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산단'위기에 지역경제 먹구름[휘청이는 여수국가산단②]

기사등록 2024/10/22 09:30:00

석유화학 공장 매출 감소로 지방세 반토막…지역경제 타격

"여수산단 10년 안에 문 닫습니다"…인터넷 카페 '갑론을박'

직격탄맞는 식당·주점·여행사·관광업…석유화학 부흥하기를

[여수=뉴시스] 김석훈 기자= 여수시 학동 상가길. 여수국가산던 경기가 좋을 때 많은 인파가 몰리는 곳이다. 2024.10.2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여수=뉴시스] 김석훈 기자 = ”여수산단이 정말 위험해요? 설마, 그럴리가 없죠, 늘 있어왔던 일이잖아요.“

50여 년간 국가와 지역경제를 철옹성처럼 지켜온 여수국가산단 석유화학 공장이 공급과잉, 수요감소, 원자잿값 폭등으로 수출이 부진하고 매출이 반 토막 나는 위기에 처했다.

일부에서는 여수산단의 위기를 양치기 소년의 거짓말처럼 여기며 또 되살아날 것이라고 믿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여수산단 석유화학 공장들은 통계수치에 따라 한결같이 어려움을 토로했다.

산단 석유화학 공장의 위기는 전문가와 비전문가, 공장 관계자와 시민의 생각이 다르다. 공장가동이 멈추는 것을 바라보고 인력 재배치 대상이 되는 현장 직원들은 현실적 생각에 말 못 할 고민만 깊어지고 있다.

◆여수시 지방세 징수 ‘반 토막’

여수산단의 매출 실적에 따라 국세와 지방세의 납부 규모가 달라지고, 지역경제에도 고스란히 파급효과가 미치고 있다.

여수시의 경우 올해 7월 지방세 징수액은 1813억원으로 지난해 7월 2958억원에 비해 47.8%가 감소했다. 1년 사이 세수 격차는 1141억원으로 웬만한 터널이나 도로를 개설할 수 있는 액수다.

작년 4000억원이 지방세로 걷힌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를 보인다.

여수산단 내 주요 4개 기업의2022년 기준 국내 NCC 공장의 가동률이 90%대에서 올해 상반기 70%대로 감소한 여파다.
[여수=뉴시스] 김석훈 기자= 한적한 여수시 학동 상가길. 2024.10.2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버티기 힘들다는 여수산단, 정말일까?

전남 여수와 순천·광양지역 인터넷 카페에서는 최근 여수국가산단이 매출이 떨어졌는지, 공장가동이 멈췄는지, 구조 조정이 일어나고 있는지 등 논쟁으로 후끈거리고 있다.  
 
”여수산단 10년 안에 문 닫습니다”라는 한 시민의 글에 “그럴 리 없다”는 댓글과 다소 공감된다는 댓글이 수십 개 달렸다.

여수산단 내 석유화학 공장들은 글로벌 공급과잉과 수요감소 등으로 판로가 막히며 역대급 어려움을 겪고 있는 통계 수치가 무색해지고 있다. 

연간 매출이 반 토막 났고, 국세와 지방세수도 역시 반 토막이다. 공장을 가동해 생산하면 할수록 제품이 쌓이며 손해를 보는 구조인 셈이다.

실제로 A사는 일찌감치 공장 매각을 시도했으나, 새로운 주인이 선뜻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 과정서 직원들을 재배치했고 새로운 자구책 마련에 들어갔다.
 
B사는 공모를 통해 100억원대 이상 공장 운전 자금을 모으려 했으나 3억~4억원 모으는 데 그쳤다. 공장을 가동할 돈도 구하기 힘든 현실에 직면했다.

별도의 사업 없이 석유화학 공장만은 가동하는 C사는 손해를 반감시킬 다른 사업 찾기에 분주하다. 장치산업의 특성당 당장 무엇인가를 시도하기 어려운 실정에 처했다.
[여수=뉴시스] 김석훈 기자= 여수국가산업단지 진입도로에 세워진 안내판. 2024.10.2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코로나 범유행에도 흔들림 없던 여수, 지역경제 ‘암울’

여수시민들은 저물어 가는 석유화학 산업 동향을 바라보며 다시 좋은 날이 올까 반신반의하고 있다.

여수지역 경제를 지탱해온 바탕은 여수산단 대기업공장이라기보다 이를 상대로 사업체를 운영해온 협력업체와 하도급업체, 소상공인들이다.
 
산단 기업이 매출 저하에 따라 최소한의 설비 정비 외 시설 보수나 재투자를 하지 않을 때 이 업체들의 일거리도 사라진다.

이는 감원 및 구조 조정, 업종 전환 등으로 연결되면서 일반 가정을 비롯한 지역 경제에 지대한 영향으로 연결된다.

◆“손님이 없어요” “산단을 살리자”…한목소리

식당과 주점, 소상공인들은 손님이 예전 같지 않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A횟집 업주는 “산단 공장이 호황일 때 10여 명씩 부서별 회식하는 손님으로 북적였는데, 요즘은 산단 유니폼을 입고 다니는 사람들을 눈 씻고 찾아봐도 보이질 않는다”면서 “예년보다 매출이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여행사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B여행사 대표는 “어렵다던 작년 이맘때도 산단 협력업체 직원으로 구성된 10팀을 해외 단체 관광 보냈는데 올해는 현재까지 두 팀에 그쳤다”며 “경기침체로 회사가 직원들의 단체 관광 지원 비용을 줄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30년 택시 운전을 해온 C씨는 “여수는 1500여 대의 택시가 운행되는데 여수산단의 급여일이나 성과급 등 보너스를 주는 날이면 북적북적했다”면서 “요즘은 경기침체로 손님이 뚝 떨어졌다, 유명 관광지 거리만 가봐도 금방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여수산단 D사 중역은 “중동 쪽에서 한 공장을 매입하려는 움직임이 있는데 잘 진행되지 않는 듯하다”면서 “이러다가 여수산단 석유화학 공장이 진화하지 못하고 과거 잘나갔던 고무신 만드는 공장처럼 전락하는 것이 아닌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여성단체 회장은 “여수산단이 어렵다고는 하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에 직면해있는지 여성들이 알 수 있도록 경제단체 대표의 강의를 들어보기로 했다”면서 “그동안 늘 황금알을 낳는 산업단지로만 알았는데 정작 그렇지도 않아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한 공무원은“세수확보를 통한 여수시의 안정적인 시정을 위해서라도 이 같은 현실을 직시함과 동시에 여수국가산단 입주기업의 경쟁력 강화와 함께 기업과 시민 간의 이해와 협조가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최근 여수산단을 퇴직한 A씨는 “여수산단 석유화학 산업의 위기는 때때로 있어왔지만, 가성비로 무장한 중국이 석유화학을 자급하다 못해 수출까지 하면서 우리의 석화산업의 목을 조이고 있다”며 “그동안 어찌어찌해서 위기를 모면하고 넘어갔지만, 공장 폐쇄를 막으려면 고부가가치생산품으로 전환을 위한 연구개발 및 투자의 길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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