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의 종료 후 논의 가능하다고 결론 낸 최임위
최저임금 결정 후 감감무소식…"사실상 불가능"
노동계 "최임위 직무유기…논의·연구는 당연해"
경영계 "노동계 문제…생산적 내용 어려울 것"
사측 눈치 보는 노동계…"차등적용 논의 나올라"
결국 2026년도 최저임금을 심의하는 시기가 돼서야 논의가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한철 협상'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20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현재 최임위는 '개점휴업' 상태다. 7월 최저임금 심의가 끝난 뒤 어떠한 별도의 논의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올해 심의의 화두 중 하나였던 플랫폼 종사자 최저임금 적용 문제도 예외가 아니다.
올해 최임위에선 처음으로 플랫폼 종사자들에게도 최저임금을 적용하자는 주장이 제기됐다. 노동계는 이들의 규모가 점차 커지고 있으나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분류되지 않아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봤다. 최저임금을 적용해 추후 '근로자성' 인정에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또 최저임금법에 플랫폼 종사자 등 '도급제근로자'의 최저임금을 별도로 규정할 수 있다는 조항을 근거로 제시하기도 했다.
경영계는 최임위에서 해당 논의를 진행하는 것 자체가 적절하지 못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국회 등에서 근로자성을 판단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주장이다. 이 같은 입장 차로 노사 간 팽팽한 신경전이 끊이질 않았다.
다만 정부는 최임위에서 논의 자체는 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공익위원 측에선 노동계에서 관련 자료를 준비하면 심의 종료 후 논의할 수 있다고 밝히며 매듭지었다.
◆아무 소식 없는 최임위…노동계 "직무유기"
심의가 끝난 후 정적을 깬 것은 최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의 국정감사였다. 민주당 측에선 이인재 최임위원장을 향해 플랫폼 노동자의 정확한 실태, 노동시간에 적절한 최저임금 산정기준 마련 등을 추가적으로 연구해 대안을 만들어달라고 주문했다.
이에 이 위원장은 "최임위는 노사공 사회적 협의체로 운영되고 있어, 연구과제 선정은 노사공이 서로 논의해서 합의하는 경우에만 가능하도록 돼 있다"며 "이 자리에서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가서 한번 논의를 해보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노동계와 경영계 모두 관련 논의 가능성을 두고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전호일 민주노총 대변인은 "내부적으로는 토론회 등을 통해 관련 자료를 준비 중"이라며 "내년도 심의에 대비해 미리 탄환을 만들어 놓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영계 및 공익위원 등 나머지 최임위 구성원들과 소통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한국노총 측은 이 위원장의 발언을 두고 "직무유기"라고 쏘아붙였다. 유동희 한국노총 정책부장은 "최임위가 노동계에 공을 넘기긴 했지만 위원회 자체엔 연구 기능이 분명히 존재한다"며 "고용노동부의 유권해석이 있었기 때문에 최임위가 관련 논의를 시작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논의 가능성과 관련해선 "사실상 못하는 것"이라며 "최임위는 합의체이기 때문에 어느 한쪽이 반대를 하면 장이 열릴 수 없다"고 말했다. 사측의 반대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관심 없는 경영계…"노동계가 주장한 문제"
노동계의 상황이 이러한 만큼 논의에 반대해온 경영계에서도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관계자는 "위원회에서 소식이 없다"며 "구체적인 안건이 제시되면 모여 논의를 할 순 있으나 노사 입장 차가 큰 사안이고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생산적인 내용이 나오기는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공익위원 간사 권순원 숙명여자대학교 교수는 "최저임금 관련 인터뷰는 불가능하다"며 선을 그었다.
◆40년 간 '한철 협상'에 그친 최임위
최임위는 상시기구다. 최저임금을 의결한 뒤에도 고용부 장관이 소집을 요구하는 경우, 재적위원 3분의1 이상이 소집을 요구하는 경우, 또 위원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 별도 회의가 열릴 수 있다.
다만 최저임금법 시행 후 40년 간 심의가 끝나고 난 뒤 회의가 개최된 것은 2017년과 2019년 단 두 번 뿐이다. 2017년 당시 최임위는 업종별 구분적용과 관련해 심의 후 특별위원회를 열어 검토한 바 있다. 2018년에는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관련 안건이 심의 종료 후 다뤄졌다. 5월, 6월 반짝하고 마는 셈이다.
문제는 해당 논의의 신호탄을 쏜 노동계가 사측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점이다. 노동계는 플랫폼 종사자 최저임금 문제를 꺼내면 사측에서 업종별 차등적용 논의부터 진행하자는 식으로 나올 수 있다고 본다. 구분적용을 둘러싼 노사 공방이 재점화되는 것을 우려하는 입장으로 분석된다.
한편 경사노위는 지난 4일 노사정 대표자 회의를 열고 플랫폼 노동과 관련해 별도의 위원회를 구성하기로 결정했다. 구체척인 의제를 설정해 논의의 속도를 낼 방침이다.
노동계는 경사노위 산하 지속가능한 일자리와 미래세대를 위한 특별위원회의 22대 실행 과제 중 하나로 '플랫폼·특수고용노동자 등 최저임금 확대 적용'을 제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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