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을 통해 영원을 깨닫는 한 소년의 감동적 성장기…'소년의 식물기' 출간

기사등록 2024/10/19 12:28:33 최종수정 2024/10/19 19:18:16

자연에서 배운 삶, 열여섯 편의 아름다운 공생 이야기

30년 글쟁이 이상권 작가, 자연과 식물속에서의 '깨달음'

[용인=뉴시스] 책 표지(사진제공=도서출판 별꽃)

[용인=뉴시스] 이준구 기자 = 식물의 시간이 멈추는 순간, 세상 모든 생명의 물결은 소멸할 것이다. 살아 있지 않은 물질에서 살아가는 것들의 힘을 불러낼 수 있는 생명체, 기적을 이룬 식물들을 향한 한 소년의 한없는 경배가 감동으로 다가온다.

30년을 훨씬 넘는 세월동안 오로지 글쟁이로 살아온 이상권 작가가 자연과 식물을 바라보며 영원을 알아가는 성장기 '소년의 식물기'를 출간했다. 자라온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긴 논픽션이다. 이순을 넘어 회갑이 된 나이에 60년 지나온 세월의 기록이자 어릴 적 감동의 표현들이다.

자연을 그리는 화가가 되고 싶었던 아홉 살 소년시절 그는 어느 날 커다란 암소 한 마리를 책임지게 되었고, 그때부터 소가 좋아할 만한 풀들을 찾아다니며 숲에서 뒹굴었다. 우연히 파브르의 어린 시절을 그린 만화를 보고는 과학자가 되리라 포부를 다지지만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꿈을 포기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를 한순간에 깨닫고 말았다.

작가가 돼서도 풀꽃과 동물의 삶, 그리고 생명의 힘을 문학에 담아왔다. 1994년 '창작과 비평에 소설을 발표한 뒤로부터 지금까지 다양한 장르에서 작품활동을 해왔다. 소설 '고양이가 기른 다람쥐'는 현재 고1 국어 교과서에도 수록돼 있다.

이번에 출간한 '소년의 식물기'는 모두 16개의 장으로 구성돼 글과 함께 작가가 직접 그린 식물 그림 40컷과, 그의 딸 이단후의 그림 136컷 등을 수록했다. 자연과학적 지식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뿐 아니라 동화적 감성까지 선사한다.

이 책에는 식물이란 자급자족하는 유일한 생명이자 가장 완벽한 존재라는 사실임을 깨달은 계기가 되는 사건과 이야기들을 엄선했다.

소년시절의 체험기는 어린 눈의 탄생부터 땅속에 단단한 터전을 일구는 뿌리, 나무의 몸으로서 중심을 잡는 줄기, 영양분을 비축하는 열매, 식물의 구조 및 변화 등의 과학적 원리와 함께 어우러져 소년의 기쁨과 고통, 설렘과 모험 같은 성장의 기록을 독자가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게 한다.

문화부 기자 출신의 박숙현 씨(도서출판 별꽃 대표)는 "이 책은 평생을 한 곳에서 살아가는 식물들처럼 뿌리를 튼실하게 하며 자기 삶을 충실히 살아가는 것, 다른 존재와 어울려 사는 것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며 "책을 통해 스쳐 지나가는 풀잎 한 자락에도 인간이 배워야 할 점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 영원을 배울 수 있다. 늘 감동적이고 주옥같은 글을 쓰는 이상권 작가의 책을 출판하게 돼 기쁘다"라고 말했다.

한양대 국어국문학과에서 문학을 공부한 이상권 작가는 ▲위로하는 애벌레 ▲애벌레를 위하여 ▲1점 때문에 ▲족제비의 안타까운 복수 ▲서울 사는 외계인들 ▲시간 전달자 등을 펴냈고, '하늘로 날아간 집오리'를 비롯한 10여 권의 책은 프랑스어 영어 일어 중국어 스페인어 등으로 번역, 출간되기도 했다. 2003년 제24회 한국어린이도서상 저작부문상을 수상했다.

책에 그림을 그려준 딸 이단후 씨는 서울과학기술대학교에서 미술을 전공했다.



[용인=뉴시스]이상권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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