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여사 활동 자제→검찰 기소→인적 쇄신 공개 요구까지
윤 대통령과 독대 앞두고 김 여사 문제 정리 의지 부각
친한계 "인적쇄신, 김 여사 주변 인사들 정리하라는 것"
윤 대통령 수용 여부는 미지수…자칫 윤·한 갈등 폭발할 수도
[서울=뉴시스]한은진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과의 독대를 앞두고 대통령실 인적 쇄신을 요구한 배경을 놓고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건희 여사 논란과 관련한 발언 수위를 높이더니 급기야 용산 인적 쇄신까지 공개 거론한 것이다.
인적 쇄신은 대통령의 인사권과 관련한 문제인만큼 여당 대표가 공개적으로 거론하기에는 상당히 민감한 사안이다. 그만큼 한 대표가 김건희 여사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한 대표의 요구에 대해 윤 대통령이 어떻게 반응할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한 대표는 지난 12일 오전 부산 금정구청장 재보궐선거 지원 유세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국민의 우려와 걱정을 불식시키기 위해 대통령실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김대남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김건희 여사 비선 의혹이 있다'는 질문에 "대통령실 인적 쇄신은 정부와 여당이 민심에 따라서 쇄신하고 변화하고 개혁하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표는 이어 "명태균·김대남 씨 같은 분들이 설칠 수 있고, 이런 분들에게 약점 잡힌 정치가 구태 정치"라며 "저와 국민의힘은 앞으로 그런 정치를 안 할 거다. 그게 바로 정치개혁이고 국민이 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에 정치 브로커가 설치는 일이 없게 하겠다"며 "구태 정치인을 상징하는 정치 브로커들이 국민의힘의 보수 정치에 더 발붙이지 못하게 하겠다"고 했다.
한 대표는 10·16 재보선을 앞두고 김 여사 관련 논란을 적극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부각하고 있다. 최근 관련 발언 수위를 계속 끌어올리고 있다.
한 대표는 지난 10일 김 여사의 공개 활동 자제와 관련한 질문에 "당초 대선 과정에서 이미 국민께 약속한 부분 아닌가. 그걸 지키시면 된다"고 했다. 이는 전날인 9일 '친한계에서 김 여사 공개활동 자제 요구 목소리가 나온다'는 질문에 "저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답한 것 보다 더 수위가 높아진 것이다.
한 대표는 또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 연루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을 향해 "국민이 납득할만한 결과를 내놔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는 사실상 검찰이 불기소 처분하면 안 된다는 뜻을 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와중에 인적 쇄신까지 거론한 것이다. 한 대표가 언급한 인적 쇄신은 대통령실에 포진해 있는 김 여사 측근 인사들을 정리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한 친한계 지도부 관계자는 13일 뉴시스와 통화에서 '인적 쇄신'에 대해 "한 대표가 여러 가지 부적절한 행위를 일삼고 있는 소위 '한남동 라인'을 이야기한 것"이라며 "인적 쇄신을 하라는 게 그 사람들을 정리하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다른 친한계 핵심 관계자는 "공식적인 루트를 통해서 김 여사가 움직여야 하는데 지금까지 보면 여사 주변을 둘러싼 비서관들이 뭉쳐서 같이 움직이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호가호위하는 사람들에 대한 정리가 필요하다는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공식 라인이 아니라 김 여사 주변 인사들을 인적 쇄신 대상으로 지목하는 것이다.
한 대표의 이같은 행보에 윤 대통령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미지수다. 만약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독대에서 별다른 성과가 없다면 한 대표의 이같은 언행은 오히려 윤·한 갈등만 급격히 키우는 일이 될 수도 있다.
실제 친윤계에서는 한 대표의 압박에 불쾌감을 표출하는 분위기도 있다. 권성동 의원은 지난 10일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한 대표가) 국민적 여론을 전달하고, 또 본인의 의견이 있으면 비공개적으로 개진하는 것"이라며 "그런 부분은 비공개로 (요구)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것이 제 의견"이라고 했다.
친한계 한 핵심관계자는 "대통령이 독대에서 한 대표의 인적 쇄신 요구 등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아직 알 수 없다"며 "결국 대통령과 한 대표 독대에서 풀려야 할 문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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