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시뿐 아니라 노랫말 작업도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의 한강(54)을 비롯 역대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 중엔 음악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이들이 상당수다.
한강은 가수 데뷔를 하지 않았지만, 싱어송라이터로 나선 적이 있다. 2007년 펴낸 산문집 '가만가만 부르는 노래'(비채)의 권말부록으로 실린 음반(CD)에 실린 열 곡을 직접 만들었다. 나무에 대한 경외감을 노래한 '나무는 언제나 내 곁에' 등을 작사·작곡하고 노래까지 불렀다. 객원가수를 쓰고 싶었지만, 절친한 한정림 음악감독의 적극적인 추천으로 녹음까지 했다.
한강은 또한 과거 한 인터뷰에서 캐나다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가 연주한 바흐 '푸가의 기법'을 좋아한다고 했다. 흥미로운 지점은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작가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2014·창비)를 배요섭 연출이 연극으로 옮긴 작품 제목이 '휴먼 푸가'라는 점이다.
하나의 사건으로부터 생겨난 고통이 여러 사람들의 삶을 통해 변주되고 반복되고 있는 소설의 구조를 염두에 두고, 배 연출은 시간차를 두고 반복하는 음악적 형식인 푸가(fuga)를 제목과 극의 형식에 적용했다. 그래서 '휴먼 푸가'다.
'녹턴' '남아 있는 나날'의 2017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일본계 영국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는 '현대 영미문학의 표본'으로 통하는데 드라마와 영화 대본, 심지어 재즈가수 음반의 작사가로도 이름을 올리며 전방위적 글쓰기를 진행하고 있다.
채널 4에서 1984년 방송된 '아서 J 맨슨의 프로필'과 1986년 방송된 '미식가', 2003년 개봉한 가이 매딘 감독의 뮤지컬 영화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노래'의 대본을 썼다. 특히 재즈 가수 스테이시 켄트가 2007년 발표한 앨범 '출근 전차에서 아침을'(Breakfast On The Morning Tram)에 작사가로 참여하기도 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가수와 기타리스트가 꿈이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1인칭 시점의 화자 노랫말이 작품에 영향을 미친다고도 고백했었다.
1998년 노벨문학상 주인공인 포르투갈 소설가 주제 사라마구는 모국의 위대한 유산인 파두를 계승하는 가수 미샤의 문학적 상상력이 가득한 순정한 노랫말을 쓰기도 했다.
1994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일본 소설가 오에 겐자부로는 장애를 안고 태어난 아들 오에 히카리의 절대 음감을 알아채 그에게 음악교육을 받게 했다. 히카리는 기대대로 해당 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며 작곡가가 됐다. 그가 만든 음악은 베스트셀러가 됐고 연주회까지 열었다.
1993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미국 소설가 토니 모리슨은 대표작 '재즈'에서 1920년대 미국 도시 풍경의 밑바닥을 즉흥적인 재즈 리듬의 필치로 그려냈다. 곳곳엔 흑인 행진의 배경음이 된 재즈가 글로 연주돼 있다. 모리슨은 미국 소프라노 캐슬린 배틀, 독일 지휘자 겸 피아니스트 앙드레 프레빈과 음반 '달콤한 후회' 작업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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