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2차 드래프트로 삼성에서 KT 이적
2003년 프로 데뷔 후 한번도 KS 경험 못해
[수원=뉴시스]김주희 기자 = "(플레이오프에) 올라가면 정말 단두대 매치입니다."
KT 위즈 마운드의 '특급 조커'로 떠오른 베테랑 투수 우규민(39·KT)이 '전 동료' 강민호(39·삼성 라이온즈)와의 재회를 바랐다.
우규민은 8일 수원 KT 위즈파크에서 열리는 LG 트윈스와 2024 신한 쏠뱅크 KBO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준PO·5전3승제) 3차전을 앞두고 "(KT가 플레이오프에) 올라가게 되면 단두대 매치다. 강민호와 나 중 하나는 죽는다"며 익살스럽게 말했다.
지난 시즌까지 삼성에서 뛰었던 우규민은 지난해 11월 2차 드래프트를 통해 KT로 이적했다.
LG와 준PO를 치르고 있는 KT가 플레이오프(PO·5전 3승제)에 진출하면 전 소속팀 삼성과 한국시리즈(KS·7전 4승제)행을 놓고 다투게 된다.
우규민이 지난해까지 함께했던 동료 중 강민호의 이름을 콕 집어 언급한 건 나란히 KS 무대를 밟지 못한 선수이기 때문이다. 2003년 LG 지명을 받아 프로에 뛰어든 우규민도, 2004년 롯데 유니폼을 입고 데뷔한 강민호도 프로에서 20여 년을 뛰며 KS를 경험하지 못했다.
우규민은 "아직 민호와 연락은 안 하고 있다. LG를 이기고 올라가게 되면 전화를 다 돌리겠다. 딱 기다리라고 말해주겠다"며 웃음지었다.
KT 이적 첫 시즌을 보낸 우규민은 베테랑 투수로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쳤다. 올해 45경기에 등판해 4승 1패 4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2.49의 성적을 냈다.
가을야구에서도 존재감을 나타냈다.
지난 6일 준PO 2차전에선 팀이 2-7로 끌려가던 6회 1사 3루에서 등판, 1⅔이닝 무실점으로 추가 실점을 막았다.
2차전을 돌아본 우규민은 "내가 한 게 별로 없다. 점수 차가 벌어졌기 때문에 일단 빨리 이닝을 끝내야겠단 생각 뿐이었다. 빨리 수비를 끝내야 공격에서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그 생각만 하고 던졌다"고 말했다.
몸을 낮췄지만, 그의 안정적인 투구는 팀에 희망적인 요소가 됐다.
2차전을 패한 뒤 이강철 KT 감독은 "우규민이 잘 던져줘 불펜에 힘이 될 것 같다. 패배에도 얻은 게 있다"며 "새로운 카드가 더 생겼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KT에서 보내는 첫 시즌, 가을야구까지 왔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우규민은 "마운드에 올라가면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기 때문에 최대한 잘 하고 싶단 생각을 항상 하고 있다. 정말 그냥 열심히 던졌다"며 "올해는 나에게 정말 유익한 시즌이었다. 우여곡절도 많았고, 나를 다시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여기까지 온 것도 감독님, 코치님, 선수들이 많이 도와줬기 때문에 이렇게 하고 있다"고 고마워했다.
이어 "마운드에서 공을 던질 때마다 1구, 1구 중요하게 생각하고 행복하게 최선을 다해 던졌다"고 보탰다.
이번 가을, 우규민에게 '상대팀'은 의미가 적지 않다.
준PO에서는 자신의 첫 번째 팀이었던 LG와 PO행을 다투고, 이번 라운드를 넘기면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몸담았던 삼성을 만나게 된다.
'친정팀' LG를 상대하는 소회에 대해서는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났다"며 대수롭지 않아 하면서도 "LG나 삼성을 만날 때는 구속이 1, 2㎞가 더 나오는 거 같긴 하다"며 숨길 수 없는 승부욕을 내비쳤다.
데뷔 첫 KS행이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선 익숙한 전 소속팀들을 하나, 하나 넘어서야 한다.
우규민은 "항상 준비돼 있다고 말씀드렸다. 더 잘하려고 하는 것보다, 내가 가지고 있는 역량을 펼치다 보면 좋은 결과가 나올 거라고 본다. 잘 준비하고, 마운드에 올라갔을 때는 최선을 다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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