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료 산업용만 또 올렸다…기업 경쟁력 약화 우려 속 '고육지책'

기사등록 2024/10/23 14:49:10 최종수정 2024/10/23 18:16:16

내일부터 산업용만 16.1원…주택·일반 동결

산업계 "경쟁력 저하 우려, 함께 분담해야"

산업부 "수출물가에만 반영, 국내영향 미미"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최남호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과 김동철 한국전력 사장이 23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전기요금 조정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2024.10.23. ppkjm@newsis.com

[세종=뉴시스]이승주 이현주 기자 = 한국전력이 부채 200조원·누적 적자 41조원 등 재정 악화가 계속되자 전기요금 인상을 단행했다. 다만 지난해 5월 이후 미뤄진 주택·일반용 요금은 또 동결한 채 산업용만 연이어 인상하자, 고물가에 서민부담도 크지만 산업계에 부담을 전가하는 것 아니냐는 반발도 크다.

산업계는 올해 역대 최대 수출 목표를 달성하고 내수까지 견인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까지 전년 보다 전기요금이 더 오르자 산업계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23일 산업통상자원부 및 한전 등에 따르면 24일부터 산업용 고객에 한정해 전력량 요금을 ㎾h(킬로와트시)당 평균 16.1원 인상한다. 요금별로는 대기업이 쓰는 산업용(을)은 ㎾h당 16.9원, 중소기업이 주로 사용하는 산업용(갑)은 ㎾h당 8.5원 오른다.

이번 요금 인상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글로벌 에너지 가격 인상된 후속 조치다. 그동안 서민 부담을 우려해 요금 인상을 미룬 결과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격에 전기를 공급해온 한전이 막대한 적자를 떠안았다.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최남호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과 김동철 한국전력 사장이 23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전기요금 조정방안 발표를 위해 단상에 오르고 있다. 2024.10.23. ppkjm@newsis.com

결국 지난 2022년 이후 정부는 6차례 요금 인상하는 동시에 자구노력 등을 병행했지만, 여전히 상반기 기준 한전은 연결 기준 부채 203조원에 시달리고 있다. 게다가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등 미래 첨단산업 기반을 위한 전력망 확충과 정전 등을 예방하기 위한 전력설비 보수가 시급하다.

결국 정부는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전기요금은 낮은 수준인 데다 모든 종류의 요금이 원가에도 못 미치지만, 문제는 주택·일반용 요금 인상은 계속 미룬 채 산업용만 연이어 인상한 점이다. 모든 전기요금은 지난해 5월 이후 동결됐는데, 그 중 대용량 산업용만 지난해 11월에 이어 연이어 인상했다.

이는 한전의 재무를 개선하는 동시에 요금 인상으로 인한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부의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서울=뉴시스] 한국전력이 24일부터 산업용 고객에 한정해 전력량 요금을 ㎾h당 16.1원 인상한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산업용 고객은 약 44만호로 전체 고객의 1.7%이지만 전체 전력 사용량은 절반이 넘는 53.2%를 차지한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최남호 산업부 2차관은 "산업용 (고객은) 약 44만호로 전체 고객의 1.7%(에 불과하지만) 전력 수요는 전체 수요의 53%"라며 "영향 받는 고객수를 최소화하면서 누적 적자를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경제는 고물가에 내수 부진을 겪고 있다. 이에 정부는 올해 역대 최대 수출 목표를 달성해 내수를 견인한다고 공언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전기요금 인상이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 대상인 산업용(갑)까지, 전년보다 더 큰 폭 인상되자 자칫 기업 경쟁력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이상호 한국경제인협회 경제산업본부장은 "이미 고금리·고환율로 한계 상황에 놓인 국내 산업계의 경영활동 위축이 가속화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대한상공회의소도 논평을 내고 "세계경제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기업경쟁력에 미칠 영향을 우려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제조원가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산업용 전기요금만 연속 인상하는 것은 성장의 원천인 기업활동에 부담을 주고 산업경쟁력을 훼손할 가능성이 크다"며 "전기요금 인상요인은 반영하되 산업계는 물론 우리 사회 전반의 전기소비자가 비용을 함께 분담하고 에너지 효율화에 적극 동참하게 만드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우려했다.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24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오피스텔의 전력량계가 보이고 있다. 2024.09.24. 20hwan@newsis.com

이에 대해 산업부는 수출과 내수 등에 전혀 문제가 안된다는 입장이다. 최남호 2차관은 "산업용 을에 해당하는 기업은 대부분 제조업에 해당되는 수출 대기업이다. 수출에서 원가 중 전기요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1.3~1.4%에 불과하다"며 "수출 물가에 반영되고, 만약 요금이 가격에 반영되더라도 수출 물가에 반영되기 때문에 국내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산업계에서 고통을 분담해줄 것을 부탁했다. 그는 "물론 기업이 부담을 많이 하기 때문에 마음이 무겁고 죄송하다"면서 "(국가의) 어려웠던 상황이 지나고 상황이 좋아지면 과거에 (한전이) 공기업으로서 맡았던 부분을 (기업들이 맡아서 사회에) 환원한다고 생각해주면 어떨까 한다"고 말했다.

인상을 단행하기 전에 산업계와 협의한 바 있는지 묻자 "협의라고는 말하진 못하지만, 사전에 협조는 구했다"며 "단체와 소통정도는 했고, 요금을 인상한다고는 했다"고 답했다.

그럼에도 전기요금 인상분으로 한전의 재무구조가 개선되긴 역부족이다. 최 차관은 "산업용 전기요금이 OECD 36개국 중 26위다. 굉장히 낮은 수준이다. 인상을 해도 우리나라 요금이 아직도 높지 않은 상황"이라면서도 "인상으로 안정적인 흑자 기조로 전환된다"고 했다.
[서울=뉴시스]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회관. (사진 = 대한상의) 2024.06.2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김동철 한전 사장은 인상으로 한전이 얻게 될 수입에 대해 "대기업 평균 사용량을 고려하면 연평균 약 1억1000만원 내외로 증가할 것 같다"고 추정했다. 누적 적자가 41조원인 점을 고려하면, 분기 기준 흑자로 돌아서도 누적 적자를 해소하는 데에는 추가 인상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한전의 자구책과 추가 인상이 병행될 전망이다. 김 사장은 "자구 노력으로 본사조직 축소 등은 모두 이행한 상태다. 남은 것은 여의도 남서울 부지나 인재개발원 등 부동산 매각이 남았다. 서울시와 (부동산 등) 종을 상향하는 문제가 남아 네 차례 협의했다"며 "필리핀 석탄발전소도 매각 추진 중인데 두 차례 유찰된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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