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뢰나 부비 트랩 설치되어 있는 곳 수갑차고 먼저 가도록 강요
이스라엘 국내법과 국제법상 모두 불법, 2005년 대법원 판결도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전쟁을 벌이고 있는 이스라엘 군인들과 정보기관이 포로가 된 팔레스타인인 등을 ‘인간 방패’로 사용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14일 폭로했다.
지뢰나 부비 트랩이 설치되어 있을 만한 곳에 먼저 들여보내는 등 생명을 위협하는 임무를 하도록 한 것이 대표적이다.
올해 17살 고등학생 모하메드 슈베이르는 올해 3월 초 남부 가족과 함께 숨어 있다 이스라엘군에 붙잡혀 약 10일간 구금됐다가 풀려났는데 그 기간 동안 ‘인간 방패’로 사용됐다고 증언했다.
그는 가자 남부 고향 칸 유니스에서 텅 빈 폐허를 수갑을 찬 채로 혼자 걸어가며 하마스가 설치한 폭발물을 찾아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폭발물에 연결된 전선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멈췄다. 그는 “이게 인생의 마지막 순간이구나”라고 생각했다.
NYT는 이스라엘 군인과 정보 요원들은 가자 전쟁 내내 이스라엘 군인들이 전장에서 위험에 처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팔레스타인인들을 슈베이르처럼 생명을 위협하는 정찰 임무를 수행하게 했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작전의 범위와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스라엘 국내법과 국제법 모두 불법이다.
이같은 행위는 가자 지구 5개 도시에서 최소 11개 분대에서 이루어졌으며 종종 이스라엘 정보 기관의 요원들이 관여했다고 NYT는 밝혔다.
팔레스타인 억류자들은 하마스 무장 세력이 매복하고 있거나 폭탄을 설치한 곳으로 의심되는 지역을 가도록 강요당했다. 이런 행위는 지난해 10월 전쟁이 시작된 이래 점차 더 널리 퍼졌다고 NYT는 전했다.
팔인 억류자들은 하마스 전투원들이 숨어 있다고 믿는 터널 내부를 정찰하고 촬영하기도 했다. 지뢰가 설치된 건물 내부에 먼저 들어가기도 했다.
부비트랩이 설치되어 있을 수 있는 발전기와 물탱크 같은 물건을 집어 올리거나 옮기라는 명령도 받았다. 일부 팔인 구금자들은 이스라엘 군대의 호의를 얻기 위해 자원해 군대와 동행하고 안내자 역할을 했다.
NYT는 이같은 행위에 참여한 이스라엘 군인 7명을 인터뷰해 이런 행위가 일상적이고, 평범하며, 조직적으로 상관이 아는 가운데 이뤄졌다고 폭로했다.
NYT는 ‘인간 방패’로 동원된 팔인 구금자가 사망 혹은 부상을 당하는 등 피해를 입은 증거는 찾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군은 “가자 주민을 군사 작전에 사용하는 것을 엄격히 금지한다”며 “NYT가 인터뷰한 팔인 구금자와 군인의 진술은 관련 당국에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브리스톨대 로렌스 힐-코손 교수는 “억류자가 민간인이든 하마스 전투원이든 위험한 장소를 가도록 강요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군은 2000년대 초 가자지구와 서안지구에서 유사한 관행을 사용했는데 팔인들을 무장 세력의 집에 먼저 접근하도록 했다고 NYT는 전했다.
이같은 관행은 2005년 이스라엘 대법원에서 인간 방패를 불법화하는 판결을 내리면서 금지되었다. 당시 대법원장 아하론 바라크는 “점령지 주민은 동의가 있더라도 군사 작전이 진행 중인 지역으로 데려와서는 안된다”고 판결했다.
아라크 대법원장은 “군인과 민간인간의 권력 불균형은 아무도 그러한 임무에 자원한 것으로 간주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은 민간인 사상자에 대한 충분한 배려 없이 행동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하마스가 전투원과 무기를 민간인 지역에 숨겨 놓고 전체 지역 사회를 인간 방패로 사용한다고 자신들의 공격을 변호하고 있다.
하지만 이스라엘 군인들도 불법적으로 ‘인간 방패’를 활용하고 있다고 NYT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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