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이길 때까지"…국내 동성부부 11쌍, 혼인평등소송 시작

기사등록 2024/10/10 15:14:13

11일 혼인신고 불수리 처분 불복신청 계획

"현행 민법은 위헌…국내 동성혼 법제화하라"

"성적지향 무관하게 원하는 사람과 결혼해야"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10일 서울 영등포구 그랜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동성혼 법제화를 위한 혼인평등소송 시작 기자회견에서 소송 원고측 동성 부부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4.10.10.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홍연우 기자, 김윤아 인턴기자 = 사실혼 관계인 동성 부부 11쌍이 국내 동성 결혼 법제화를 위한 소송에 나선다.

동성혼 법제화 캠페인 조직 '모두의 결혼'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공익인권변론센터는 10일 서울 영등포구 그랜드컨벤션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족으로 서로를 보호하기 위해, 그리고 한국에서 혼인 평등이라는 변화를 실현하기 위해 소송을 시작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이번 소송에 나선 22명은 장기간 함께 살고, 경제 공동체를 꾸리는 등 사실혼 관계로 지내다 구청에 혼인 신고를 냈으나 불수리 처분을 받은 이들이다.

지난해 정자 기증을 통해 딸을 출산한 김세연(36)·김규진(33) 부부도 이날 회견에 참석해 마이크를 잡았다.

김세연씨는 "딸을 위해 용기 내어 이 자리에 나오게 됐다"며 "작은 집 안에서 둘이 행복하게 아이를 돌보다가도 현관을 나서는 순간 드는 걱정들은 수도 없이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세 가족이 평범한 일상을 행복하고 안전하게 꾸려나갈 수 있도록, 아이들에게 차별을 가르치는 세상이 되지 않도록 조금만 관심을 가져달라"고 했다.

소송 당사자 중 한 명이자 박지아(31)씨와 사실혼 관계인 손문숙(48)씨는 "성적 지향·정체성에 무관하게 누구든 원한다면 결혼을 선택하는 삶을 살 수 있어야 한다"며 "다른 여느 사람들처럼 사랑하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과 이미 가족으로 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지난 7월 사실혼 동성 배우자에 대해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을 이끌어낸 김용민(34)·소성욱(33) 부부도 소송에 참여한다.

지난 2014년 동성 배우자와의 혼인신고서를 구청에 제출했다 불수리 처분되자 법원에 불복 신청을 한 영화감독 김조광수씨는 "최근 대만 등 아시아에서도 동성 결혼이 법적으로 인정받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한국도 더는 이 흐름을 외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랑은 결코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 사랑이 승리할 것이란 믿음을 가지고 여러분과 함께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했다.

한편, 이번에 이들이 제기하는 혼인 평등 소송은 크게 두 갈래다.

먼저 오는 11일 서울가정법원과 4개 재경지법, 인천가정지법 부천지원에 불복 신청 소송을 제기한다. 이후 각 법원에 이성 부부 혼인만 허용하는 현행 민법의 위헌성을 따져달라며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한다.

만약 법원이 이 신청을 받아들이면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이 제청된다. 기각될 경우 당사자들이 직접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혼인의 성립이 '이성 또는 동성'의 당사자 쌍방 신고에 따라 성립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부부와 부모의 정의에 동성이 포함되도록 법을 개정하는 입법 운동까지 진행한다.

12명의 변호사와 함께 이번 소송을 이끌게 된 조숙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공익인권변론센터 변호사는 "과거 호주제 폐지, 동성동본 금혼제 폐지 등의 소송을 진행할 때도 가족 제도 붕괴를 우려한 사람들이 있었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오히려 평등이 실현됐다"며 "동성혼 법제화도 마찬가지로 동성 부부 권리를 위한 것임과 동시에 가족법 내에 남아 있는 차별적 제도를 개선하고 평등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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