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한강, 한국인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8년 전 '부커상' 수상하기도
연구→수상까지 평균 32년 걸리는 노벨상…韓, 다른 선진국 대비 약점 커
단기 성과에서 벗어나 '혁신도전' 집중 환경 조성…먼 미래 바라보고 가야
과학계는 단기적으로 국내 노벨과학상 수상자가 배출되기엔 아직은 근원적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노벨상이 북미·유럽 중심으로 수상자를 선정한다는 비판이 자주 제기되긴 하지만, 사실 한국에서 아직 노벨과학상 수상자가 나오지 않고 있다는 건 아쉬운 대목이다. 이웃국가인 일본이 25명, 중국이 3명의 노벨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했기 때문이다.
한국 과학계의 고질적 문제로 여겨지고 있는 중장기 연구의 어려움, 꾸준한 이공계 기피 및 의대 선호 현상, 여타 선진국 대비 짧은 과학 연구 역사 등이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도 당장의 성과가 아닌 혁신을 중시하는 R&D(연구개발) 환경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체질 개선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일본의 경우 1949년 노벨물리학상(유카와 히데키)을 최초로 수상한 바 있다. 이후 2024년까지 75년 동안 일본인 노벨과학자 수상자가 25명 배출된 것. 이후 일본의 두번째 노벨과학상 수상은 16년 뒤인 1965년(도모나가 신이치로)였는데, 점차 수상 간격이 짧아지는 추세를 보였다. 일본은 21세기 들어 2000, 2001, 2002, 2008, 2010, 2012, 2014, 2015, 2016, 2018, 2019, 2021년에 노벨과학상을 거머쥐었다.
이는 지난 수십년 간 쌓여온 과학기술 역량과 성과가 21세기 들어 본격적으로 인정받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로 노벨과학상이 단기 연구 성과에 수여되는 경우는 드물다. 최근 10년 동안 노벨과학상 수상자 77명을 분석한 결과 평균 37.7세에 핵심 연구를 시작했고, 55.3세에 연구를 완성해 69.1세에 수상을 한 걸로 나타났다. 핵심 연구 시작에서 수상까지 평균 32년이 걸리는 셈이다.
당장 한국의 노벨과학상이 나오기 어려운 점도 이같은 특성에 기인한다. 32년 전이면 한국은 아직 개발도상국인 상태였고, 제대로 된 기초과학 투자 및 육성도 1980~1990년대부터 본격화됐다.
우리나라가 선진국 반열에 진입한 현 시점에서도 아직 부족한 점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당장 이공계 기피 및 의대 집중 현상 등도 장기적으로 발목을 잡을 수 있다. 현재 진행 인 국정감사에서는 전국 39개 의대의 신입생 출신학교를 살펴보면 상위권 사립대 20~30%가 과학고·영재학교 출신이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과학기술 핵심인력이 이탈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가 내세우는 특정 분야에 R&D 예산이 집중되는 경향도 아쉬운 부분이다. 과학자들이 자신의 전문 분야에 장기적으로 집중하기보다는 당장의 실적과 연구비 확보를 위해 정부 기조에 따르는 경향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매년 노벨상 수상 시즌이 찾아오면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는 만큼 정부도 연구계, 과학기술계 환경 개선·혁신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도전적 R&D'를 강조하며 고위험·고난이도면서 혁신을 기대할 수 있는 연구는 성공·실패를 가르지 않겠다고 밝힌 것이 대표적이다. 기존의 단기 성과, 성공·실패에 집중하던 국내 연구계의 기조가 바뀌는 것은 긍정적인 방향이지만, 노벨과학상 수상이라는 염원이 이뤄지기까지는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학계에서도 당장 한국인 노벨과학상 수상자가 깜짝 등장하긴 어렵겠지만, R&D 제도 개선과 함께 시간이 지나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기대를 보이고 있다.
출연연과학기술인협의회총연합회(연총)의 문성모 회장은 "노벨상 수상자라는 거목이 나오기 위해서는 연구를 위한 토양 자체를 선진국형으로 바꿔줘야 한다. 우리나라도 훌륭한 연구진이라는 좋은 씨앗은 충분히 많다"며 "기존 우리나라 R&D는 추격형에 집중해왔지만 이제 선도형으로 가야하는데, 최근의 정책 변화 자체는 좋은 방향이라고 본다. 우리나라에도 거목으로 나아가고 있는 10년, 20년 연구하신 분들이 많은 만큼 앞으로 더 밀어주면 노벨상 수상자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또다른 학계 전문가는 "노벨상 수상이라는 건 단순히 좋은 연구 정도가 아니라 정말 전 인류에 파급 효과를 주는 수준이 돼야 한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어느 나라든 이런 역량을 가진 연구자 개개인은 존재하고 있다고 본다"면서도 "이런 뛰어난 역량을 가진 개인이 있더라도 노벨상이라는 장기 레이스는 환경이 받쳐줘야만 한다. 여전히 다소 경직돼있는 우리나라 연구환경·문화도 보다 많은 사람들이 융합하는 식으로 융통성 있게 바꿔나가고, 정책 수립 등에 있어서도 전문성이 있는 연구자들의 영향력을 높여나가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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