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뉴시스와 취임 1년 기념 인터뷰
"10월11일 밤 떨림은 결코 잊을 수가 없다"
구로구청장 사퇴에 "판단 잘못 됐다 생각"
"경찰 후배들, 늘 바라봐야 할 것은 국민"
"따릉이 1위 마곡지구, 활력 넘치는 도시"
향후 행보 질문에 "구정에 온전히 집중"
진 구청장은 지난 18일 구청사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갖고 취임 1년 소감을 밝혔다. 그는 "시간이 참 빠르다. 아직도 지난 보궐선거 과정에서 느꼈던 간절한 마음과 무거운 책임감이 생생하게 떠오른다"며 "강서구를 지키고 변화를 바라는 구민들의 뜨거운 염원을 확인했던 10월11일 밤의 그 떨림은 결코 잊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취임 1년째가 되던 시기 진 구청장에게 가장 인상적으로 다가온 장면은 다름 아닌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과 이어진 작가의 소감이었다.
진 구청장은 "한강 작가가 포니정 혁신상 시상식에 가서 했던 말이 인상적이었다. 일상의 평범함을 유지하기 위해서 노력하겠다 이런 비슷한 말씀을 하셨던 것 같다"며 "노벨상 수상이라는 큰 변화 속에서도 평범함과 일상 속에서 흔들리지 않는 것을 중시했다. 저렇게 사는 게 참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다"고 언급했다.
진 구청장 역시 전국적으로 큰 관심을 끌던 보궐선거에서 승리한 뒤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려 노력했다고 털어놨다. 30년 이상 경찰로만 일했던 그는 문재인 정부 청와대 특별감찰반 비위를 폭로했던 김태우 전 구청장과 경합 끝에 승리하며 더불어민주당에서 일약 주목 받는 정치인이 됐다.
진 구청장은 "전국적으로 주목을 받는 선거였지만 들뜬 선거 과정을 빨리 잊는 게 좋겠다 생각했다"며 "구정 업무에 천착하고 집중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생각했고 그 마음이 지금도 그대로"라고 말했다.
이어 "바쁜 일정 속에서도 제가 항상 잊지 않고 새기는 것은 '처음처럼, 한결같이'라는 마음가짐"이라며 "선거 과정에서 느꼈던 절실함과 간절함은 지금도 여전히 가슴 속에 자리 잡고 있다. 그 초심 그대로 앞으로 남은 임기 동안에도 주민 여러분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구정을 펼쳐나가겠다"고 밝혔다.
초심을 강조하는 진 구청장에게 이웃 구로구에서 벌어진 일은 안타까웠다. 국민의힘 소속 문헌일 구로구청장이 보유 주식 백지신탁에 불복하며 전격 사퇴했기 때문이었다. 진 구청장은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야 하는 것이 선출직으로서 꼭 가져야 될 첫 번째 덕목"이라며 "어떤 변명이라도 그 문제에 대해서는 판단이 잘못됐다 생각한다.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 먼저"라고 언급했다.
1년에 걸친 구정 경험에서 진 구청장이 느낀 것은 경찰 행정보다 자치 행정이 더 어렵다는 점이었다. 그는 "경찰은 어느 정도 정해져 있는 답을 찾아가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 답을 찾았을 경우는 큰 실수를 하지 않는다"며 "그런데 자치 행정에서는 답이라고 생각하면 답이 아니라고 주장하시는 분들도 많다"고 했다.
30여년간 몸담았던 경찰 조직을 바라보는 심경은 복잡했다. 진 구청장은 "이태원 참사 문제 등으로 경찰 후배들이 사법 처리되기도 하고 그런 것을 지켜보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었다"며 "현장에 있는 경찰관이든 아니면 경찰의 수뇌부든 늘 바라봐야 될 것은 국민이다. 그게 흔들리는 경우도 가끔 보이는 것 같아서 안타까울 때가 있다"고 말했다.
