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국회 교육위 민주 고민정 의원 제출 자료서
"교육부 유급 방지책 적용…10월1일 되면 진급 불가"
학생들, '동맹휴학' 아닌 '일신상 사유' 적어내고 면담
위법·부당 사유 잡아내야 감사서 최소 경고·주의 가능
위법하지 않고 교육부 정책 순응…교육부, 난감할 듯
학장이 의대생 휴학 승인권 보유한 대학 최소 19곳
교육부가 무리한 감사를 벌였다는 지적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감사 결과 별다른 시정명령 없이 주의나 권고 수준에 머무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올 전망이다.
◆서울대 의대 1학기 휴학 신청한 789명, '가사휴학'
15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대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이 대학 의대에는 1학기 기준으로 789명의 '가사휴학' 신청이 접수됐다.
서울대는 가사휴학과 군 휴학, 질병 휴학, 권고 휴학 4가지 유형으로 나눠 휴학 신청을 받는다. 이 중 교육부가 동맹휴학을 의심하는 것은 가사휴학으로, 다른 세 종류의 휴학은 종전에도 승인이 이뤄지고 있었다.
지난 9월30일 기준 서울대 의대 재학생은 866명이다. 1학기 가사휴학 신청자가 전체 91.1%에 이르는 상황이다. 같은 학기 군 휴학은 10명, 권고휴학은 4명, 질병휴학은 1명으로 합계 15명(재학생 1.7%)에 그쳤다.
교육부는 이들 신청자가 의대 증원에 반대해 제출한 동맹휴학의 일환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대 의대 학생들이 소명한 내용이 통상의 가사휴학(일반휴학)의 사유라 문제 삼긴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교육계와 의료계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대 의대생들은 가사휴학을 신청하면서 대학 측에 이유를 '동맹휴학'이 아닌 '일신상의 사유'라 적어낸 것으로 전해졌다. 학생들은 이후 학장과의 면담에서 자기계발, 금전적 사유(등록금 부담) 등을 이유로 소명했다고 한다.
◆의대 측 "10월1일 복귀해야 진급…승인 불가피해"
특히 서울대 의대는 '대부분 학생들이 2학기 휴학 신청서를 제출한 상황에서 이를 철회하고 복귀를 설득하기 위해' 불가피했다는 입장을 고 의원에 보고했다.
지난 4일 기준 서울대 의대에 접수된 2학기 휴학 신청은 758건으로, 이 중 가사휴학이 743건이다. 1학기 재학생을 기준으로 하면 여전히 85.8%에 이른다.
서울대는 의대가 1학기 휴학을 승인하면서 당일 2학기 재학생 수는 776명 감소한 90명이라고 밝혔다. 등록자 수는 112명으로 1학기 재학생 대비 12.9%였다.
서울대 의대는 "교육부 '탄력적 학사운영 가이드라인'에 따라 오전 9시부터 자정까지 하루를 두 번으로 나눠 수업을 해도 학칙상 규정된 수업일수를 지키려면 15주(4개월)의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고 보고했다.
그러면서 "최소 10월1일까지 학생들이 복귀해야 진급이 가능하다"며 "학생과의 소통을 위해서도 1학기 휴학을 승인하고 2학기 복귀를 설득하는 것이 유리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고 의원에게 설명했다.
또한 의정갈등에도 불구하고 2학기에 학생들을 복귀시키기 위한 의지가 분명했다는 점을 소명한 상태다.
◆교육부 지시 따른 서울대 의대…감사 명분 흐릿해져
앞서 총장이나 대학 본부가 아닌 학장이 휴학 승인권을 갖고 있는 서울대의 '돌발 휴학 승인'을 두고 교육부 안팎에서는 '예상 밖이었다'는 반응으로 술렁였다.
