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發 대형 금융사고에…'내부통제'가 변수[5대 은행장 인사②]

기사등록 2024/10/06 10:00:00 최종수정 2024/10/06 10:16:16

횡령·부당대출 등 금융사고에…경영진 책임론

금융당국, 내부통제 강조…"금융 본질은 신뢰"


[서울=뉴시스]이주혜 기자 = 5대 은행장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주요 금융지주들이 차기 은행장 승계 작업에 나서고 있다. 올해 은행권에서 횡령과 부당대출 등 금융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실적보다는 내부통제가 연임을 결정하는 변수가 될 전망이다. 금융당국도 내부통제 부실을 질타하고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재근 KB국민은행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승열 하나은행장, 조병규 우리은행장, 이석용 NH농협은행장 등 5대 은행장 임기가 올해 말 종료된다.

업계에서는 5대 은행장 중 조병규 우리은행장의 연임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우리은행에서 6월 약 180억원 규모의 직원 횡령 사고에 이어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의 350억원대 부당대출 의혹 등 금융사고가 연이어 발생해서다. 게다가 최근에도 55억원 규모의 사기 혐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우리은행의 금융사고 공시에 따르면 대출 과정에서 제출된 허위서류를 걸러내지 못한 사실을 추후 은행 자체조사에서 발견했다. 우리은행은 경찰의 압수수색에 이어 금융감독원의 검사를 받는다.

금융당국이 부당대출과 관련한 경영진의 책임을 거론한 점도 부담이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부당대출 문제가 불거진 우리금융에 대해 "매우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다"며 "현재 우리금융과 은행의 경영진도 이번 금융사고와 관련해 깊은 책임감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전임 회장 관련 대출이 과거의 일이기는 하지만 그런 것을 발본색원할 의지가 있는지, 끼리끼리 나눠먹기 문화가 팽배해 있는데 조직 개혁 의지가 없는 것은 아닌지 등 (현 경영진의) 매니지먼트 책임이 있지 않느냐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경영진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은 이사회나 주주들이 묻는 게 맞는 것 같다"고 했다.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전임 회장 친인척과 관련된 부당대출에 대해 사과하며 "조사나 수사 결과가 나오면 저와 은행장을 포함한 임직원은 그에 맞는 조치와 절차를 겸허하게 따를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농협은행에서도 연이어 금융사고 발생했다. 올해에만 10건의 금융사고가 있었으며 수시공시가 이뤄진 금융사고도 4건이다. 3월 109억원 규모의 부당대출 사고가 적발했으며 5월에는 51억원, 10억원 규모의 업무상 배임 등이 드러났다. 8월에도 117억원 규모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잇따른 금융사고에 이석용 은행장은 국정감사 증인 목록에 포함됐다.

아울러 농협은행의 경우 은행장의 연임이 일반적이지 않다. 올해 3월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취임했으며 이석준 농협금융지주 회장의 임기가 올해 말 마무리된다는 점도 은행장 인사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국민은행은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의 판매 규모가 가장 컸지만 자율배상 등이 이뤄지면서 이슈가 마무리됐다. 다만 올해 100억원 이상의 대형 배임사고가 3건 발생한 바 있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올해 발생한 대규모 금융사고가 없어 내부통제 관련 부담이 거의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금융당국이 내부통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점도 은행권의 인사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최근 금융지주 회장과의 간담회에서 "금융의 본질은 신뢰"라며 내부통제 강화를 주문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최근 횡령, 불완전판매와 같은 금융사고는 금융권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크게 저하시키는 사안"이라며 "금융지주 차원에서 책임감을 갖고 내부통제 강화를 통해 금융사고를 예방해달라"고 말했다.

한편 5대 금융지주는 지난달 말 자회사 대표이사 후보 추천위원회를 개시하며 차기 은행장을 정하기 위한 절차에 돌입했다. 올해부터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모범관행'이 적용됨에 따라 임기 만료 최소 3개월 전부터 경영 승계 절차를 시작해야 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winj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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