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겸 국민의힘 의원 "아이용 키즈폰 음란·광고문자 노출"
"사용이력 없는 번호 키즈폰에 우선 배정하는 등 배려 필요"
[서울=뉴시스]심지혜 기자 = #9세 자녀를 둔 A씨는 최근 아이의 키즈폰 번호를 급히 변경했다. 모르는 번호로부터 '오빠, 다 해줄게'와 같은 문자를 받아서다. 연락처에 등록된 번호 외 수신차단 설정을 했지만, 아이는 성인 사이트로 연결되는 인터넷주소(URL)와 메시지에 그대로 노출됐다.
#초등학교 1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B씨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아이 동선을 파악하기 위해 사준 키즈폰에 '통장 압류 예정' 메시지가 온 것이다. 미납액과 은행 계좌, 지급명령 사건번호가 찍힌 독촉 문자였다. B씨는 "도박, 투자 문자도 왔었다, 차단해도 다른 번호로 계속 온다"고 했다.
아이들을 위해 내놓은 키즈폰에 음란·광고문자가 고스란히 노출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3사가 사용이력 없는 번호를 키즈폰에 우선 배정하는 등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8일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이 통신3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 31일 기준 키즈폰 가입자는 총 60만명 규모다.
키즈폰은 만 12세 이하 어린이를 대상으로 제작된 단말기다. 어린 자녀의 동선을 확인하고 유해 콘텐츠 접촉을 막기 위해 보호자가 ‘위치 추적’과 ‘실시간 원격 통제’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음란·도박 등 불법 스팸 문자에 노출되며 키즈폰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현재 통신사는 키즈폰 가입자에게도 대부분 ‘사용된 적이 있는 번호’를 부여한다. 이전 사용자의 체납·성인 사이트 접속 등의 이력이 남아있는 한 키즈폰 사용자도 관련 문자를 받게 된다.
우선 사용된 적이 없는 번호를 부여하거나 에이징(Aging·이용자가 반납해 90일 간 사용금지) 기간을 늘리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 의원에 따르면 ▲사용된 적이 있는 번호 ▲사용된 적이 없는 번호 ▲에이징 중인 번호 등 통신3사의 '미사용 중' 번호는 약 515만 개다.
이 중 사용된 적이 없는 번호는 총 약 18만개로 추산된다. 규정상 번호 부여는 통신사 고유 권한이다.
키즈폰 사용자가 스팸 피해를 이유로 번호 변경을 요구할 수는 있지만 쓴 적 없는 번호를 받을 권한은 없다. 시스템을 개선해 근절하거나 사용 전력이 없는 번호를 주지 않는 한, 스팸문자를 피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김 의원은 "불법 스팸문자가 어린이에게까지 무차별적으로 살포되고 있다"며 "통신사가 어린이 사용자 보호에 대한 기본적인 배려와 인식부터 제대로 갖출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이어 "궁극적으로 불법 스팸문자를 근절할 실효적 방안을 조속히 찾되, 현재 발생하고 있는 피해를 막는 것도 시급하다"며 "보호자가 희망하는 경우, 키즈폰에는 아예 사용된 적 없는 번호를 우선 부여하고, 이미 사용된 번호를 줄 때는 에이징 기간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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