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역 판매 노동자 84.1%, 감정노동 '위험' 수준

기사등록 2024/10/18 16:57:35 최종수정 2024/10/18 17:08:16

부산노동권익센터 '지역 판매직 노동자 조사' 발표

노동자 절반 이상 "고객에게 부당한 언행·요구받아"

[부산=뉴시스] 부산노동권익센터는 18일 오후 시의회 중회의실 2층에서 '부산지역 판매직 노동자 감정노동실태와 정책과제 토론회'를 열었다. (사진=부산노동권익센터 제공) 2024.10.1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부산=뉴시스]이아름 기자 = 부산 지역의 판매직 근로자 84.1%가 감정노동 위험 수준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부산노동권익센터(센터)는 18일 오후 2시 시의회 중회의실 2층에서 '부산지역 판매직 노동자 감정노동실태와 정책과제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발표회에서 센터는 부산의 판매직노동자 감정노동 위험수준이 84.1%에 달한다고 전했다. 이 수치는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고객응대 근로자의 감정노동평가지침'에 따른 센터의 평가 결과다.

또 센터는 지난 6~7월 34일간 부산지역의 판매직 노동자 105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면접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센터는 "코로나 기간에 노동자의 인력감축이 급격히 이뤄지면서 현재 노동자들이 높은 노동강도에 시달리고 있다"며 "일주일 평균 노동시간 48시간 이상 근무자가 21.7%로 나타나 노동시간이 길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결과에 따르면 부산지역 판매노동자의 54.6%는 '이직 의사가 있다'고, 노동자 53%는 '고객응대가 힘들어 업무시간이 끝날 때 아무 생각을 할 수 없다'고 답했다.

또 노동자 65.1%는 고객의 과도하고 부당한 언행·요구로 인해 감정노동을 하게 된다고 조사됐다. 관련 경험으로는 ▲언어 폭력(60.4%) ▲직위·성별·나이에 따른 차별(50.9%) ▲위협·괴롭힘(32.4%) ▲신체적 폭력(8.6%) ▲성적접촉·성희롱(18.9%) 등을 꼽았다.

하지만 노동자 다수(42.7%)는 고객에게 전화하거나 찾아가서 사과해야 했고, 이중 해고 위협을 받은 근로자는 20.4%인 것으로 드러났다.

아울러 노동자들은 화장실, 휴게실 등을 제때 이용하지 못해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과에 따르면 2명 중 1명은 하지정맥류, 5명 중 1명은 방광염, 2명 중 1명은 우울증, 5명 중 2명은 화병, 5명 중 1명은 공황장애를 겪고 있으며 3.5%는 자살 생각을 했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진료비 지원은 신체적 질병 (17.1%), 정신적 질환 (13.2%)만 이루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또 감정노동수당은 10명중 2명(22.6%)만이 받고 있고, 노조원은 비노조원보다 10배 가까이 감정노동수당을 더 많이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센터는 "감정노동자 보호교육은 응답자의 52.6%로 2명 중 1명꼴로 이루어지고 있고 대다수가 온라인교육으로 이루어진다"며 "형식적인 온라인 교육을 지양하고 노동자 보호 중심의 교육내용과 별도의 교육시간을 배정해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교육의 실효성을 짚었다.

그러면서 "감정노동수당, 감정노동휴가 등의 지급으로 감정노동에 대한 인정과 적정한 보상부터 시작해, 갑질고객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실질적 조치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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