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발 자유화는 자유로운 두 발"…청소년 문해력 '적신호'

기사등록 2024/10/09 06:00:00 최종수정 2024/10/09 10:30:15

2025년부터 학교에 디지털 교과서 도입

교사들 "디지털 교육은 다시 고려해야"

"종이책 안 읽는데 독해력 떨어져" 우려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뉴시스 취재진은 9일 제578돌 한글날을 맞아 청소년 문해력 문제가 2025년부터 시행 예정인 디지털 교과서 도입에 대한 우려로 이어지는지 현직 교사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사진은 지난달 12일 부산 강서구 명지늘봄전용학교에서 초등생들이 놀이예술 수업을 받고 있는 모습. 2024.09.12. yulnet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우지은 기자, 김다연 인턴기자 = "선생님, 두발 자유화는 발 두 개가 자유로워지는 건가요?"

세종 조치원읍의 한 초등학교 교사인 최모(25)씨는 두발 자유화 관련 수업을 하다가 한 학생에게 이런 질문을 받았다. 서울 관악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인 30대 이모씨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학생들은 공동체 약속에 서명해야 하는 상황에서 '서명'의 의미를 몰라 멀뚱멀뚱 서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곤란할 때가 잦아졌다고 했다.

뉴시스 취재진은 9일 제578돌 한글날을 맞아 청소년 문해력 문제가  2025년부터 시행 예정인 디지털 교과서 도입에 대한 우려로 이어지는지 현직 교사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교육부는 2025년부터 전국 초·중·고등학교에 디지털 교과서를 일부 학년·과목에 도입하고 2028년까지 대다수 학년·과목으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디지털 기술 활용으로 교육의 발전과 학생들의 흥미 유발이 기대된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교사들은 여전히 학습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도입을 유보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관악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30년 차 교사로 일하는 황모(55)씨는 "디지털 교과서 도입을 아예 반대하는 것은 시대와 맞지 않다"면서도 "다만 종이책을 읽는 학생 수가 줄고 있고 짧은 SNS 영상을 소비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어 디지털 교육에 대한 재고는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관악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인 50대 김모씨는 "컴퓨터 활용 수업을 할 때 사이트 이동을 막아 두지만 이를 뚫는 고학년 학생들도 종종 있다"며 "디지털 교과서에 학습과 관련 없는 앱을 막겠다 하더라도 의심스러운 상태"라고 우려했다. 어릴 때부터 디지털 기기를 관리해야 할 부모의 역할과 책임이 중요해진 시점이라고도 강조했다.
 
지난 7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제578돌 한글날 기념 전국 초·중·고 교사 5848명을 대상으로 '학생 문해력 실태 인식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91.8%가 "문해력이 과거보다 떨어졌다"고 응답했다.

문해력 저하의 원인으로는 '스마트폰·게임 등 디지털 매체 과사용'(36.5%)이 1위로 꼽혔다. '독서 부족'(29.2%), '어휘력 부족'(17.1%), '기본 개념 등 지식 습득 교육 부족'(13.1%) 등이 뒤를 이었다.

학부모와 학생들 역시 디지털 교육 도입에 대해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인근에서 만난 30대 학부모 이모씨는 "안 그래도 요새 종이책을 안 읽는데 디지털 교육까지 도입하면 독해력이 떨어지지 않을까"라고 걱정했다.

서울 서초구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는 양모(18)씨는 "학교에서 디지털 기기로 시범 수업을 받아본 적이 있는데, 모르는 내용을 검색하는 습관이 생기며 스스로 추론하는 능력이 떨어졌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 디지털 교육이 학습 효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했다.

기술 발전에 따른 디지털 교과서 도입이 불가피한 흐름이라면 이를 어떻게 활용할지도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박주호 한양대 교육학과 교수는 디지털 교과서를 보조 자료로 지원하는 것은 괜찮으나 전면 도입은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박 교수는 "학생들이 디지털 교과서를 통해 문자를 인식하면 활자를 하나의 즉흥적인 현상으로만 받아들이게 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문자 아래 깔린 깊은 사유와 의미적 맥락을 인식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디지털 교과서를 어떤 방식으로 도입할지 충분히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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