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 한동훈 공개 발언에 '발끈'…"도곡동 7인부터 정리하라"
대통령실 "여사 라인이 어디 있나"…김건희 라인 갈등 증폭
핵심 당직자 "김 여사 논란 정리 않으면 당정 공멸할 것"
윤·한 독대서 논의 되겠지만 해법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 나와
[서울=뉴시스] 이승재 최영서 한은진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김건희 여사 라인'에 대한 대통령실 인적 쇄신을 공개 요구했지만, 대통령실은 애초에 그런 라인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정면 반박하면서 갈등이 커지고 있다. 이를 둘러싼 친윤(친윤석열)계와 친한(친한동훈)계의 장외 설전으로 여권 내 계파 갈등도 고조되는 분위기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 대표가 독대를 앞두고 있지만, 김 여사 문제에 대한 양측 인식차가 커 돌파구를 마련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 대표 측은 대통령실 전·현직 비서관과 행정관 등 7명 안팎을 김 여사 측근 그룹인 '한남동 라인'으로 규정하고 이들에 대한 인적 쇄신을 요구하고 있다. 이 라인이 실제로 가동됐고 대통령실 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게 한 대표 측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친한계인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은 "그 직책의 직무 범위를 벗어나서 부적절한 정치 행위를 하는 사람들을 지목한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핵심 당직자는 15일 뉴시스와 통화에서 "김 여사와 관련된 논란을 지금 정리하지 않으면 당정은 공멸할 수 있다"며 "김 여사 문제를 대하는 한 대표의 발언과 방식을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으니 이러는 것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여당 대표가 대통령의 인사권을 건들자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대통령실의 라인은 오직 대통령 라인만 있을 뿐"이라며 "최종 인사 결정권자는 대통령이다. 여사 라인이 어디 있나"라고 정면 반박했다.
국민의힘 친윤계도 즉각 반발했다. 최소한 지켜야 할 선을 넘었다고 보는 것이다. 한 대표가 용산 대통령실과의 차별화 전략을 지속하면서 자기 정치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불만도 제기된다. 나아가 최근 친한계가 세력화에 주력하면서 계파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원조 친윤'으로 불리는 권성동 의원은 한 대표 주변 인사를 싸잡아 '도곡동 7인회'라고 비꼬면서 "대표실 인적 쇄신이 우선인 것 같다"고 했다. 친한계가 주장하는 김 여사의 '한남동 라인'에 빗대 꼬집은 거다.
권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총선백서조차 못 내놓고 있으면서 이처럼 평론 수준의 정치나 하는 것이 당 대표와 그 측근의 역할인가"라고 했다.
오는 16일 재보궐 선거 이후 다음주 초로 예정된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독대가 이번 '김 여사 라인' 논란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한때 논란이 확산되자 '독대 무산설'도 고개를 들었지만, 이에 대해서는 대통령실이 직접 입장을 내놓으면서 진화에 나섰다.
두 사람의 독대 자리에서 한 대표는 김 여사 라인의 인적 쇄신을 거듭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재보선 결과에 따라 이 요구에 힘이 실리지 않을 수도 있다. 선거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 한 대표 책임론이 불거질 것이고 발언권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
바꿔 말하면 선거 결과가 좋을 경우 한 대표도 자신이 원하는 바를 강하게 주장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 대표가 독대 전부터 김 여사를 향한 발언 수위를 높이는 것도 이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친한계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통화에서 "부산 금정구청장 선거에서 승리하면 대통령과 대표도 부담을 덜게 되니 김 여사 문제를 아예 의제로 꺼내지 못하는 상황은 되지 않을 것"이라며 "문제가 풀릴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같이 가기 위해서라면 논의가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번 김 여사 라인 논란으로 윤·한 갈등이 더 격화될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한 재선 의원은 통화에서 "선거를 앞두고 있으니 용산 대통령실도 조심스럽게 얘기한 것일 텐데, '여사 라인이 어디 있나'라고 말한 건 굉장히 싫은 티를 낸 것이 아닌가"라고 했다. 이 때문에 독대에서도 논의는 있겠지만 마땅한 해결책이 나오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TK(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한 의원은 통화에서 "김 여사 라인에 대한 소문만 있고 어떤 부당한 일을 했는지 전혀 나오지 않은 상황인데, 한 대표가 용산과 소통하는 방식이 계속 이래야 하는 것인가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지지층이 제일 속상해하고 싫어하는 게 내부 분열"이라며 "왜 불필요하게 자꾸 갈등과 균열을 일으키는 것인가. 이번에 만에 하나 독대에서 마저 해결책이 나오지 않으면 양쪽이 입게 되는 상처가 너무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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