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평성 놓친 새 부실대 선별 제도…'셀프 평가' 불신 더 키웠다

기사등록 2024/10/11 07:30:00 최종수정 2024/10/11 09:04:16

뉴시스·민주 문정복, 대학 협의체 기관평가인증 분석

인증 없는 대학 11개교에 1년 한시적 대출 가능 유예

인증 있는 대학 일부 '하반기 대출 제한 가능성' 공표

가뜩이나 실효성 논란 큰데 형평성·봐주기 논란 자초

교육부 "봐주기 생각 없어…사후 성과평가 강화할 것"

[서울=뉴시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1월31일 서울 서초구 더 케이호텔에서 열린 2024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정기총회에서 대교협의 고등교육 발전 위한 건의문을 받은 후 장제국 당시 한국대학교육협의회장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뉴시스DB). 2024.10.11. photo@newsis.com

[세종=뉴시스]김정현 기자 = 교육부가 당초 밝혔던 바와 달리, 대학 협의체 기관평가인증을 얻지 못한 대학 11곳에 학자금 대출을 한시로 허용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인증 평가를 성실히 받았던 다른 대학들은 수시모집을 앞두고 '대출 제한 가능성이 있다'고 공표됐던 점, 혜택을 입은 대학들이 대체로 개선의 여지가 없는 상태라는 점에 비춰 보면 가벼이 넘기긴 어렵다.

어설픈 일 처리로 형평성과 봐주기 논란을 불러왔고, 대학 구조개혁이 급한데 '온정적 셀프 평가'라는 불신만 더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뉴시스가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문정복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교육부 및 대학 협의체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기관평가인증을 얻지 못했던 일반대 9곳과 전문대 2곳이 내년 학자금 대출 가능 명단에 올랐다.

지난해 3월 교육부가 확정한 새 평가 제도에 따라 기관평가인증이 없는 대학은 학자금 대출이 제한될 예정이었는데, 내년에 한해 한시적 유예를 해 준 것이다.

일반대 협의체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의 대학기관평가인증은 대학 운영 및 교육 활동을 구성하는 제반 요소를 5개 영역으로 나누고, 이를 충족하고 있는지 판단하는 30개 준거에 따라 평가한다.

대교협 병설 한국대학평가원이 공개한 '2024년 상반기 대학기관평가인증 편람'을 보면, 평가 준거는 대체로 '최근 3년 자료'를 요구하고 있다.

예컨대 올해 상반기 인증평가를 받는 대학은 2021~2023년 3개년의 정원 내 신입생·재학생 충원율 자료와 정보 공시를 제시하고 현지 실사도 받는 식이다.

기관평가인증이 도입된 시점은 지난 2011년이다. 인증을 받지 않아도 그간 큰 불이익이 없던 만큼, 인증 탈락 가능성이 높은 대학들은 수수료만 낭비할 바에 평가 자체를 신청하지 않는 일이 잦았다.

그러나 내년부터 교육부가 이를 정부 재정지원과 국가장학금 지원 및 학자금 대출 가능 여부를 판단하는 잣대로 삼으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서울=뉴시스] 서울 시내 한 대학교 장학안내 게시판에 학자금 대출 관련 포스터가 붙어 있다. (사진=뉴시스DB). 2024.10.11. photo@newsis.com
따라서 대교협은 미인증 대학들이 당장 3개년치 자료를 준비하기 어려움이 있다고 판단해 구제 성격인 '한시적 유예 평가'를 마련했고 교육부는 이를 수용했다.

혹자는 이처럼 제도의 성격을 알고 보면 문제 삼을 일이 아니지 않으냐 말한다. 교육부는 대학들을 봐 줄 의도는 추호도 없다고 해명한다.

교육부의 한 고위 간부는 "인증을 유예 받은 대학들이 앞으로도 재정지원을 받게 될 거라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라며 "일반재정지원사업은 앞으로 지원을 먼저 해 주되 강화된 성과관리 체제로 개편할 생각이다. 'N분의 1'로 나눠 갖던 정책은 없어질 것"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구제를 받은 대학의 면면을 보면 정도가 너무 심했다는 논란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구제 받은 대학 11곳 중 9곳은 정부 주도의 종전 재정지원제한대학 평가에서 최소 한 차례 이상 학자금 대출 제한 조치를 받은 바 있다. 일반대인 경기 A 대학은 2014년부터 올해까지 11년 연속, 경북 전문 B 대학은 2015년만 빼놓고 13개년 모두 명단에 올랐다.

구제를 받은 과정도 헐거워 보인다. 대학 협의체들은 30개 평가 준거 중에 일반대는 6개, 전문대는 5개 정량지표를 제시했다. 둘 다 3개씩만 충족하면 되는데, 신입생·재학생 충원율 지표는 전체 대학 최하위 7%에도 못 미치는 수준까지 조정해 준 것으로 드러났다.

다른 대학들이 느낄 '역차별'도 가벼이 넘기기 어렵다.

[세종=뉴시스]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지난 3월14일 교육부에 보낸 '한시적 인증 적용 유예 자격 부여 대학 보고' 공문의 일부. 대폭 완화된 평가 지표 등이 적혀 있다. (자료=문정복 더불어민주당 의원 제공). 2024.10.1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교육부는 2025학년도 학자금 대출 제한 및 '제한 여부에 변동 가능성 있는' 대학 명단을 수시모집 시작 사흘 전이었던 지난달 6일 공표했다.

정식 평가를 통과하고 인증을 보유하고 있으나, 그 기간이 만료돼 하반기에 재평가를 받을 예정인 대학 6곳도 포함됐다. 일부 대학들은 명단 공표 이후 수험생 모집에 차질을 우려하며 억울해 하기도 했다.

이런 대학들 입장에선 이번 '유예'가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기 충분해 보인다. 정작 인증을 따지도 못했거나 인증을 받지 못할 것으로 여겨 그동안 평가에 불참했던 학교들을 오히려 배려해 줬다고 생각할 수 있다.

1년의 기회를 얻은 대학들이 인증을 취득할 수준까지 질을 개선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그래서 부실대학에 대한 봐주기나 특혜로 볼 일이 아니라 당국의 준비 부족에 따른 혼선이 맞는다는 말까지 나온다.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이것(미인증 대학 유예) 자체를 봐주기 식이라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이런 대학들은 1년을 줘도 달라질 게 없고, 수험생들은 학자금 대출이 돼도 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교육부가 굉장히 예민하고 민감한 문제를 이렇게 하면서 억울한 대학이 나오고 봐주기 논란을 빚을 만큼 준비를 잘하지 못했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교육계에서는 대학 협의체의 평가가 과연 학령인구 감소 속에서 구조개혁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도 여전하다.

애당초 지금의 인증 기준 자체가 너무 온정적이라 아무런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던 상황이다.

임 연구원은 "우리나라 대학 가운데 전임교수 확보율이 100%를 넘는 대학이 몇 곳 없는데, 지금의 기관평가인증 기준은 너무 낮다"며 "학생들을 잘 채우는 대학도 교육 질을 제고하도록 유도해야 하는데 그 기준이 워낙 낮아 제 역할을 못해 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하위권 대학을 공표하고 학자금 지원 못 받으니 소비자들이 알아서 선택하라는 식의 정책은 이미 10년 넘게 실패를 거듭했다"며 "전체 대학 차원에서 구조개혁을 고민하고 지역별로 몇 개가 필요하며, 몇 개는 퇴로를 유도하는 접근 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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