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이다솜 기자 = 동박 소재사업을 하는 솔루스첨단소재가 국내 경쟁사인 SK넥실리스를 상대로 특허 무효심판을 청구했다. 지난해 말 특허침해 소송 이후 이례적으로 10개월 만에 다시 특허심판 청구를 한 것이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특허 무효심판이 특허침해 소송 판결보다 늦게 나올 가능성이 있고, 이 경우 법적으로 큰 의미가 없어, 솔루스첨단소재가 무리한 소송전을 벌이다가 법적 절차에 혼선이 생긴 것 아니냐는 관측도 들린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솔루스첨단소재는 지난 9월 SK넥실리스가 침해를 주장하는 특허 5건 중 4건에 대해 미국 특허청에 무효심판(IPR)을 청구했다.

이 무효심판은 해당 특허가 새로운 것인지 아니면 이미 개발된 기술로부터 쉽게 생각해 낼 수 있는지 여부를 미국 특허청으로부터 판단 받는 것이다. 이 청구를 통해 특허를 무효로 하겠다는 심판이 확정되면 문제가 된 특허권은 처음부터 없던 것으로 간주된다.

앞서 솔루스첨단소재는 지난해 말 SK넥실리스가 배터리용 동박 등 자사 특허 6건를 침해했다며 한국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는 SK넥실리스가 미국 텍사스동부연방법원에 지난해 11월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한 후 한 달만에 맞대응 차원에서 이뤄졌다.

동박 산업은 고도의 제조기술을 요구하는 장치 산업으로, 동박 제조 설비를 제어하는 기술과 첨가제 레시피 기술이 핵심이다. 특허 소송에서 진 기업은 해당 특허를 활용해 동박을 제조하기 어려워지고 자칫 사업에도 낭패를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양사 특허 갈등은 갈수록 격화되는 모양새다.

여기서 눈에 띄는 것은 솔루스첨단소재가 특허 무효심판을 청구한 시기가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한 지 10개월이나 지난 후라는 점이다.

무효심판을 청구한 후 특허청의 심판 결정이 나오기까지는 통상 18개월 정도 걸린다. 예정대로라면 내년 11월에 마무리되는 특허침해 소송 판결 이후에나 특허심판 결과가 나오는 셈이다.

이에 대해 특허 전문가들은 "특허 무효심판을 청구하는 이유가 특허침해 소송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서인데, 솔루스첨단소재는 아이러니컬하게도 이 순서를 거꾸로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기적으로 특허소송 판결 이후에는 특허 무효심판을 받아봐야 법적으로 의미가 없는 것이다.

실제 소송을 맡고 있는 미국 텍사스동부연방지법은 특허 무효심판 결과를 기다리지 않고, 자체적으로 특허 유·무효 소송 판결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솔루스첨단소재가 굳이 무효심판을 제기한 효과가 없을 수 있거나, 있더라도 매우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특허침해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솔루스첨단소재가 그만큼 급하게 SK넥실리스를 상대로 특허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에 이 같은 뒤죽박죽 순서가 나왔다는 분석도 들린다.

이와 달리 SK넥실리스는 솔루스첨단소재가 침해를 주장하는 특허에 대해서만 모두 무효심판을 청구한 상태다. SK넥실리스 관계자는 “솔루스첨단소재는 자신들의 특허 전체가 무효화되는 것을 우려해 특허 권리 범위를 좁히는 정정 신청을 냈다”며 “정정신청이 받아들여지면 특허 권리 범위가 좁아지는 만큼, SK넥실리스의 특허 침해 가능성은 오히려 더 낮아진다”고 설명했다.

솔루스첨단소재는 이와 관련 미국에서 지적재산권 침해 소송이 제기된 경우, 1년 이내에 무효심판을 청구할 수 있기 때문에 특허심판 청구가 늦지는 않았다는 입장이다.

솔루스첨단소재 관계자는 "SK넥실리스가 지난해 11월에 소장을 제출했고, 송달된 것은 올해 1월 이후"라며 "미국 소송이고, 1년이라는 기안 안에 사안 검토와 변호인 선임 같은 준비도 마쳐야 해 무효심판을 낸 시점이 늦진 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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