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오후 온라인 무크지인 '보풀' 3호에 한강의 글이 게시됐다. 제목은 '깃털'로 외할머니와의 추억이 담겼다.
글에서 한강은 "문득 외할머니를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나를 바라보는 얼굴"이라며 "사랑이 담긴 눈으로 지그시 내 얼굴을 들여다보다가 손을 뻗어 등을 토닥이는 순간. 그 사랑이 사실은 당신의 외동딸을 향한 것이란 걸 나는 알고 있었다"고 했다.
어린 시절 외갓집에서 있었던 일화도 소개됐다.
"외갓집의 부엌 안쪽에는 널찍하고 어둑한 창고 방이 있었는데, 어린 내가 방학 때 내려가면 외할머니는 내 손을 붙잡고 제일 먼저 그 방으로 갔다"며 "찬장 서랍을 열고 유과나 약과를 꺼내 쥐어주며 말씀하셨다. 어서 먹어라. 내가 한입 베어무는 즉시 할머니의 얼굴이 환해졌다"고 회상했다.
외할머니에 대해 한강은 "늦게 얻은 막내딸의 둘째 아이인 나에게, 외할머니는 처음부터 흰 새의 깃털 같은 머리칼을 가진 분이었다"며 "유난히 흰 깃털을 가진 새를 볼 때, 스위치를 켠 것같이 심장 속 어둑한 방에 불이 들어올 때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무크지 '보풀'은 지난 8월 한강을 비롯해 이햇빛 음악가, 전명은 사진작가, 최희승 전시기획자 등이 함께 창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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