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뼈 일찍 붙는 희귀질환…서울아산, '새 수술법' 정착

기사등록 2024/10/10 09:33:37 최종수정 2024/10/10 13:22:16

두개골 조기 유합증, 머리뼈 조각내는 기존 수술 부담 극복

매일 1㎜ 늘리는 장치로 치료하는 '신연기' 부착 수술 활발

[서울=뉴시스] 10일 신연기를 이용한 두개골 성형술 전후 두개골 조기 유합증 환아의 뇌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 사진. 수술 전(왼쪽)에 비해 수술 후(오른쪽) 두개골의 모양 및 뇌 기저부의 대칭성이 회복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서울아산병원 제공) 2024.10.1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송종호 기자 = 태어난 지 5개월이 된 민지(가명)를 볼 때마다 부모는 왼쪽보다 오른쪽 머리가 더 튀어나온 안면비대칭을 심하게 느꼈다. 병원을 찾았더니 머리뼈 사이의 공간이 너무 일찍 붙어 한 방향으로만 머리뼈가 성장하는 '두개골 조기 유합증'을 진단 받았다.

민지는 머리뼈를 여러 조각으로 잘라 재배치 시키는 기존 수술 대신 서울아산병원에서 '신연기'라는 기구를 장착하는 수술을 받았다. 이후 부모가 하루에 1㎜씩 매일 신연기를 늘려준 지 두 달 째, 수술 부위에 뼈가 자란 민지는 신연기 제거술까지 받아 전체적인 두상 모양이 대칭을 이뤄 정상적으로 교정됐다.

10일 서울아산병원에 따르면 두개안면클리닉(성형외과 최종우·김영철 교수, 소아신경외과 나영신·정상준 교수팀)은 신연기를 이용한 두개골 성형술을 처음 개발한 이후 20년간 약 140명의 두개골 조기 유합증 환아들을 안전하게 치료하며 장기적인 효과를 입증했다.

이전에는 머리뼈가 조기에 붙어 뇌 성장을 막는 희귀질환인 두개골 조기 유합증은 기존에는 머리뼈를 조각내 재배치하는 수술을 시행해왔다. 서울아산병원은 머리뼈 일부만 절개해 매일 1㎜씩 늘리는 장치를 부착하는 수술을 2005년 개발한 이후 안전하게 환아들을 치료해오고 있다.

출생 직후 신생아의 두개골은 여러 개의 뼈로 나눠져 있다. 뼈가 만나는 부위인 봉합선은 아이가 성장하면서 서서히 닫혀 두개골의 뼈가 하나로 합쳐지게 된다.

이때 두개골 봉합선이 정상 시기보다 이르게 닫히는 '두개골 조기 유합증'은 2000명 중 1명에게 발생하는 희귀질환이다. 비대칭적인 외모뿐 아니라 뇌 성장을 압박해 시력이나 지능 장애 등을 유발할 수 있고 심한 경우 사망까지 이어질 수 있어 조기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

신연기를 이용한 두개골 성형술은 환아의 머리뼈를 조각내지 않고 유합된 두개골의 봉합선만 일부 절개한다. 절개한 봉합선에 신연기를 장착한다. 이후 보호자가 하루에 0.5~1.5㎜씩 신연기를 돌린다. 신연기 조절을 통해 절개된 뼈 부위가 조금씩 벌어져 그 틈에 새로운 뼈가 생기게 되는 방법이다. 정상 범위만큼 뼈가 성장한 이후 신연기를 제거하는 수술까지 진행하면 치료가 마무리된다.

신연기를 이용한 두개골 성형술을 통해 기존 대비 수술 시간을 약 8시간에서 3시간으로 절반 이상 단축했으며 출혈량도 크게 감소시켰다. 절개 부위를 최소화하기 때문에 흉터나 합병증이 적어 안전하다. 신연기를 장착하는 기간도 기존 3개월에서 2개월까지 단축시켜 회복도 빠르다. 뇌에 가해지는 손상도 거의 없다.

서울아산병원에서 수술 받은 환아들의 평균 수술 시기는 생후 10개월이었으며, 수술로 사망한 환아는 없었다. 약 98%의 환아에서 재발 없이 두개골이 대칭적으로 성장했으며, 발작이나 발달 지연 등 주요 합병증 발병률은 0%였다. 창상 지연, 뇌척수액 누수 등이 3% 발생하였으나 모두 보존적 치료로 호전됐다.

특히 수술 직후부터 외적 비대칭이 개선될 뿐 아니라, 뇌 기저부의 비대칭까지 교정돼 10년 이상 장기추적결과 아이가 성장한 이후로도 얼굴뼈가 대칭적으로 발달한 것을 확인했다.

서울아산병원에서 개발한 두개골 신연술은 지난 20여 년간 미국성형외과학회가 발행하는 ‘성형재건외과(Plastic and Reconstructive Surgery)’를 비롯한 SCI급 논문에 10건 이상 게재됐다.

최종우 서울아산병원 성형외과 교수는 "두개골 조기 유합증은 한 개의 봉합선만 유합되거나 심하지 않은 경우에는 조기발견이 어렵다"며 "따라서 아이의 머리가 한 쪽만 더욱 크거나 심한 비대칭이 있는지 보호자가 많은 관심을 갖고 살펴보아야 하고, 조금이라도 의심된다면 조기에 병원을 찾아 진단받기를 바란다"라고 밝혔다.

정상준 서울아산병원 소아신경외과 교수는 "어린 나이에 치료가 필요한 질환인만큼 치료의 목적과 미용, 발달에 대한 부분을 다방면으로 고려해 치료방법을 결정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ong@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