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퀄테스트도 이미 1년째 지속
"테스트 순조" 발표 이후 5개월만 지연 인정도
불발 원인 다양…삼성전자와 소송전 전례도
"HBM3E(5세대 HBM)의 경우 예상 대비 주요 고객사 향 사업화가 지연되고 있다."(삼성전자, 지난 10월초)
삼성전자가 HBM3E 납품을 위한 엔비디아 퀄테스트를 연내 승인 받기는 사실상 힘들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1년 넘게 퀄테스트를 진행 중이지만 엔비디아로부터 승인 사인을 받지 못한 상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HBM 세계 최초 개발은 경쟁사에 내줬지만, 2세대인 HBM2를 2016년 1월부터 양산했고, 주요 고객사에 독점 공급하는 데도 성공했다. 이어 HBM2E(2020년 2월)도 세계 최초 출시하며 HBM 부문에서도 승기를 굳히는 듯했다.
하지만 4세대인 HBM3와 5세대인 HBM3E는 '최초 양산' 타이틀을 경쟁사에 내주며 HBM 주도권 확보에서 밀렸다.
삼성전자는 특히 'HBM3E'의 경우 이미 1년 넘게 엔비디아 테스트 통과를 하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의 HBM3E 점유율은 올해 글로벌 시장에서 60% 이상으로 HBM의 '큰손'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HBM3E 24GB 8단' 제품을 개발해 샘플 공급을 시작했다"고 밝혔으나, 정작 엔비디아 문턱은 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5월에는 한 외신이 HBM3E 엔비디아 품질 테스트 실패설을 제기하자 이를 전면 부인하며 납품에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그러나 5개월이 지난 이달 초에는 "사업화가 지연되고 있다"며 퀄테스트 통과가 순조롭지 못한 점을 인정했다. 현재 글로벌 HBM 제조사 중 엔비디아에 HBM3E를 납품하지 못하는 곳은 삼성전자뿐이다.
발열 문제는 시스템 성능 저하나 안전 문제로 이어질 수 있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으로 통한다. 엔비디아의 GPU는 전력 소모가 워낙 많은 제품인 데다, 빠른 연산을 위해 메모리를 최대한 가깝게 붙이는 방식이어서 발열 문제에 더 민감하다.
또 다른 이유로는 양사 갈등설도 눈에 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7년 엔비디아 GPU '테슬라 볼타 100'에 HBM2를 납품한 적이 있다.
때문에 삼성전자가 경쟁사와 달리 엔비디아 퀄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다는 것은 기술력 논란을 부를 수 있는 이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선 엔비디아가 경쟁사의 HBM 특성을 표준으로 삼고 있어, 삼성전자가 퀄테스트를 통과하기가 더 어렵다고 지적한다.
삼성전자와 엔비디아가 소송전을 벌인 전례도 눈길을 끈다.
엔비디아는 지난 2014년 9월 삼성전자와 퀄컴에 대해 자사의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그래픽 기술 특허를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삼성전자도 같은 해 11월에 맞고소하며 법정 다툼을 벌이다 2년 만에 합의한 적이 있다. 이때의 앙금이 아직 남아있어, 엔비디아가 삼성전자 퀄테스트에 원칙론만 고수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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