성급하게 결론을 내려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특히 라가르드 총재는 향후 유로존 경제 전망이 악화하고 있다며, 데이터 경로를 따라 더 공격적인 인하도 감행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실제 국제통화기금(IMF)는 이날 세계 경제 규모가 0.8% 감소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WSJ는 "ECB 경제학자들도 12월에 다음 전망을 발표할 때 예측치를 낮출 것으로 예상된다"며 "투자자들은 정책 입안자들이 그달 회의에서 25bp 인하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내년 초엔 더 큰 움직임이 있을 가능성도 보고 있다"고 전했다.

유로존 주요 중앙은행 총재들도 라가르드 총재와 같은 목소리를 냈다.

마리오 센테노 포르투갈 중앙은행 총재는 최근 워싱턴DC에서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주최 행사 연설을 통해 유로존 일자리 시장이 약화되고 있는 징후가 보이면 더 큰 폭의 인하가 하나의 선택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프랑수아 빌르두아 드갈로 프랑스 중앙은행 총재도 이르면 오는 12월에도 빅컷 등 모든 옵션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올리 렌 핀란드 중앙은행 총재는 최근 워싱턴DC에서의 한 연설에서 유로존 성장 전망이 약화됐지만 인플레이션 급등으로 인한 연착륙이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밝혔다.

또 그는 향후 금리 인하의 '속도와 범위'는 인플레이션 전망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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