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산업법, 명확성 원칙·문화향유권 제한"
[서울=뉴시스]윤정민 기자 = 게임 이용자 21만751명이 사회질서를 문란하게 할 우려가 있는 게임 유통을 금지하는 현행 게임 심의 제도가 위헌이라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헌법소원 역사상 최대 규모의 청구인 수다.
이철우 한국게임이용자협회장, 유튜브 채널 '김성회의 G식백과' 운영자 김성회씨 등은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게임산업진흥법 제32조 2항 3호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 청구서를 제출했다.
이 조항은 범죄·폭력·음란 등을 지나치게 묘사해 범죄 심리 또는 모방 심리를 부추기는 등 사회질서를 문란하게 할 우려가 있는 게임 유통을 금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조항에 따라 게임물에 대한 등급분류 업무를 맡는 게임물관리위원회(게임위)는 사회질서를 문란하게 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일부 성인용 게임 유통을 막았다.
하지만 헌법소원 청구인들은 이 조항이 헌법 내 명확성의 원칙을 위배하며 문화향유권도 제한한다고 주장했다. 김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헌법소원 청구 계획 영상을 올린 이후 지난달 5일부터 27일까지 23일간 21만751명이 헌법소원 청구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는 역대 헌법소원 중 청구인 수가 가장 많은 건에 해당한다. 협회에 따르면 종전 기록은 2008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제기했던 '미국산 쇠고기 및 쇠고기 제품 수입 위생 조건 위헌확인' 소송으로 당시 청구인 수는 9만5988명이었다.
헌법소원 청구 대리인인 이 협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법 조항의 모호한 표현은 국민과 게임 제작자, 배급업자들이 법을 예측하고 따르기 어렵게 만든다"며 "해석이 심의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우리 헌법상의 대원칙인 명확성의 원칙을 위배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명확성 원칙 위배 이유는 조항의 '범죄·폭력·음란 등을 지나치게 묘사한다'는 기준이 자의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들었다. 기준이 불분명해 게임 심의자가 누군지에 따라 해석이 바뀔 수 있다는 뜻이다.
김씨도 이에 대해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과 비슷한 내용과 수위의 콘텐츠인데도 '오징어 게임'은 국위를 선양한 양질의 K-콘텐츠로 찬사받는 반면 '뉴단간론파 V3'는 게임위 검열회의에서 등급 거부당했다"며 "게임에 대해 유독 엄격한 잣대로 드리운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 게이머는 세상의 모든 폭력적인, 선정적인 게임을 무분별하게 남용할 수 있기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스탠다드(기준)에 비슷하게만, 한국의 다른 콘텐츠와 비슷하게만 취급되기를 원한다"고 전했다.
이 협회장도 "이 청구는 단순히 '하고 싶은 게임을 하게 해달라'는 떼쓰기가 아니다"라며 "광범위한 게임 콘텐츠 규제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침해를 넘어서 업계 종사자들의 창작의 자유와 게이머들의 문화향유권을 심각하게 제한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심판 결과를 떠나 게임에 대한 차별적 검열 기준을 철폐하고 창작의 자유와 문화향유권을 보장하며 게임이 진정한 문화 예술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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