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 '간암 양성자 치료' 국내 첫 2000례 달성

기사등록 2024/10/14 10:30:05

2015년 말 첫 환자 치료 후 약 9년만

"밤샘 연구·다학제 진료로 경험 쌓아"

“더 많은 간암환자 살릴 새길 찾겠다"

[서울=뉴시스]삼성서울병원 방사선종양학과 유정일 교수(왼쪽)와 김나리 교수(오른쪽)가 양성자 치료를 기다리는 간암 환자에게 치료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사진= 삼성서울병원 제공) 2024.10.14.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삼성서울병원은 국내 최초로 간암 환자를 대상으로 양성자 치료를 적용한 사례가 2000례을 돌파했다고 14일 밝혔다. 2015년 말 양성자 치료를 처음으로 시작한 지 약 9년 만이다.

삼성서울병원은 지난 2015년 말 양성자 치료 기기를 국내 민간병원 중 처음으로 도입했고, 현재까지 누적 양성자 치료 건수가 9만 건을 넘어섰다. 방사선 치료 적용에 일부 제한이 있던 환자들에게 완치와 삶의 질 향상을 가져다 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간암은 양성자 치료 주요 대상 암종 중에서도 두드러진 성장을 보이고 있다.  양성자 치료에 가장 적합한 5대암(간암·두경부암·폐암·두경부암·뇌종양·췌담도암) 중에서도 환자 규모가 가장 많고, 성장세도 제일 가파른 것으로 확인됐다.

병원에 따르면 양성자 치료기 도입 3년차인 2017년 치료 환자 수가 118례로 세 자릿수를 넘겼고, 2019년 228례, 2023년에는 319례를 달성했다. 도입 초장기 때와 비교하면 연간 치료 환자 수가 3배 가까이 급증했다.

간암의 양성자 치료 적용 고도화와 치료 효과에 대한 연구, 다학제(여러 과 간 진료)에 기반한 진료 경험을 쌓아가며 환자 치료 프로세스를 최적화한 것이 주효했다.

간암의 경우 주로 만성 간질환 환자에서 발생하고, 조기에 발견해 근치적 치료를 적용한 경우에도 재발률이 높다. 크고 작은 혈관들이 촘촘하게 분포한 해부학적 특징 탓에 치료가 어렵기도 하지만, 치료 시 간 기능을 보존해야 하는 것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삼성서울병원에서 간암의 양성자 치료가 주목받고 2000례를 달성한 요인으로는 양성자빔의 물리적 특성, 호흡동조(호흡에 따른 종양의 위치와 방사선 치료기를 실시간 연동해 치료하는 방법) 및 스캐닝 치료(종양에 맞춤형 양성자빔을 전달해 암세포를 모두 제거하는 방식)의 적용 등이 꼽히고 있다.

양성자 치료는 양성자가 몸 속 암세포를 타격하는 순식간에 사라지는 물리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 제거해야 하는 암세포 이외의 다른 정상 조직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

호흡동조 기술 역시 빼놓을 수 없다. 환자가 숨 쉴 때마다 간 내부의 종양 위치가 변하는 탓에 정확한 치료 지점을 설정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는데, 삼성서울병원 방사선종양학과는 약 20년 간 축적된 호흡동조 기술을 바탕으로 치료 전 환자의 호흡 패턴 파악, 맞춤형 호흡 패턴 제시 및 교육을 바탕으로 최적화된 호흡 동조 기법을 적용하고 있다.

또 치료 전 4차원 특수 전산화단층촬영을 통해 암과 장기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치료 시에도 이를 바탕으로 실시간으로 호흡 상태를 모니터한다. 일정한 호흡 주기에 최적화된 양성자 빔을 조사해 주변 장기의 노출을 최소화하며 종양에 집중된 고정밀 치료를 시행하고 있다.

스캐닝 방식의 치료 기법도 간암 양성자 치료의 성장을 도왔다. 병원이 보유한 양성자 치료기는 세계에서 2번째로 초고속 스캐닝 방식 치료법을 채택했다. 스캐닝 방식이란 마치 3D 프린터를 통해 원하는 모양의 물체를 만들어 내는 방식처럼 종양별 맞춤형 양성자빔을 전달해 암세포를 모두 제거하는 방식이다.

병원은 간암의 양성자 치료에서 호흡동조 치료 하에서 성공적인 스캐닝 방식 적용과 임상적 유효성을 확인한 세계 최초 연구를 유럽방사선종양학회지(Radiotherapy and Oncology)에 발표해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병원이 간암 양성자 치료를 시작한 후 데이터가 있는 환자 1859명을 대상으로 확인한 생존율은 72.9%다. 단순 비교가 쉽지는 않으나 국가암정보센터가 가장 최근 발표한 간암의 5년 상대 생존율(39.3%)과 차이를 보이고 있다.

병원은 고선량 방사선 치료법인 ‘플래시(FLASH)’ 기술에 관한 연구도 지난 9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플래시는 초당 40 그레이(Gy) 이상의 고선량의 방사선을 1초 미만의 찰나의 순간에 집중적으로 조사하는 치료법을 말한다. 방사선을 이용한 암 치료의 수준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미래 기술로 꼽힌다.

박희철 삼성서울병원 양성자치료센터장(방사선종양학과 교수)는 “병원의 성공적인 양성자 치료 적용은 적극적인 연구로 양성자 치료의 효과를 입증하고, 다학제팀이 합심해 최적의 치료를 찾고자 머리를 맞대고 숙고한 결과”라며 “혈관침윤동반 간암환자들에서도 면역항암요법 등 다양한 치료와 병합해 양성자 치료 효과를 더욱 높여 완치의 희망을 가지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가 수십 년간 효과와 안전성을 계속 검증한 입자 방사선 치료는 양성자 치료가 유일하다. 국내에서도 양성자 치료만이 건강보험 적용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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