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등산복 입고 제주도에서 트레킹 예정
시의회 "바로 잡고 재발 없도록 하겠다"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서울시의회가 체육대회 예산을 유용(남의 것이나 다른 곳에 쓰기로 돼 있는 것을 다른 데로 돌려 씀)해 등산복을 단체 구매한 것으로 파악됐다.
10일 시의회 사무처 예산서에 따르면, 최근 시의원 체육대회 행사운영비 명목으로 각 상임위원회에 약 300만원씩이 지급됐다.
이 예산을 근거로 제주도에서 트레킹 등을 하는 행정자치위원회를 비롯해 각 상임위별로 이달 중 체육대회가 동시다발적으로 열릴 예정이다.
문제는 상당수 상임위가 행사운영비 중 남는 돈으로 유명 브랜드 스포츠웨어나 등산복 등을 단체로 구매할 계획이거나 이미 구매를 마쳤다는 점이다. 공금으로 의원 1인당 하나씩 등산복 등을 산 셈이다.
행사운영비로 등산복을 사는 것은 규정 위반이다. 행정안전부 '지방자치단체 예산 편성 운영 기준'에 따르면 행사운영비는 초청장·현수막·상패 제작을 비롯해 강사료, 시설 임차료 등 행사 관련 용도로만 써야 한다. 옷이나 신발을 살 경우 '피복비'라는 예상 항목에 근거해 집행해야 한다.
이 같은 예산 유용 행위가 벌어지자 각 상임위 서무 업무를 맡은 하위직 공무원들은 우려를 금치 못하고 있다. 회계 처리 기준에 맞지 않는 부당한 예산 집행이라 감사에서 적발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각 상임위 수석전문위원들은 상임위원회 서무 직원들에게 스포츠웨어와 등산복 구매를 지시하고 있다. 시의원들의 요구를 거부하지 못해 지시를 하달하는 수석전문위원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무 직원들은 규정 위반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어쩔 수 없이 지시를 따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예산 유용이 처음이 아니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의정운영 공통경비를 활용해 옷을 사 입는 등 사례가 일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의회 하위직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자괴감이 든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집행기관인 서울시 예산을 심사해야 할 시의원들이 기준을 무시하며 예산을 유용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는 것이다.
서울시의회 관계자는 "일부 상임위가 행사운영비 지출 항목을 확대 해석해 단체 체육복을 구매했다면 이는 잘못된 것"이라며 "향후 정산 과정 등에서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고 재발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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