김정은 서울대 의대 학장은 의정갈등 초반 지난 3월 졸업식에서 '의사가 숭고한 직업으로 인정받으려면 사회적 책무를 위해 희생해야 한다'는 축사를 한 바 있다. 이로 인해 퇴진 요구를 받았다는 소문이 나돌았고 의료계 내부에서 공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서울대 의대 학장이 돌연 휴학을 승인한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동맹휴학에 대한 승인이 아니라 서울대 의대가 교육부 정책을 따랐음에도 더는 버티기 힘든 마지노선에 도달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있었다.
국회 제출 자료만 살펴보면 이런 해석에 힘이 실린다.
교육부는 '동맹휴학은 휴학 사유가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했고, 대학들에게 협조를 구했다. 서울대 의대에 유감을 표하며 고강도 감사에 나선 배경이기도 하다.
지방 일부 의대에서도 지난 상반기 휴학 신청서에 사유를 '동맹휴학'이라 곧이곧대로 적은 사례가 있던 것도 사실이다. 이에 대규모 반려 조치를 한 일부 국립대도 있었고, 의대생들은 휴학 신청을 다시 제출했다.
하지만 서울대 의대가 학장 면담을 거치며 '일신상의 사유'라 적힌 '가사휴학' 신청서를 승인한 게 맞는다면, 교육부는 감사에서 얻어낼 게 없을 수도 있다.
교육부는 훈령인 '교육부 감사규정'에서 위법·부당 행위가 인정되는 사실이 있어야 최소 '경고·주의'를 피감기관에 요구할 수 있는데 그러기 어려울 수도 있다.
다만 행정상 모순이 있다면 '개선', 문제점이 인정되는 사실이 있어 대안을 제시하는 '권고' 정도는 가능하다. 이 역시 피감기관은 조치 사항을 이행할 의무가 있다.
◆내달까지 시간 주고 다시 '조건부 휴학' 밟게 할까
다만 고등교육법 시행령상 대학의 수업일수는 매 학년도 30주 이상이라 규정된 조항을 2024학년도 학년말인 내년 2월말을 기준으로 역산하면, 의대생 복귀의 마지노선은 10월1일이 아닌 11월이라는 해석도 있다.
따라서 교육부가 서울대 의대에 '동맹휴학을 마치고 내년 초에 복귀하겠다는 의사를 확인한 뒤 다시 휴학을 승인하라'고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의료계, 대학가에서는 대학 자율성 침해를 지적하고 정부도 의정갈등의 화해 물꼬를 트기 위해 조건부 휴학 승인을 내건 상황이다. 정치권에선 교육부에 대승적으로 서울대 감사를 중단하라는 요구도 하고 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8일 국회 국정감사 과정에서 서울대 감사 중단을 포함해 '열어놓고 대화하겠다'는 취지로 답변한 바 있다. 다만 교육부는 당초 지난 11일 끝낼 예정이던 감사를 오는 21일까지 연장하면서 중단 뜻이 없음을 시사했다.
이처럼 감사의 명분이 사라진 게 아니냐는 지적에도 교육부는 "감사 중인 사안은 답변할 수 없다"고 했다.
고 의원이 서울대 의대가 휴학을 승인하는 과정에서 불법하고 위법한 사실이 파악됐는지 묻자, 교육부는 마찬가지로 "감사가 진행되고 있어 감사내용 및 처리방향 등에 대해서는 답변하기 어렵다"고 보고했다.
한편 교육부는 고 의원에 의대 40곳 중 최소 19곳이 현재 총장이나 대학 본부가 아닌 학장(원장)이 휴학 승인 권한을 갖고 있다고 보고한 것으로 파악됐다.
고 의원실이 제출 받은 교육부의 지난 1일 기준 취합 자료를 보면, 자료를 제출한 의대 30곳 중 8곳이 학칙상 휴학 승인권자를 학장으로 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위임, 전결규정 등에 따라 휴학 승인 권한을 총장에서 학장에게 위임한 대학이 11곳으로 조사됐다.
총장이나 교무처장, 교육혁신과장 등 대학본부 보직교수나 실무자에게 휴학 승인권을 위임한 대학은 8곳이며, 총장이 갖고 있다고 답하거나 별도 위임·전결 규정에 정해진 게 없다(총장이 보유)는 대학은 3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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