진 구청장이 지난 1년 간 가장 집중했던 사안은 김포공항 고도 제한 문제였다. 강서구는 김포공항으로 인해 전체 면적의 97.3%가 고도 제한에 묶여 주민 재산권 행사에 제약이 컸다. 고도 제한으로 15층 이상 건물을 짓기 어려워 재개발·재건축 사업성이 떨어졌다. 빌라 등 노후 저층 주거지가 형성된 탓에 대규모 전세 사기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진 구청장은 고도 제한 완화는 김포공항뿐만 아니라 전국 14개 공항에 모두 해당되는 사안이라며 반드시 풀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말 오랜 시간 동안 강서구의 97.3% 정도 지역이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에 꼭 변화를 줘야 된다"고 밝혔다.
진 구청장은 "강서구가 마련한 고도제한 완화 기준안에는 기존 45m의 높이 제한을 80m까지 상향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며 "구가 마련한 기준안이 실현되면 재개발·재건축 추진과 지역 균형 발전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진 구청장이 관내에서 자랑스러워하는 곳은 마곡지구다. 2007년부터 시작돼 17년 간 진행된 마곡지구 개발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산업단지는 209개 기업과 입주 계약해 LG, 코오롱, 이랜드, 롯데, 넥센 등 175개 기업이 입주했다. 주거단지는 17개 단지 중 15개 단지가 입주했다.
마곡지구에 있는 마이스(MICE) 단지 조성 사업을 중심으로 김포공항 도시재생혁신지구 개발, 가양동 CJ공장 부지 개발 등 신경제축은 강서구를 서울의 경제 중심지로 만들기 위한 진 구청장의 핵심 전략이다.
김포공항 혁신지구 개발 역시 주목 받는 사업이다. 서울시와 강서구는 2030년까지 UAM(도심항공교통) 등 복합환승시설을 준공하고 2033년까지 항공업무시설과 첨단산업 시설을 조성할 계획이다. 총 사업비 2조964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진 구청장은 김포공항 혁신지구가 구민들의 생활을 크게 바꿀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는 "과거에는 공항이 비행기를 타는 사람들만 가는 장소였지만 앞으로는 쇼핑도 할 수도 있게 된다"며 "주민친화적인 시설이 들어오기 때문에 지역 경제에 훨씬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도시에 가까이 있는 외국의 공항 중에도 주변에 산업 시설과 기반이 잘 구축된 곳들이 많이 있다고 한다"며 "우리도 항공과 관련된 여러 산업이라든가 관련 기업들이 더 많이 들어온다면 훨씬 의미 있는 진전이 된다"고 평했다.
진 구청장은 낡은 현 구청사를 옮기는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1977년에 준공된 현 강서구청 본관은 노후화됐다. 게다가 가양동 별관, 화곡동 별관, 강서구의회, 강서보건소 등으로 분산돼 있어 주민이 업무를 처리하는 데 불편이 있었다.
마곡동 745-3번지 일대에 건립 중인 강서구 통합신청사는 지하 2층, 지상 8층, 연면적 59,377㎡ 규모로 구청 본관을 비롯해 보건소, 구의회 등이 한 곳에 집중된다.
진 구청장은 "강서구 통합신청사가 건립되면 강서세무서, 출입국관리소, 남북통합문화센터 등과 함께 공공기관 행정타운의 면모를 갖추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 강서구청 청사는 공공복합문화시설로 활용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진 구청장은 "현 청사 부지 일대 도시관리계획(강서지구 중심 지구 단위계획)을 수립 중에 있으며 청사 주변 환경 및 여건 분석, 신축·리모델링 등 개발방식, 재원 마련 방안, 지역주민 의견 수렴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 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임기를 2년 남긴 진 구청장의 향후 행보에 정치권 안팎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차기 국회의원 총선거 출마 가능성 등을 전망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본인은 이를 일축하며 구정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진 구청장은 "현 시점에서 향후 정치적 행보에 대해 구체적인 계획을 말씀드리기는 다소 이른 감이 있다"며 "아직 임기가 2년가량 남아있는 만큼 지금은 구민 여러분께서 맡겨주신 구정에 온전히 집중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언급했다.
또 "구청장으로서 일하면서 느낀 점은 이 자리가 정말 보람되고 의미 있는 일이라는 것이다. 구민들의 삶과 가장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현장에서 제 결정과 행동이 즉각적인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책임감과 동시에 보람을 느낀다"며 "이런 경험들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강서구 발전을 위해 계속해서 노력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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