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무용단 '안무가 프로젝트'서 '휙' 안무
핸드폰 화면 손가락으로 넘기는 모습서 착안
정길만 '침묵하는…', 이재화 '탈바꿈' 트리플빌
국립극장은 전속단체 국립무용단이 '2024 안무가 프로젝트'를 오는 31일부터 내달 3일까지 공연한다고 10일 밝혔다. 전통공연예술 분야 창작자와 예술가를 육성하는 '가치 만드는 국립극장' 사업의 일환이다. 지난해 12월 공개 모집을 공개된 정길만·이재화·최종인 안무가의 작품을 트리플 빌(세 작품을 같은 무대에 선보이는 형식)로 무대에 올린다.
최종인은 27살이던 2020년 대한민국무용대상에서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을 거머쥔 실력파다. 그는 이번 무대에서 숏폼 콘텐츠에 익숙해진 관객의 시청각을 사로잡을 만한 안무 '휙'을 선보인다. 핸드폰을 휙휙 넘기는 모습을 보며 구상한 작품이다.
그는 최근 본인의 유튜브 채널 '썬캡보이'와 엠넷 오디션 프로그램 '스테이지 파이터'에 출연하면서 대중적으로 한국무용을 알리고 있다. 그는 미디어 노출에 대해 "이런 사람도 한국무용을 할 수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고 했다.
무대의 메인 오브제로 7개의 거울이 등장해 현실과 핸드폰 속 비현실의 경계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장치를 활용된다.
"거울은 새로운 병풍이 될 수도, 춤판이 될 수도 있죠. 거울이 나 자신을 비추지만 거울 속 내가 진짜 내가 아닐 수 있고요. 미디어도 마찬가지예요. 사진을 찍어도 어플리케이션으로 보정이 가능하잖아요. 미디어에 노출된 '썬캡보이'라는 자아와 안무가로서의 최종인이 정확하게 동일한 사람인지도 알 수 없어요"
이번 무대에는 국립무용단 훈련장인 정길만의 '침묵하는 존재의 나약함'과 국립무용단원 이재화의 '탈바꿈'도 함께 오른다.
'침묵하는 존재의 나약함'은 사회적 부조리에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이들에게 용기를 전하는 작품이다. 폭력적인 일상 속 침묵이 강요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이들에 관한 이야기다. 전쟁·테러·분쟁 등 다양한 사회적 부조리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풀어낸다.
이재화는 탈춤을 소재로 '한국적인 것'에 대한 고정관념을 탈피하는 작품이다. 전통을 얘기할 때 떠올리는 고풍스러온 복식과 소품 등 시각적인 면에서 벗어나 그 안에 담긴 호흡과 형태, 움직임을 들여다본다. '동시대적인 한국춤'이 무엇인지 고민한 결과물이다.
이재화는 "우리는 한복을 입고 살았던 세대가 아니고, 힙합과 EDM음악을 듣고 맥도날드를 먹고 자랐다. 우리가 바라본 한국적인 것은 무엇인가 생각했다"며 "곤충이 애벌레에서 번데기가 되며 탈을 바꾸듯 한국무용이라는 장르가 이 시대에 어떻게 바뀌어야 되는가를 고민했다"고 전했다.
공연은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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